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정부는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되, 그것을 조금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생활방역’으로 옮겨 가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는 “유·초·중·고 학생의 등교개학 시기와 방법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월에 고3부터 단계적으로 등교 개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하루 확진자 50명 이하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전혀 끝나지 않고 있고, 국내에서도 방역망 밖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등교개학 논의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싱가포르는 등교개학 후 학교가 감염 확산의 온상이 되자, 불과 2주 만에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아수라장이 된 온라인 개학

4월 9일 고3, 중3을 대상으로 1차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16일에는 2차와 20일 3차 온라인 개학을 했다. 이로써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총 550만여 명이나 된다.

그러나 정부의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1차 온라인 개학 때 시스템이 불안정해 이용자 분산 등의 각종 대책을 내놨으나, 2차와 3차 온라인 개학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벌어졌다. 접속 지연과 서버 다운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문의 전화가 폭주해, 담임교사들은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온라인 개학의 문제는 시스템 불안정만이 아니다. 출결, 시험과 평가, 생활기록부 기록 등과 관련된 구체적 지침이 나오지 않아 그야말로 학교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등교개학 이후에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입시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을 가는 수시전형은 내신 성적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까지 포함하고 있다. 다양한 교내 활동은 물론 수상을 위한 행사까지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하려면 등교개학 후 짧은 기간에 학습량과 활동량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교사들도 온라인 개학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제대로 된 지원 없이 급작스레 4월 9일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일주일 만에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학교의 교무실 구조는 콜센터랑 비슷한데도 전 교직원 출근을 강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물리적 거리 두기 기간인데도 전 교직원 회의를 하는 학교가 많았다. 결국, 부산 한 고등학교 직원이 확진자로 확인돼 해당 학교 교직원 전체가 20일부터 재택근무를 하면서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사비로 기자재와 프로그램을 구입해야 했고, 온라인 상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저작권 문제 등으로 동영상 준비를 하는 데 많은 불안감도 느꼈다.

이런 학교 현장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새로운 도전”이라며 온라인 개학을 추켜 세웠다. 그러나 이는 모든 책임을 개별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면피성 발언일 뿐이다.

교육격차 확대

한편, 온라인 개학은 교육 격차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난해 내가 담임을 맡았던 다문화가정 아이는 스마트기기 사용이 서툴러서 현 담임교사가 며칠간 전화로 씨름해야 했다.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어려워 차라리 등교 수업이라도 하겠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됐다. 다자녀 가정에서도 기기 부족으로 스마트폰으로 학습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꽤 있다. 4월 7일 기준으로 스마트기기 신청자 수는 약 26만 7000명이었다.

반면, 서울 강남과 목동의 유명 학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학원들이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자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원대상 행정명령 강화 방안을 발표해 전국의 모든 학원이 ‘운영제한 업종’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지만, 학원 강의는 지속되고 있다.(이제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학원은 ‘제한 업종’에서도 제외됐다.)

온라인 수업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가정이 있는 반면, 학원과 고액 과외로 사교육에 의존할 수 있는 가정이 있는 것이다. 온라인 개학이 장기화될수록 이런 교육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처럼 교육부가 준비가 부족한 온라인 등교를 급히 시행하고, 고3부터 단계적 등교수업을 강행하려고 하는 핵심 이유는 입시 일정에 차질을 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은 학습 결손, 수행평가 운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9월 학기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조차 ‘공정한 입시 경쟁’을 위해 학기를 미루자는 것일 뿐 학생들의 경쟁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진보진영이 요구해 온 것처럼 대학평준화와 수능 자격고사화 등이 실현됐다면, 온라인 개학이나 등교개학을 급히 실시해야 한다는 압박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초중고교 시험을 취소하고 있고, 프랑스는 대학 입학 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내신으로 대학입학 전형을 실시한다고 한다.

우리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학교 휴업을 계기로, 대학을 평준화해 학생들이 입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온라인 개학이 입시를 위한 수업이 아니라 돌봄을 지원하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입시를 위해 아이들의 안전을 뒤로 미뤄야 하는 사태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