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신간 소개: 《문재인 정부와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화 – 좌절과 재시도》:
문재인이 추진해 온 사회적 대화의 본질을 들춰낸 책

《문재인 정부와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화 - 좌절과 재시도》 김하영 쓰고 엮음 | 책갈피 | 2020년 | 227쪽 | 12,000원

문재인 정부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경제 위기 국면에서 사회적 대화를 또다시 추진하고 있다. 노·사·정이 힘을 모으자며 경제주체 원탁회의와 비상경제회의를 열었다.

노동운동 내에서도 사회적 대화 추진 노력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코로나19 원포인트 비상 대화” 등 다양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사회적 대화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좌절되고 재시도를 거듭했는지를 다룬 신간이 나왔다. 책갈피 출판사가 발행한 《문재인 정부와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화 – 좌절과 재시도》가 그것이다. 이 책은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이자 조직노동자운동팀장이 쓰고 엮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지도자들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참여를 보장하는 대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라는 양보를 얻어 내려 한다. 또, 적대적이었던 과거 노·사, 노·정 관계가 이제 동등한 파트너십 관계로 바뀌었다는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사회적 대화 바깥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투쟁을 고립시키고 위축시키고 싶어 한다.”

문재인 시대에는 노동운동이 달라져야 한다거나, 사회적 대화로 노동조합의 사회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해 설득력을 더한다.

이 책은 저자가 노동운동에 깊숙이 관여해 좌파적·투쟁적 방향으로 이끌고자 애쓴 활동가라는 장점도 잘 살아 있다.

김하영은 노동운동 좌파들과 함께 2019년 1월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를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키는 활동을 했다. 당시 《12문 12답: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가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비롯해 여러 글을 쓰고 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문재인 ‘개혁’의 성격을 분석하고, 사회적 대화, 직무급제, 연대임금, 구조조정, 계급투쟁과 연대 등 주요 노동 쟁점과 운동 내 논의를 꾸준히 다뤄 왔다.

그런만큼, 이 책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자의 위치에서 쟁점과 노동운동 측의 대응을 다룬다.

문재인 집권 초기부터 고개 든 사회적 대화 참여론과 민주노총 집행부의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가,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행보로 경사노위 참여 반대가 확산된 것, 좌파의 경사노위 불참 운동의 과정과 의미를 다룬다. 그 뒤로도 제기되는 사회적 대화 활용론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또, 이 책은 문재인 정부가 기회가 될 때마다 사회적 대화를 꺼내 들었음도 상기시켜 준다. 문재인은 경제적·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아쉬울 때마다 그렇게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명분으로 양보를 압박하려 했을 때(민관정협의회), 조국 사태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노동계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을 때(김상조의 민주노총 방문과 새로운 대화 약속), 총선 전에 대화 제스처로 불만 관리 능력을 보여 주고자 했을 때(스웨덴식 목요대화 제안)가 그런 사례이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노·사·정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건 최신 사례다. 그러나 총선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정부는 본격적인 노동개악에 착수하려 들 것이다. 노·사·정 대화로 투쟁을 발목 잡고 양보를 압박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양보와 협력”이 계급을 떠나 모두에게 이롭다는 정부 주장을 비판하면서 말한다. “[노사정 대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지금처럼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경제 회복을 위해 노동자가 희생하라는 주문이 ‘상식’이 된다. … 노동자들의 처지가 개선되기를 원한다면,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노동자 투쟁에 기대야 한다.”

이 책은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독일 하르츠 개혁, 아일랜드 사회적 합의 등 세계적인 사회적 대타협 모델의 진실도 담고 있다. 이 글들은 해당 나라의 좌파 활동가들이 직접 경험한 생생한 내용이라 신뢰를 더한다. 흔히 이 모델들이 좋게 평가되지만, 오히려 이 협약들이 어떻게 노동자 처지를 악화시키고 투쟁을 마비시켰는지 다룬다.

노동계급의 조건을 방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