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방역 지침을 대폭 완화했다. 학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사회 활동이 3월 이전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등교 시기도 따져보는 중이다. 대학들은 속속 대면 강의를 시작했다. 곳곳의 관광지는 벌써 예약이 밀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해 감염 확산 위험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진자 통계는 과거의 추세를 보여 줄 뿐 미래를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현 상황이 ‘폭풍 전 고요’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해고 금지, 소득 지원 등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4월 9일 온라인 수업을 하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조승진

여전히 위험 요인이 많다. 정부 내에서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방역 완화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장도 거리두기를 완화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온 바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총선 직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63.3퍼센트가 거리두기 완화에 반대했다.

이런 우려는 지극히 정당하다. 완치 판정 후 검사에서 다시 양성 판정을 받는 재확진자가 170명을 넘었다. 완치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된 사람이 8000명을 넘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걱정스러운 일이다.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의 항체 생성률이 매우 낮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악명 높은 ‘집단면역’ 전략이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뜻이다. 

방역에 가장 큰 어려움을 낳는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도 생각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대본은 3월 16일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 중 20퍼센트 정도는 퇴원할 때까지도 무증상 상태인 경우들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실상 전수조사를 벌인 신천지 교회 신자들의 경우에도 (검사 당시) 확진자의 4분의 3은 증상이 없었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감염자의 25~50퍼센트가 무증상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스로 병원을 찾은 유증상자를 출발점으로 삼아 접촉자를 확인해 나가는 방식의 방역 절차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팬데믹이라는 상황 자체의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유럽의 감염자 증가세가 줄고 있지만, 브라질을 비롯한 남반구와 러시아, 신흥국들이 새로운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지배자들 모두 경제 불황을 걱정하며 방역 완화를 공언하고 있어 수억 명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유행처럼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번갈아 유행이 반복될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변종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재확진, 무증상, 돌연변이

이처럼 “언제든 다시 유행할 수 있는”(질병관리본부) 조건에서도 감염이 어느 정도 통제돼 온 것은 사람들이 정부의 실제 조처보다 높은 수준으로 주의를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감염 위험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확진자와 격리자에 대한 처벌 엄포와 개인정보 공개 등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압박도 상당했다. 

이에 비하면 정부의 ‘고강도’ 거리두기는 일부에만 적용됐다. 대다수 산업이 평소처럼 가동됐는데, 작업 현장과 출퇴근 교통 등은 ‘고강도’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사실 운이 좋았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이다. 

정부의 조처가 대중의 보건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은 정부 자신의 모순된 언사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 발표 이전에도 나들이객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며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호소한 바 있는데, 정작 최근 지침은 정반대로 내렸다. 

정부는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하면서도 거리두기 ‘유지’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순전히 훗날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가 다시 늘면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사람들 탓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매우 제한적이고 형식적으로만 방역을 하던 생산 현장에서 사실상 빗장을 풀어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일부 산업에서는 생산 차질을 만회하려고 노동 강도를 높이거나 노동시간을 연장하려는 시도가 있다.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안전 조치를 생략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최근 연이은 산재 사고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관련기사). 하물며 이런 환경에서 코로나 예방을 위한 방역 조처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치료제, 백신, 항체(면역 획득) 등이 모두 불확실한 상황이고, 재확산은 필연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이에 대한 대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여러 나라, 일본에서도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채 집에서 앓다 숨지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다. 이 선진국들은 중국·한국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을 보면서도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고, 지금은 대형 참사가 벌어져 여러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이런 안이한 대처가 반복되도록 둬서는 안 된다. 다가올 재확산이 대형 참사가 되지 않도록,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거리두기를 최대한 유지하고 충분한 방역 준비해야 한다.

해고를 금지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휴업 명령(권고가 아니라)을 내려야 한다. 정부가 비필수 분야 종사자들의 생계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

필수 분야에서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개인보호장비 등을 충분히 지급하고, 인력 증원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감염 위험을 낮춰야 한다. 이로 인해 소득이 줄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기업주들을 강제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을 분산시키고 대중 교통을 확대해 위험도 최소화해야 한다. 

재확산에 대비해 공공병원을 늘리고(민간병원 인수 포함), 의료 인력 등을 충원해야 한다.

이 모든 일에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조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관련기사)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재난 지원금 지급조차 미적댈 정도로 재정 지출에 소극적이다. 적자 재정으로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등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위기를 겪는 상황을 기업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문재인은 총선 전부터 “포스트 코로나”, “변화를 기회로” 운운하며 경제 활성화에 군불을 때 왔다. 심지어 이참에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4월 8일에 화학물질 안전규제 완화 계획, 4월 21일에는 바이오산업 규제를 완화하는 첨단재생의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반면, 정부는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이중의 고통에 빠져 있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데에는 극도로 인색하다. 재정을 아껴야 한다며 1회 지급에 지나지 않는 재난지원금 지급도 망설이고 있다. 해고와 소득 절벽에도 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공무원 임금 동결 시도에서 보듯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주들을 위해 코로나19 이전에 추진하던 탄력근로제 확대, 임금체계 개악 등의 조처도 강행하려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저항을 약화시키려고 ‘사회적 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국내에서 잠시 소강 국면을 맞았지만 재확산과 경제 위기로 인한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동계급의 목숨과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가 상담창구로 이동하고 있다 ⓒ조승진

이주노동자 수시 검사,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편,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을 수시 표본검사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최근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사례를 보며 취한 조처로 보인다. 물론 이주노동자들도 사각지대에 방치되선 안 된다. 제대로 된 검사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려면 학교와 공장, 사무실 등에서 거리두기를 유지·강화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정부가 개학을 서두른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개학 이틀 만에 다시 휴학을 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지만 한 번 퍼져 나간 바이러스는 지금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 이주노동자들을 감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처들(방역 물품, 검사비, 주거 시설, 소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것은 이들의 주거 환경 등 생활조건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해고가 늘고 소득이 줄면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그런데 정부는 제대로 된 지원도 없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검사만 반복하려 한다. 이러다가 확진자가 늘어나면 방역 완화로 벌어진 일을 이주노동자 탓하며 속죄양 삼기를 시도할 법하다.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일자리와 소득 지원, 무상 검사와 제대로 된 격리 시설 등이 제공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