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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경제 위기: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

1주일째 신규 확진자 수가 20~30여 명을 유지하는 등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과 의료진, 공무원들이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부가 3월 후반에 시작한 ‘고강도’ 거리 두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낸 듯하다. 정부는 휴업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다중 이용시설들을 불시 점검해 영업정지를 명령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했다. 휴업 명령에 따른 손실 보상 등 정부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예방이 아니라 처벌로 거리 두기를 강제하는 조처는 정부의 방역 완화 정책으로 처벌 명분이 약화되면 반발만 낳고 효과를 잃을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이라도 정부가 책임성 있게 휴업 명령을 내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도 생활에 필요한 지원과 각종 부채를 경감해 주는 등 합당한 피해 예방 조처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구로 콜센터와 병원 등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지면서 기업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방역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아예 문을 닫기보다는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거리두기를 하며 가동하는 편이 낫다고 여겼을 법하다.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한 콜센터 필수 업무만, 충분한 거리두기와 휴게 시간을 보장하며 운영해야 한다 ⓒ출처 수원시

그런데 이런 상황은 실제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를 준다. 기업주들이 제대로 된 (즉, 돈이 드는) 대책 없이 규정 준수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병원 노동자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병원 측에 규정을 준수하라고만 할 뿐 개인 보호구와 재정 등을 제때 지원하지 않고, 병원 측은 이를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할 뿐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걱정과 노동강도만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마스크나 심지어 우산을 쓰고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해야 하는 ‘재택근무’ 노동자, 거리를 두고 일하느라 동선이 길어진 노동자 등 대부분의 부담이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져 왔다.

노동자들이 이런 불편함을 참는 것은 자신과 동료들의 안전 때문이지만 정부가 일부 개인과 종교 단체들을 대상으로 벌인 속죄양 삼기의 영향도 있을 듯하다. 정부는 ‘감염원으로 찍히면 사회적으로 따돌림당할 뿐 아니라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필요 이상으로 동선을 까발리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 측의 접촉자 명단 제공이나 31번 확진자의 동선 진술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고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불가피하지도 않을 뿐더러 낙인 효과 등 피해를 낳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조처를 지지해선 안 된다.

예방을 위한 지원과 배려 대신 권위주의적 통제에 의존한 것은 이 정부가 ‘선제적’인 조처는커녕 계속 상황에 쫓겨 왔음을 보여 준다.

이런 방식은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심리적 억제 효과가 체계적인 방역을 영영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의 말과 실제 조처 사이의 커다란 격차를 느끼고 있다. 정부의 엄포에도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제대로 된 방역, 해고 금지와 소득 보전 등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요구들을 제시하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근거 없는 권위주의적 통제와 집회 금지 등 정치적 억압에 순응하지 않을 것임도 보여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감염 위험에 맞서 저항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조건을 지키면서 감염 확산 우려를 최소화하고 집회를 여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연이어 승리를 거두고 있는 전국의 화물 노동자들이 그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집회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바이러스의 불확실성과 세계적 유행을 고려하면 지금은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소강 상태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런 상황이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운 감염력을 보여 주고 있는 바이러스에 많은 전문가들이 깜짝 놀라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중대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정부와 친정부 언론의 자화자찬 속에 현 상태가 지속되거나 심지어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개학 등 방역 조처가 완화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감염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에 공장과 사무실을 그대로 가동하도록 지원하는 등 보건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조처가 계속돼선 안 된다.

미국 등 열강이 경제 활동 ‘정상화’에 조바심을 내고 있으므로, 조만간 해외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를 ‘정상화’하려는 시도는 이 문을 활짝 여는 효과를 낼 것이다.

특히 정부 여당이 총선 승리감에 도취된 지금이 위험해 보인다. 정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든 이윤 벌충 기회를 붙잡으려는 자본가들을 뒷받침하려고 방역을 소홀히 하거나 안전 규제를 완화하는 등 위험한 시도로 나아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를 포함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를 거의 전적으로 민간기업들에 내맡기다 보니 또 다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지원’이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규제 완화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인보사 사건에서 드러난 실험 결과 조작을 부추기는 효과를 낸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로 유명해진 셀트리온 헬스케어 회장 서정진의 주식평가액은 4월 9일 현재 4조 1396억 원으로 석 달 전인 1월 20일에 비해 1조 4021억 원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도 코로나19로 해고되거나 소득을 잃은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데 극도로 인색하다. 그런데 이처럼 무게 중심이 피해 완화에서 기회 포착으로 옮겨 가면 더욱 친기업적 대책으로 기울 수 있다. 이는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경제 위기의 고통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자들은 온 힘을 다해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 민주노총 등은 노동자들의 항의를 모아내 행동으로 조직하기 시작해야 한다. 좌파는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국의 ‘코로나 사회주의’?

코로나19에 대한 미국의 대처가 “사회주의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각 국가들의 대응 범주는 크게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로 구분된다. ... ‘재난 사회주의’ 혹은 ‘코로나 사회주의’라고 부를 만큼 미국의 대처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를 탈피한 양태가 나타난다.”(민주노총 이슈페이퍼)

트럼프가 경제 상황 악화를 막으려고 엄청난 현금을 쏟아붓고, 해고를 안 하는 기업에 대출 혜택을 주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 지출을 급격히 늘리고, 심지어 몇몇 기업을 국유화 하더라도 이를 ‘사회주의적’이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과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그랬듯이 자본주의 국가도 심각한 위기에 빠진 체제를 구하기 위해 국유화에 나서기도 한다.

게다가 이번에도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는 기업 이윤과 시장에 있었지 대중의 안전과 생명에 있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가 해고를 안 하는 기업에 대출 혜택을 주겠다고 한 것도 어지간한 나라들에서도 하고 있는 조처로, 이것만으로는 대부분의 해고를 막지 못한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기업주들의 해고를 막지 않았다. 4주 만에 무려 2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미국의 실업자 통계가 이를 잘 보여 준다.

현재 이탈리아와 영국의 증례치명률(확진자 가운데 사망자 비율)은 13퍼센트를 넘는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11퍼센트를 넘었고, 확진자 수가 70만 명을 향하고 있는 미국도 4.4퍼센트를 넘었다.

한때 중국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을 보여 주는 듯했던 야전병원은 이제 선진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세계 주요 도시에 설치됐다. 수십 년에 걸친 신자유주의와 긴축이 이런 나라들에도 중국 못지 않은 불균형을 만들어 낸 것이다.

트럼프를 비롯해 여러 나라 지배자들은 중국이나 한국에서 벌어진 일을 ‘예방’하려고 달려들었다가는 경제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미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일부는 그 때문에 아예 현실을 외면했고, 일부는 인구의 일부를 희생시켜서라도 경제 활동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보리스 존슨이 이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한 편의 희극 같은 일이었지만, 1만 2000여 명에 이르는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노동계급과 취약 계층에 집중됐다.

이런 자들 덕분에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매우 잘한 것처럼 부각됐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승리의 최대 공신은 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코로나·경제 위기 대책도 노동자들이 환영할 만한 것은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