흔히 “이중의 위기”라고 말한다. 전염병 위기와 경제 위기를 아우르는 말이다. 그러나 두 위기를 각각 따로 다룬다면 그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묘사하는 것이다. 하나는 생명과학적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문제라는 식으로, 이원적으로 다룬다면 말이다. 둘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순인 이윤율 위기에서 비롯한 것이다. 투자를 해서 그로부터 거둔 이윤의 비율, 곧 투자수익률을 이윤율이라고 한다. 이윤율은 장기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를 나타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는 많은 자본들이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자본들은 더 효율적인 기계설비류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이윤은 노동으로부터 나온다. 노동이 원료와 생산수단에 작용해야 새로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대개 설비 투자가 노동에 대한 투자보다 더 빨리 증가한다. 따라서 투자 대비 이윤의 비율, 즉 이윤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런 장기적인 저하 추세 때문에 자본주의 이윤율(따라서 세계경제 전체의 활력 저하와 부진)은 조금 길게 보면 1970년대 초 이래 지난 반세기 동안, 짧게 보면 2008년 이래 지난 12년간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바로 이런 경제 상황이 전 세계적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유행으로 새로 악화되는 것이 현재의 경제 위기이다.

1. 이중의 위기는 모두 자본주의가 원인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유행도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강조해야겠다. 경제 위기처럼 이런 세계적 유행병도 자본주의 바깥에서 다가온 재난이 아니다. 전 세계적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유행도 자본주의 내적인 요인들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생물학자 롭 월러스 등이 지적하듯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한편으로 대공장처럼 돼 버린 농장 생산과 농·축산업과,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 대기업들과 자본주의 국가들의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가 결합된 결과다.

자본주의는 자신이 만든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전혀 없다. 이것이 바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속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바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보건의료 체계의 약화로 전염병 대처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하고, 제약회사들은 이윤만 쫓으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지체되고 있다. 심지어 마스크 공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중의 위기”는 모두 자본주의에서 비롯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위기, 곧 자본주의의 위기이자 혼란인 것이다. 둘이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한 결과들이라는 점을 놓치면, 전염병 위기를 반자본주의적 전망 속으로 통합시키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면, 지배자들과의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불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지배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체제와 무관한 것처럼 가정하고 노동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대량 해고나 무급 휴직 등을 밀어붙일 때, 노동자들이 그들과 가정을 공유한다면 제대로 반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적 반자본주의자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자본주의가 낳은 재난이며 노동자에게는 책임이 없고 오히려 그 체제의 수혜자인 사용자들과 그들의 정부, 그들의 정치인 등이 책임지라고 주장해야 한다.

정의당 지도부가 스스로를 문재인 정부 및 여당과 차별화하지 못하고 그래서 애석하게도 여권에 지지를 많이 빼앗긴 것도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을 반자본주의적 전망 속에 통합시키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기모란 예방의학회 코로나바이러스대책위원장이 지적했듯이, 한국 정부는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음에도] 다른 나라들이 30점도 안 될 만큼 너무 못해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잘했다고 평가받는 것”이다(4월 1일치 경향신문 인터뷰).

더 일반적으로 진보진영 지도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어떻게 판단할지 처음에 갈피를 잡지 못했던 듯하다. 국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칭찬을 받자 더 그런 듯하다.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 위기 대응 관련 기자회견(3월 31일)을 통해 진보적 요구들을 제시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방역 대응을 “모범적인 대처”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정책 워크숍을 열어(3월 26일),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여 정상적 사회생활로의 연착륙 전략”을 택하는 것이 시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그 전략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현재 민주노총은 집회 연기를 포함해 정부의 방역 방침에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사실상 자본의 우선순위를 반영했다. 문재인 정부가 방역에 비교적 성공했다며 그 대응 방식이 세계적인 칭찬 대상이 됐지만, 그것은 권위주의적 통제 속에서 가능했던 것이고 모순이 많은 조처였다. 감염 경로 추적, 진단 검사, 외출 제한 등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지금 같은 안타까운 상황에서는 필요한 조처다. 그러나 설득과 지원을 통해 그렇게 해야 지속적인 효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권위주의적 조처들을 동원하는 한편 실질적 지원은 전혀 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처럼 출퇴근을 해야 했다.

심지어 대구·경북처럼 감염이 심각한 지역에서조차 문재인 정부는 공장 가동을 우선했다. 가령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만 5만 명이 넘는 구미산업단지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속에서도 가동을 지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뒤늦고 미미하기 짝이 없다. 기업 살리기 긴급자금에는 100조 지원을 신속히 결정했던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에는 고작 7조 1000억 원을 쓰는 데 그쳤다. 이것만 봐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노동자 구제가 아니라 기업 구제라는 것은 명확하다.

게다가 이제 문재인 정부는 ‘물리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것은 ‘제한적 봉쇄’ 방침을 해제한다는 뜻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나 보리스 존슨 영국 정부가 초기에 취한 안일한 대응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사업 정상화와 이윤 보장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전환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2. 자유주의적 정부가 기꺼이 권위주의적 조치들을 취했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대한 지배계급의 안일한 대응에도 반대하고 권위주의적 통제에도 반대해야 한다. 가령 물리적 거리 두기는 질병의 전파를 늦추는 데 필요하지만, 지원이 아니라 정치적 억압을 통해 그렇게 하는 데는 반대해야 한다. 속죄양을 만들어 마녀사냥하는 것이나 집회 금지 등이 그런 사례다.

정의당은 두 문제 모두에서 정부 방침을 지지했다(공권력 동원한 신천지 강제조사와 압수수색 촉구, 그리고 집회 금지 및 사법처리 요구).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단지 우익 집회만 금지한 게 아니다. 정부는 문중원 투쟁 농성과 학교비정교직 기자회견 등을 해산시키거나 사진 채증을 통한 탄압을 위협했다.

문재인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정조치로의 선회는 집주소와 직장명 등 확진자 개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세부 정보들을 담아 그의 동선을 공개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이런 조치에는 “세계도 놀랐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런데 이런 권위주의가 쉽게 먹힐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전염병 공포를 이용해 신천지라는 종말론적 소종파를 속죄양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를 포함해 한국 그리스도교 전체가 경계하고 증오하는 젊고 활발한 비정통적 종파인 데다 그 종파의 지도자들이 박근혜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어서 마녀사냥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신천지 주요 직분자들에 대한 “강제조사와 압수수색”을 촉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마녀사냥을 지지했다.

신천지에 대한 강경 대응이 감염 원인과 경로의 정확한 파악을 위해 불가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있다. ‘불가피’라는 말은 ‘선택’과 대조되는 말이다. 정부가 신천지 대구 집회 참석자들을 전수조사해 그들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피한,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천지를 사악한 자들의 집단처럼 묘사해 국민에게 도덕적 공포를 부추기고, 이를 이용해 그 종파와 그 교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행위는 불가피한 게 아니라 정부의 선택이었고, 사악한 선택이었다. 시스템이 아니라 그 희생자들을 비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말이다. 정부와 언론, 주류 교회 등의 마녀사냥 때문에 신천지 교인이라는 이유로 가정과 직장에서 구타 등 몹시 괴롭힘을 당한 사례가 최근 급증했다. 정읍의 한 여신도는 투신자살을 했다. 일반으로 말해 지배자들의 마녀사냥은 노동계급 대중을 이간시키고, 하향식 권위주의에 순응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지배자들은 위기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아 마녀사냥하느라고 분주한 것이다.

3. 이중의 위기 사이의 밀접한 관계: 전 세계적 전염병 유행이 경제 위기를 악화시킴과 동시에, 경제 위기가 전염병 위기를 악화시킨다

코로나바이러스 엄습 전에 이미 경제가 가라앉고 있었다. 이 점은 〈노동자 연대〉 신문이 번역해서 소개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의 논문이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 전염병 유행은 경제 위기를 앞당기고 급작스런 것으로 만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유행으로 중국 경제가 마비되면서 세계적 생산망이 타격을 입은 데 이어,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세계 각국들도 모두 경기둔화를 겪고 있다. 전염병 유행을 막기 위한 조업 중단과 봉쇄 단행으로 경기 수축은 더 악화될 것이다. 이 점, 곧 경제 위기가 전 세계적 전염병 유행으로 긴박해졌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아주 중요한 나머지 현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고 절박한 상황으로 봐야 마땅하다.

그래서 가령 일상적인 기본소득 제안에 대한 회의론을 잠시 접고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당면 요구들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본소득은 신자유주의가 대중에게 안겨 주는 고통을 끝내지 못한다. 추상적 원론 수준을 넘어 이미 정책 제안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실시되면 그것은 임금보조금이 돼, 자칫 기업주의 부담이 줄고 노동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존의 불평등을 개선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임금 인하 압박을 받고,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심지어 공공서비스도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보다는 보편적 복지 원칙을 재확립하고 토마 피케티가 제안하는 누진적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현 상황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보기 드물게 심각한 상황이다. 실로 공황, 패닉 상황이다. 현 위기가 2008년 경제 위기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설득력 있는 지적들이 많다. 복지에 기대야 하는 처지가 된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실업수당을 타기 위해 늘어선 줄이 매우 길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업자, 취약계층, 영세 소자영업자 등에게 재난 시기 동안 생계를 위한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한다.(소자영업자 중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는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계급 부문이다.) 재난기본소득 요구를 내놓는다 해서 기본소득이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고, 심각하기 이를 데 없는 현 위기에 대처하는 실용적 방편이다.

전염병 위기가 경제 위기를 가속시키고 경제의 추락을 촉진하고 있는 한편, 경제 위기가 전염병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경제가 악화되면 기업들은 시장에서 더한층 경쟁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면, 공중보건은 경제적 고려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이윤 경쟁은 기업인들뿐 아니라 정부 관료와 주류 정치인, 주류 언론도 한통속으로 기업 수익성과 착취율 증대를 지지하도록 몰아간다.

그래서 문재인, 트럼프, 보리스 존슨 등 거의 모든 정부 수반들은 “이제 경제 활동으로 복귀해 달라,” “이만 하면 감염증에 잘 대처한 거다” 하며 현실안주적이고 자기만족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사태가 위태롭게 돌아가는 듯하자, 갑자기 권위주의적 조치들을 취하는 것으로 황급히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제 문재인 정부는 다시금 현실안주적 방향(“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이 역시 대중의 건강보다 이윤이 앞서는 시스템의 논리와 지배자들의 우선순위 때문이다.

4. 이중의 위기의 효과는 계급에 따라 다르다

지금부터는 경제 위기와 전염병 유행으로 노동계급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얘기하고자 한다. 〈노동자 연대〉 신문은 특히 이 문제에 관해 일찍부터 독보적인 공헌을 했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고위 정치인 등 지배계급 구성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 위기가 미치는 영향은 계급에 따라 다르다.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은 부자들보다는 노동계급 사람들이다. 부자들은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고 개인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다. 반면 많은 노동자들은 직장에서나,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한 출퇴근 때 물리적 거리를 두기가 어려운 처지다. 노동자들은 자가격리를 할 형편이 못 되는 경우도 많다. 또는 자가격리를 하더라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병세가 급작스럽게 악화되고 심지어 치명적이 될 위험이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부유층은 주거 공간이 널찍해서 물리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반면 노동자 가족은 물리적 거리 두기에 한계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부릴 사람도 몇몇 있는 부유층에게 자가격리는 큰 고통이 아니다. 반면 급식이 끊긴 노숙인들, 생계가 막막해진 취약계층, 아이를 맡길 곳 없는 여성 노동자, 무급 휴직으로 임금을 못 받게 된 노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위기의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 받고 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적절한 개인 보호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간병 노동자들은 마스크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은 계속 대규모 일터에 가서 강도 높게 일할 것을 강요받는다. 가령 현대자동차 사측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생산 차질을 빌미로 노동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시키려는 것이다. 계속 일하러 나가는 노동자들에게 안전을 위한 기본 조처인 ‘물리적 거리 두기’는 대부분 그림의 떡이다. 콜센터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물리적 거리 두기와 안전은 순전히 사용자 손에 달린 문제다. 아파도 잘릴까 봐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그런 사례다. 지옥철 타고 출근하는 노동자들도 그렇고, 가까이 붙어 앉아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짧은 점심시간에 다닥다닥 줄을 서 기다리다가 식사하는 노동자들도 그렇다.

많은 노동자들이 무급 휴직과 해고에 내몰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4월 1일 발표한 상담 사례를 보면, 많은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으로 고통받고 있고, 해고와 권고 사직도 점점 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코로나 걸리기 전에 굶어 죽겠다’거나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그게 그거’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대유행 위기가 ‘계급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진보진영 지도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처음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실상 지지한 데에는 전염병 위기에 노사와 계급이 따로 없다는 생각도 작용한 듯하다. 위에서 언급한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계급과 계층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의당은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초기에 여야 정쟁 중단과 협력을 강조했다.

코로나 위기가 계급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점점 드러나고 노동계급의 분노가 증대할 때 민중주의(한국에서는 진보적 형태이긴 하지만 어쨌든 계급을 초월하자는 포퓰리즘 전략)는 이를 무마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경제 위기가 더욱 첨예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노동계급이 받을 충격이 크다는 점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 중요하다.

5. 총선이 끝나면 정부와 사용자들의 공격이 급증할 것이다

기업인들과 정부 관료들, 주류 정치인들은 심각하기 이를 데 없는 전염병 유행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돌아가기를 원한다. 경쟁적 축적이라는 자본주의의 지상 명령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와 전염병 감염의 이중의 고통과 위험을 짊어져야 한다. 당연히 그들은 저항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어떤 때는 저항해야 한다고 느껴도 싸울 자신이 없어 엄두가 안 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최근 정치적 패배를 경험한 이탈리아와 프랑스, 영국 노동자들이 파업을 포함해 실제로 저항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나라 노동자들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와 주류 정치인들은 총선을 앞두고 조직 노동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민주노총과 정의당은 괜찮은 요구들을 내놓기는 했어도 실제로 싸움을 조직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 총선까지 기다리자는 것인 듯하다. 그러나 총선 전에도 보건과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며, 총선 며칠 후부터는 사용자들과 정부가 공격을 본격화할 것이다. 그럴진대 진보정당들과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이 지금 양보나 타협을 할 태세를 보이면 노동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효과를 내어 막상 저항을 해야 할 때 준비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날 위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 개혁주의자들, 노동조합 상층 지도자들은 코로나 대유행 위기를 ‘사회적 대화’로 극복하자고 한다. 며칠 전 구미 산업단지를 방문한 문재인은 “연대와 협력”이라는 단어를 7번이나 써 가면서 노사 협조를 당부했다. 〈한겨레〉는 정부를 측면 지원하면서, 코로나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부, 경영계, 노동계가 함께 코로나바이러스 극복을 위한 비상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3월 18일 청와대에 초대 받은 김명환 위원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집회 연기뿐 아니라 [코로나 전염병] 대책을 세우는 자리에 참여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사회적 대화를 적극 미는 입장이다. 박창진 비례 후보는 노사간 대타협을 통한 고통분담을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코로나바이러스 정세[가]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개혁의 동력을 갖게 될 거라 기대하는 듯하다. 처음에 직접 지원을 반대하던 문재인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을 보면서 기대감을 더 갖게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례 없는 소득 지원 대책은 현재의 위기의 규모와 심각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각국 정부들은 위기가 하도 심각해서 어쩔 수 없이 내키지 않는 조처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착각과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경제 위기로 공격이 예고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용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이용해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쉬운 해고를 비롯한 노동개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과 장차관 급여 삭감 쇼를 통해서 기업들이 노동자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노동조합이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무엇을 요구받게 될지 뻔하다. 국난 극복을 위한 희생과 양보일 것임이 확실하다. 이 요구를 절반쯤이라도 받아들이면 노동자 운동을 상당 부분 마비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노동계급의 정당·노조 지도부들은 정부와 대화하고 타협하려 하지 말고 선거 전에라도 항의를 위해 노동자들을 동원해야 한다. 메이데이 집회도 해야 한다. 그것도 수도 집중 방식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 위기에 대한 지배자들의 대응에 노동계급의 저항으로 맞서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계급의 조건을 지키고 노동운동의 세력을 증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국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비필수 사업장을 폐쇄시켰다.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도 비공인 파업으로 그렇게 했다. 또, 필수 사업장 노동자들은 항의 행동으로 안전 조처들을 얻어 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 위기의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조건 방어를 위한 요구들을 제출하고 있다. 4월 말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의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 〈노동자 연대〉 신문이 4월 2일 보도했듯이, 화물연대 전남지부 컨테이너지회 노동자들은 단호하게 항만 봉쇄 투쟁을 벌여 조건을 방어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바이러스에 맞서 노사가 연대하고 협력하자고 주장하지만,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서야만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와 경제 위기로부터 보통 사람들의 생명과 조건을 지킬 수 있다.

6. 맺음말

결국 계급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즉, 필수 인력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노동계급과 취약계층을 경제적 타격에서 보호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노동자연대와 국제사회주의경향은 이런 요구들을 정리해 제시했다(노동자연대의 특별재난강령은 ‘코로나19 감염 피해 완화를 위한 당면 요구들’을 보시오). 보건의료와 필수품 제공에 자원 재분배, 필수 인력에 안전한 근무 환경 보장, 비필수 업무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 보장, 재난기본소득, 군비 지출 삭감으로 재원 마련 등이다. 속죄양 삼기와 정치적 억압 반대 등도 있다. 이런 요구 제기는 정치적 초점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저항에 나선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연대가 확대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데올로기적 대응이 중요함도 상기시키고자 한다. 전염병 대유행과 자본주의의 인과관계를 드러내면서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들과 진정한 사회주의적 대안에 대해서 주장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바이러스 자체의 엄청난 전파력과 살상력뿐 아니라 세계 경제 위기를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이런 이유에서 이 질병 문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라면 자신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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