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지급에서 이주민 배제말라” 4월 9일 경기도청 앞 기자회견 ⓒ강철구

4월 9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 이주·노동 단체들이 모여 ‘이주민을 배제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인주민에게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날부터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이 시작된다.

경기도 내의 시·군 등 지자체 상당수가 도가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에 추가해 최대 25만 원에서 최소 5만 원을 지급한다. 용인시는 초중고 자녀 1인당 10만 원씩 돌봄지원금을 지급한다.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긴급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재난기본소득은 액수도 적고, 일회성이라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상을 선별하지 않고 “경기도민이기만 하면 모두가 대상”이라고 지급 방침을 밝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주민 60만 명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 국적이 없는 결혼이주민, 등록 장기 체류자,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 등이 모두 제외된 것이다. 경기도는 청년기본수당, 노인수당 등 도가 제공하는 다른 복지 혜택에서도 이주민들을 제외해 왔다.

이는 명백히 차별적 정책이다. 축산업을 포함해 중소 규모의 제조업과 어업, 건설업 등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은 이 나라 경제에서 중요한 구실을 해 왔다. 이주노동자들의 소비는 중소도시의 경제에서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주노동자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산업현장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체류기간이 만료된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을 연장했다. 또, 코로나19로 계절노동자 도입이 막히면서 농촌의 일손이 부족해지자 방문 비자로 입국한 이주민도 계절노동자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위생과 조건이 열악한 주거지에서 살고, 영양 상태도 부실하다. 게다가 위험한 작업장에서 장시간 일하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마스크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리적 거리두기도 쉽지 않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해고될 위험도 크다. 그런데도 이주민들을 복지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차별적일 뿐 아니라, 방역 강화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금 걷을 때만 경기도민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이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잇따랐다.

결혼이민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2002년부터 경기도에서 결혼이주자로서 살고 있고 2006년에 영주증도 발급받았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저와 남편, 자녀가 나와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우리를 챙겨야 할 정부가 이런 차별을 해도 되겠습니까? 결혼이주여성들이 똑같은 경기도민으로 대접받지 못해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경기도에 13년째 살고 있는 영주권자인 중국인 A씨는 편지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지만 1월부터 자가격리한 듯이 살았습니다. 중국인 신분을 걸리는 게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에서 살고 이 사회에 기여하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있는 외국인을 외면하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돈을 걷을 때만 도민이라고 하고 복지는 외국인이라서 생각하지도 말라고 하는 겁니까?”

그의 주장대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세금을 내고 있다. 국세청 발표를 보면 2017년 기준 이주노동자들은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

다른 이주노동자 C씨의 글도 낭독됐다. “한국에 온 지 10년 넘은 스리랑카인입니다. 우리도 지방세 내고, 자동차세 내고, 내야 하는 걸 다 내고 있는데 왜 우리는 지원을 안 해 줍니까? 코로나19 때문에 일도 많이 없고, 애를 키우지만 돈도 못 벌고 있는데, 한국 사람만 주고 외국인들은 안 주는 게 말이 안 됩니다. 같은 인간인데 우리에게도 지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情만천하 이주여성협회’ 왕그나 대표는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에서] 18년째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투명인간입니까? 재난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도 국적을 따지지 않는데, 재난지원금에서 차별이 난무하고 인권이 유린돼서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있습니다.”

최정명 민주노총 경기본부 수석부본부장도 재난소득은 경기도민 세금에서 나오는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주민에게 세금을 걷고도 이주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기도는 도내 거주 이주민 모두에게도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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