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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학교급식:
“인력과 비용 지원 없는 학교급식 실시는 감염병에 매우 위험합니다”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자, 학교급식 실시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과 전남 등 일부 시도교육청이 학교급식을 허용하는 공문을 내면서 학교급식 논쟁이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면서, 4월 1일부터 기저질환 등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 전체 교사들의 정상 출근을 강제했다. 좁은 교무실은 집단 감염에 취약한 공간이 됐다. 감염병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한 교사들 처지에서는 온라인 수업 준비만으로도 벅찬데 점심 해결마저 불편하니 ‘학교급식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생기고 있다.

또, 한시적인 ‘가족돌봄휴가’나 ‘지인 찬스’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학교 긴급돌봄에 아이를 맡기는 가정도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40퍼센트에 머물던 긴급돌봄 참여율이 70퍼센트까지 올랐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긴급돌봄에 맡긴 부모 처지에서는 자녀가 안전한 학교급식을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학교급식을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영양교사, 조리 종사원 모두 급식이 주요 업무인데 왜 급식을 안 해?’라고 의아해 한다. 긴급돌봄으로 학교에 오는 학생들과 매일 출근하는 동료 교직원들의 불편을 보면서, 영양교사와 급식 조리원들도 눈치가 보이고 하루하루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교급식을 책임져 온 영양교사들은 제대로 된 지원과 준비 없이 학교급식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영양교사, 조리원 등 급식 종사자들은 업무 전에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해요. 결핵, 장티푸스, 감염성 피부질환 같은 게 있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식품위생법으로는 1년, 학교급식법으로는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받게 돼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업무로 보건소에서 건강검진 업무를 해 줄 수 없다고 해요. 건강검진 없이 급식을 밀어붙이면 감염 위험에 노출돼 건강을 담보하기도 어렵고 학교급식법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게 되는 거예요.”

“학교급식을 하려면 전체 특별 소독을 위한 기간 보장과 인력, 예산 지원이 필요합니다. 급식실에서는 기존 식중독 예방 관리에 더해서 코로나19 대응까지 해야 하니까 소독과 방역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무엇보다 급식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 별도의 방역 책임자를 지정해서 운영해야 해요. 영양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아서 별도의 전문 방역 책임자를 배치하지 않으면 자칫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 업체가 휴업 상태이기 때문에 식재료를 소량으로 납품 가능한지 등을 업체와 미리 협의해야 합니다. 소량 납품이 가능한 경우라도 식재료비만 최소 6000~7000원, 급식실 운영비(소량 급식도 대량 급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를 합산하면 기존 급식 때 책정한 비용보다 평균 3000~5000원은 더 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육청과 교육부가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 줘야 합니다.”

지원 없는 학교급식은 위험

이번 논란은 교육 당국의 잘못된 대책이 불러온 예견된 일이었다.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도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200명에 이르는 인원이 접촉하게 되는 학교급식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역행하는 것으로 감염에 취약하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제대로 된 지원 없이 교직원 출근을 강제하고 학교급식 실시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애초에 제대로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하려면, 전체 교직원에게 출근을 강제해 위험을 높일 것이 아니라 재택근무를 전면 허용해야 하고, 자녀돌봄, 기저질환, 고령, 임신 등의 사유에는 재택근무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고용 형태 구분 없이 차별 없는 재택근무를 보장하고, 학교 노동자들에게는 온전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또, 유급 가족돌봄휴가를 전면적으로 확대해 불안한 마음으로 긴급돌봄에 의존하는 가정을 줄여야 한다.

즉, 학교로 출근시키거나 등교시켜 집단급식을 하게 할 일이 아니라 가능한 물리적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의 근간을 유지한다면서 5월 6일 이후 ‘등교개학’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싱가포르 사례를 볼 때 이는 위험한 도박이다. ‘방역 모범국’이라던 싱가포르는 등교개학 이틀 만에 유치원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이후 한 달 새 확진자가 14배 증가했다!

물론, 온라인 개학 시기에도 불가피하게 학교로 출근 또는 등교하는 일부 구성원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방역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위생 물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안전한 식품위생시설을 갖춘 곳을 선정해 양질의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다. 가정에 머무르는 취약계층 또는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게는 영양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식사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묶여 있던 무상급식비도 각 가정에 환원해야 한다.

제대로 된 준비와 지원 없이 학교급식을 밀어붙이는 것은 교직원과 학생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일 뿐 아니라, 방역의 책임을 영양교사(영양사)를 비롯한 급식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일이다.

교사를 비롯한 학교 노동자들은 정부의 보건 위생 안전 대책 없는 학교급식 실시에 반대하고, 제대로 된 물리적 거리 두기, 충분한 방역용품(안전한 도시락 포함)을 요구하며 함께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