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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제에 노동자들이 반발하다

“부자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돈을 쏟아 부어라” 권위주의적 억압이 아닌 지원이 필요하다 ⓒ출처 Jeanne Menjoulet(플리커)

프랑스는 코로나19에 대응해 강력한 국가 권력으로 집행되는 엄격한 외출 제한령 하에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회 활동 대부분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가혹하고, 계급적인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다.

격리 방침을 위반하거나 이유 없이 외출하면 벌금 135유로[약 18만 원]를 내야한다. 그 후 15일 이내 한 번 더 이를 위반하면 벌금은 1500유로[약 200만 원]으로 뛴다. 30일 이내에 4번 위반하면 3700유로[약 490만 원]의 벌금형과 최대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충격적 영상들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경찰이 기본적인 보건 지침을 모두 무시하고서 코로나19 의심환자로 확인된 사람들을 한 데 붙잡아 놓은 장면을 담은 것이다. 경찰은 3월 17일 하루에만 총 50만 파운드[약 7억 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 법률 권리 단체에 따르면, 다음 날 “적어도 5명이 자가 격리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유치장에 갇혔다.”

이런 조처는 민주적 권리를 심각하게 공격하는 것이다. 파시스트 마린 르펜은 통행 금지를 일반화하고 “[식료품 등을 훔친] 약탈자”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등 더 강경한 단속 조처를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니스 코르다쥐르에선 경찰 드론(무인기)이 투입돼 사람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엔 확성기를 장착한 드론이 날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정부의 격리 지침을 상기시켰다.

예상대로 코로나19 관련 법들이 노숙자들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파리, 리옹, 바욘의 빈곤 퇴치 단체들은 이런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숙자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많은 음식 배급 서비스들이 문을 닫아, 실질적 고통이 뒤따르고 있다. 사회 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은 노숙자들을 위한 활동을 중단했는데,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보호 장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지난해 마크롱의 연금 개악 여파로 벌어졌다. 핵심 부문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은 12월 5일에 시작해 7주 동안 계속됐다. 이 투쟁은 정부에게 쓰라림을 안긴 동시에, 노동자·노란 조끼 운동·페미니스트·기후 위기 반대 활동가들 간의 연대와 정치적 급진화라는 강력한 유산을 남겼다.

마크롱의 약삭빠른 결정들 중 하나는 코로나19 대응책을 발표하면서, 연금 공격을 유보한 일이다. 물론 마크롱은 적절한 때에 연금 공격을 재개하겠지만, 연금 개악 중단은 일부 사람들을 이완시켰다. 이 결정은 국회 표결 없이 연금 개악안을 통과시키려던 원래 계획에서 분명 한 발 물러선 것이었다.

코로나19 위기 초기 국면은 마크롱을 부상시켰다. 한 여론 조사에서 프랑스인 3분의 2가 마크롱의 첫 연설이 진지함과 과학성, 인도주의적 태도가 어우러져 설득력이 있었다고 답했다.

프랑스 인구의 절반이 넘는 3500만여 명이 마크롱의 두 번째 연설을 지켜봤다. 마크롱의 지지율은 매우 오랫동안 최고치를 찍었다.

노동자들의 파업

하지만 이런 상황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각국의] 모든 지배자들이 경험한 것처럼 코로나19 대응 조처들이 효과가 없다면 대중은 분노할 것이다. 마크롱에 대한 환멸의 한 징후는 3월 15일 지방선거에서 드러났다. 이 선거는 프랑스인들이, 적어도 그중 일부가 점점 더 정부 정책에 공포를 느끼고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상황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유권자 45퍼센트만이 투표소에 갔다.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마크롱은 모든 학교와 대학이 휴교를 결정할 만큼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투표 전날에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대부분의 카페, 식당, 식료품을 팔지 않는 매장, 미용실, 영화관, 스포츠 센터의 영업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투표는 그대로 진행됐다. 사람들은 ‘집에 머무르라’는 말과 ‘투표하러 가라’는 말을 동시에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일주일 뒤로 예정됐던 2차 지방선거는 코로나19가 더 널리 퍼지면서 취소됐다. 전반적으로 투표 결과는 녹색당의 전진과 마크롱의 고전을 보여 줬다.

파리시장 선거 1차 투표에서 2014년부터 파리 시장을 지낸 사회당 안 이달고가 승리했지만, 득표율은 30퍼센트를 겨우 웃돌았다. 2위는 주류 우파 정당인 공화당 라시다 다티였다.

마크롱 정부가 지지하는 후보자인 ‘전진하는 공화국당’의 아녜늬 뷔쟁은 18퍼센트를 득표해 3위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 당이 얻은 득표율의 절반 수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비필수 산업임에도 출근을 하는 노동자들의 저항과 분노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항공기·열차 제조업체 봄바디어, IT기업 캡제미니,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 제너럴일렉트릭, 자동차 제조업체 PSA(푸조시트로앵),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 군수업체 르노트럭에서 파업이 벌어져 사장들은 생산을 중단해야만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조업 중단은 아르장퇴유 지역의 다소 항공에서 벌어졌다. 다소 항공은 프랑스 공군이 사용하는 라팔 전투기와 펠콘 전용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거의 1000명이 고용돼 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영진들의 작업 유지 방침은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집에 있길 원합니다. 가족들이 격리돼 있더라도 노동자들이 계속 일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바이러스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꼴이 될 테니까요. 모든 사람들은 최소 15일 동안 전면적인 공장 폐쇄를 하길 바랍니다.”

경영진들이 이 방안을 거부하자 노동자 약 300명이 파업에 돌입했고, 결국 사장들은 일시적으로라도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례들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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