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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위기에 빠진 쌍용차:
일자리 보호 위해 국유화하라

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투자 계획 철회로 급속히 위기로 치닫고 있다. 노동자들의 앞날은 또다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4월 3일(인도 현지 시간) 마힌드라그룹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초 약속한 쌍용차에 대한 23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마힌드라의 자동차 판매 급감, IT·금융 사업 부진 등으로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당장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700억 원의 채권을 갚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쌍용차는 2016년 이후 적자를 지속해 온 데다, 올해 신차 출시 계획도 없다.

마힌드라가 3개월 동안 최대 400억 원의 일회성 자금을 지원하겠다고는 했지만, 이는 한 달 고정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다.

구조조정 압박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사측이 내놓은 대책은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해고, 동료들의 죽음, 생계 파탄 끝없는 노동자 고통의 사슬을 끊어 내야 한다 ⓒ이미진

예병태 사장은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 시국”이라며 “차질 없는 경영 쇄신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말이 좋아 “경영 쇄신”이지,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쥐어짜겠다는 뜻이다.

쌍용차 사측과 노조(상급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가 지난해 합의한 ‘쇄신안’이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임금 삭감, 상여금 200퍼센트·성과급 반납, 연차 지급률 하향, 의료비·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복지를 중단하고 임금을 대폭 축소했다. 사측은 앞으로 십중팔구 더한층의 조건 악화, 인력감축의 칼을 빼 들 공산이 크다.

그러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은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노동자들은 2009년 부도 사태와 대량해고 이후에도 임금 억제, 노동강도 강화, 외주화 확대 등 고통을 전담해 왔다.

한편, 쌍용차 사측은 정부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무상급 노조 지도부도 이에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설사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등을 감안해 [정부가]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구조조정을 전제로 쌍용차 자본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을 명분 삼아 한국GM에 8100억 원을 지원했다. 노동자 희생을 전제로 사기업 GM의 자본금 조달을 지원한 것이다.

기업이 부도 위기에 놓였을 때 정부의 재정 지원은 필요하다. 일자리 수만 개를 위한 투자는 결코 “혈세 낭비”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일자리 보장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엄청난 세금이 채권단에 빚 갚고 구조조정 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

11년의 고통이 반복돼선 안 된다

쌍용차는 지난 십수 년간 수차례 위기를 반복했다.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 1999년 워크아웃 돌입, 2004년 다시 상하이차에 매각, 2009년 법정관리 돌입, 2011년 또다시 마힌드라에 매각.

이런 위기가 반복되는 동안 노동자들은 강제 휴직하고, 해고되고, 임금이 깎이고, 끝을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렸다. 그리고 결국 일부는 죽음에 내몰렸다. 체제의 불안정성 속에 내던져진 노동자들이 얼마나 비참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지 보여 준 것이다.

지금 또다시 마힌드라는 노동자들을 구조조정의 한파로 몰아넣고 있다. 사측은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지만,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마힌드라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조건을 보장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마힌드라는 이번만이 아니라 투자 약속을 번번히 어겨 왔다. 2013년과 2019년에 수백억 원의 유상증자(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자본금을 늘리는 것)를 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 경영난에 처한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에 대한 장기적 자금 투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쌍용차에서 손 떼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점들을 볼 때, 마힌드라 측이 일자리를 보장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이 대량해고된 지 11년이 지났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인 현실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비극적이게도, 오는 5월 1일 마지막 해고자들의 복직 완료(업무 배치) 예정을 한 달 앞두고 노동자들은 또다시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다.

11년 전 노동자연대가 주장한 대로, 정부가 쌍용차를 직접 소유·운영(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했다면 비극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사측에 노동자 고통전가와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묻고, 국유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국가에게 요구하는 게 노동자 고통의 사슬을 끊어 낼 대안이 될 수 있다.

일자리 보호를 위한 국유화

사실 한국 정부도 쌍용차의 반복적 위기와 비극을 만든 당사자이다. 2004년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팔아 넘긴 것도(노무현 정부), 2009년 상하이차의 ‘먹튀’를 눈감아 주고 결국 2011년 마힌드라에 팔아 넘긴 것도(이명박 정부) 모두 한국 정부였다.

무엇보다 국가는 일자리 위기에서 노동자들을 구할 경제적 능력과 의무가 있다. 국가는 경제 파탄에서 기업주들을 구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이런 돈은 노동자들을 구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일자리 보호를 위한 국유화는 법정관리 같은 ‘일시 국유화’와는 다르다. 그런 일시적 조처로는 노동자들은 또다시 매각을 위해 해고와 조건 악화의 위협에 처할 수 있다.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도 정부가 실소유주로서 매각의 전 단계인 ‘법정관리’를 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영구 국유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노동운동은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도전하며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 공황에서 정부는 누구를 구할 것인가? 탐욕스러운 기업주들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삶을 지켜라! 이를 위한 저항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