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주의자가 말한다:
변화 염원을 실망시킨 버니 샌더스의 바이든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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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한국 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도전한 버니 샌더스가 선거운동 중단을 발표하고 바이든을 지지한 데 이어, 4월 14일 바이든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때를 같이해 미국민주사회주의당(DSA) 회원인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진보적 인사들이 바이든을 지지하면서 ‘민주적 사회주의’의 도전에 기대를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 우려와 실망을 안겼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가 그 의미를 다룬다.
버니 샌더스의 2020년 대권 도전이 끝났다. 그의 선거 도전은 미국 주류 정치권에서 제한적인 형태로나마 반자본주의 정치가 재부상하는 데에서 핵심적 일부였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샌더스는 자기 공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지지를 받던 시점에 사임했다. 미국 민주당 주류에 친화적인
투쟁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 예비경선 투표자 대다수가 전국민 단일건강보험 같은 정책에 동의하면서도 샌더스가 이를 실현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텍사스주
계급의식과 계급투쟁의 발전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기를 떨어뜨린 1990년대 초의 패배를 딛고 미국 좌파가 모든 필수적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지금 절실히 필요한 수준으로 단번에 계급투쟁을 발전시키기를 바란다면 이는 순전한 관념론이다.
계급의식의 발전은 불균등하다. 때로는 급격하고 때로는 지지부진하다. 2018~2019년, 특히 공화당이 주정부를 잡은 곳에서 벌어진
1999년 시애틀 WTO 반대 시위,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2008년 금융 위기의 충격, ‘점거하라’ 운동, 도널드 트럼프 집권, 미국민주사회주의당
그 모든 기여에도 샌더스의 선거 운동에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다. 샌더스가 사임한 지금 모든 좌파는 이를 정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샌더스 선거 운동은 선거판 바깥에서는 운동을 건설하지 않았다. 사회주의가 선거를 통해 위로부터 건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간과한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사회주의 실현을 저지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고 파시즘까지 동원하려 할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후보의 당선조차도 아래로부터의, 즉 노동계급의 행동과 압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샌더스가 사임 전부터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지지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실망스럽다. 민주당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결정 덕에 샌더스는 주류에게 인정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서 1960년대 이래 “사회 운동의 무덤”이었던 자본주의 정당
제국주의 문제
미국의 군사 정책과 대외 정책에 대한 샌더스의 발언은 다른 후보들보다 나았지만 사회주의적 국제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내에 초점을 둔 전국민 단일건강보험과 그린 뉴딜 공약이 “미국 우선주의의 좌파적 버전”에 가깝다는 미국 마르크스주의자 마이크 데이비스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제국주의에 관한 샌더스의 언행은 뒤죽박죽이다. 샌더스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는 비교적 비판적이지만,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고 BDS 운동
샌더스는 미국이 칠레 군부 쿠데타, 엘살바도르 정부군의 민간인 학살, 2019년 볼리비아 쿠데타를 지원하며 라틴아메리카에 개입한 것을 옳게 비판한다.
샌더스는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반제국주의의 징표로 내세우지만, 그후 몇 년 동안 이라크 전쟁 예산에 계속 찬성표를 던져 사실상 전쟁에 “찬성”했다. 샌더스는 미국이 코소보·리비아·아프가니스탄·시리아 등 세계 곳곳에 개입하는 데에 찬성표를 던졌다. 샌더스는 그 개입을 “더 인간적”으로 포장하려 했을지는 몰라도 미국 제국주의를 근본에서 바꾸려 하지는 않았다. 1999년 코소보 폭격에 샌더스가 찬성표를 던진 것에 항의해 시위대가 버몬트주 벌링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점거하자, 샌더스가 경찰을 불러 이들을 체포하게 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작은 시위에도 이렇게 대응한 것에 비춰 보면, 대통령이 된 샌더스는 자본주의에 도전하고 체제를 근본에서 바꿀 잠재력이 있는 노동계급의 다른 저항과 행동도 적극적으로 제약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샌더스 사임은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절망할 때가 아니다. 사회주의를 향한 투쟁을 이어나갈 때다. 샌더스의 선거운동은 인상적인 기층 운동을 조직했다. 그 에너지와 열정을 샌더스의 대권 도전 중단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선거판 밖 운동과 연결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와 이것이 동반한 경제 위기는 이 사회의 심장부에 있는 모순을 더한층 드러냈다.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면 샌더스의 선거운동이 고무한 사회주의 의식을 물질적으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이 투쟁을 위해서는 1년에 한 번 투표소에 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작업장 투쟁을 확산시키고, 사회 운동을 건설하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