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낙태죄 위헌 결정 촉구 퍼레이드 ⓒ이미진

4월 11일은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 결정에 따라 현행 낙태죄 형법 조항은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정돼야 한다.(헌재 결정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서는 당시 〈노동자 연대〉 기사를 참고하시오.)

이는 낙태권 운동이 거둔 값진 성과였다. 많은 사람들이 헌재 판결에 기뻐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은 한계와 공백을 남겨, 현행법이 올해 말 폐지되더라도 여성의 낙태권이 얼마나 인정될지 현재 불투명하다. 형법상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 여부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헌재가 현행법의 과도한 측면을 인정했지만, 낙태에 대한 형사 처벌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건강과 안전은 뒷전

공은 국회에 넘어가 있다. 그러나 헌재 판결 1년이 지난 지금, 국회에서의 낙태법 개정 논의는 답보 상태이다. 주류 정치인들이 낙태 찬반 진영의 눈치를 보며 낙태법 개정 논의를 총선 뒤로 미뤄버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총선을 의식해 “사회적 합의”와 “속도 조절” 운운하며 낙태법 개정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그 사이 여성들의 고통은 계속됐다. 여성들은 여전히 비싼 비용을 내고 쉬쉬하며 낙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유급 낙태 휴가도 없이 몸이 축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부자 여성들과 달리 대다수 평범한 여성들에게 이는 커다란 부담이다.  

인터넷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낙태약 판매가 판을 치고 있다. 여성들은 사기를 당하거나 가짜 약을 받아도 속수무책이다.

이렇게 여성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성차별 해소”와 “여성 안전”을 외칠 뿐, 불법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낙태 전면 합법화

총선 이후 상황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정의당이 헌재 판결 직후 형법상 낙태죄 폐지와 (임신 주수와 사유에 따른)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을 발의했으나, 5월 29일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만약 올해 12월 31일까지 낙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행 형법상 낙태죄 조항은 효력이 정지된다. 그래서 낙태 반대 진영은 낙태법 개정 과정에 적극 개입할 태세이다. 연관 맺고 있는 국회의원을 활용해 낙태죄 처벌을 유지하고 낙태 허용 범위를 최대한 좁히는 법안을 발의할 공산이 크다.

미래통합당과 민주당 등 주류 정당들도 낙태 허용 조건과 범위를 제약하려 할 것이다. 황교안은 낙태 반대론자이고 가톨릭 교회에 낙태죄 존치를 위한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를 시도했고, 유엔의 낙태죄 폐지 권고조차 거부한 바 있다.

저출산 우려뿐 아니라 코로나·경제의 이중 위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여성의 낙태권을 옥죄려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에 대한 고통 전가를 시도할 때 여성의 낙태권을 공격하며 보수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그래서 낙태권 운동은 만만치 않은 제2라운드를 준비해야 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부합하지 않는 여러 제약 조건에 타협하지 말고 낙태권을 확고하게 옹호해야 한다.

(징역형이든 벌금이나 과태료 형태이든) 의사 처벌 조항이나 임신 기간·사유에 따른 제약 조건을 남겨선 안 된다. 의사나 국가, 남편의 승인을 전제조건으로 둬서도 안 된다. 오롯이 여성의 결정으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낙태 권리를 전면 보장해야 한다.

낙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국가가 질 좋은 의료 서비스와 낙태약을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직장 여성들에게는 낙태 휴가를 유급으로 보장해야 한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헌재 결정 1년을 맞아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권리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낙태 문제를 둘러싼 국회 내 세력관계는 이번 총선이 끝나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낙태권을 성취하려면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더 성장해야 한다. 장차 여성과 남성 노동계급이 대거 동참하는 운동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