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4월 18일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생태학자 존 벨라미 포스터가 발제한 내용을 녹취·번역한 것이다. [ ] 안의 말은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첨가한 것이다.


신진대사 균열과 코로나19를 주제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르크스의 신진대사 균열 이론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는 생태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의 주된 이해이기도 했지만 여러 면에서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이론화하려는 첫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이 이론의 기본 구조는 이렇습니다. 마르크스는 생산과 노동 과정을 인간과 자연 간의 “신진대사” 또는 “사회적 신진대사”라고 이해했습니다. 생산을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규정하지 않고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인류와 자연 간의 “사회적 신진대사”를 나타내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죠.

물론 모든 생물 종은 자연과 나름의 신진대사를 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인류가 노동 과정과 생산을 통해 자연과 독특한 사회적 신진대사를 하며, 그 덕분에 인류는 자연과 능동적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자신과 자연 모두를 변화시킨다고 지적합니다. 마르크스는 자연의 모든 과정을 가리킬 때는 “자연의 보편적 신진대사”라고 일컬었고, 인간의 생산관계와 자연 간의 신진대사는 “사회적 신진대사” 또는 그냥 “신진대사”라고 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과 자본주의 비판 일반을 생태학적 비판과 결합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말씀드릴 개념은 “신진대사의 균열”입니다. 꼭 자본주의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자본주의 하에서 인류와 자연 사이에 회복 불가능한 균열이 생기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마르크스는 주장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완전한 절멸을 낳을 수 있다고, 즉 자본주의 생산이 자연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파괴하고, 인류의 생존 조건과 “사회적 신진대사”의 조건을 뿌리째 흔든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신진대사 균열은 마르크스가 생태 위기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주요한 개념입니다.

사회적 신진대사 개념을 제안한 사람은 마르크스이지만, 그 기초는 19세기 초 독일 등의 세포생물학자들이 발전시킨 신진대사 개념이었습니다. 그 학자들은 신진대사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이용하면서 더 넓은 생태학에 그 개념을 확대 적용했습니다.

마르크스도 그런 흐름을 적극 받아들였고, 특히 위대한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의 연구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리비히는 신진대사 개념을 사용해서 토지 비옥도 위기를 설명했습니다. 산업화된 자본주의 하 농업에서는 식량과 섬유[옷]가 도시로 운송되는데 이것은 곧 농지의 영양분[비료]을 도시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리비히는 지적했습니다. 리비히는 이렇게 도시로 이전된 영양분이 도시의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농지로는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마르크스는 이를 인간과 자연 간의 신진대사 균열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그간 제 책 《마르크스의 생태학》이나, 브렛 클라크와 리처드 요크와 제가 공저한 《생태계의 균열》, 안드레아스 말름의 저작들, 사이토 고헤이의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마틴 엠슨의 저작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저작들이 마르크스의 신진대사 균열 개념에 대한 해석을 가다듬고 여러 영역에 적용하면서 마르크스의 분석을 발전·확장시키긴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분석을 감염병에 적용시키는 것은 간과하거나 적어도 아직 충분히 발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마르크스

그런 분석은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특히 중요합니다. 4월 말에 출간하는 저의 신간 《자연의 귀환》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마르크스의 절친한 친구였던 에드윈 레이 랭케스터가 감염병에 관해 분석한 바를 되짚어 보는 내용이 있습니다. (랭케스터에 관해서는 뒤에서 더 다루겠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마르크스가 말한 신진대사의 균열이 감염병의 원인(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에서 훌륭하게 다룬)을 둘러싼 온갖 쟁점들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날마다 위협적으로 전진하는 노동계급 운동 외에도 공장 노동 일을 제한하도록 강제한 것은 잉글랜드 농토에 구아노[바다새 배설물이 굳은 것] 비료를 뿌려야 했던 것과 똑같은 필연성이었다.” 구아노 무역은 당시 자본주의가 신진대사 균열을 극복하기 위해 벌인 시도의 일환이었습니다. 영국은 농토의 지력을 회복하려고 페루에서 구아노를 수입해 뿌렸죠. 그리고 마르크스는 노동일 제한도 “구아노 비료를 뿌려야 했던 것과 똑같은 필연성”에 의해 도입됐다고 합니다.

마르크스는 이어서 이렇게 씁니다. “이윤을 향한 맹목적인 탐욕이 한편으로는 지력을 소진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의 생명력을 뿌리째 파괴했다.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독일·프랑스 병사들의 표준 신장이 줄어든 것이 그 뚜렷한 증거다.”

여기서 마르크스가 “주기적 감염병”을 언급한 것은 그것이 신진대사 균열, 즉 토양 파괴와 구아노 무역이 보여 주는 생태적 관계 파열과 연관돼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어서 마르크스는 엥겔스가 1844년에 쓴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에서 질병에 관해 뭐라고 했는지를 소개합니다.

그러니까 질병을 이렇게 분석한 전통이 이미 있었다는 것입니다. 엥겔스와 마르크스의 저작들에는 질병을 다룬 대목이 꽤 있습니다.

에드윈 레이 랭케스터는 마르크스의 친한 친구였고 찰스 다윈과 토머스 헨리 헉슬리의 수제자였으며 루이 파스퇴르와 함께 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랭케스터는 다윈의 뒤를 잇는 영국의 지도적인 동물학자였습니다.

랭케스터는 진화론을 비롯한 방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질병에 관해서도 많은 저술을 남겼습니다. 랭케스터는 사회주의자이자 유물론자였습니다. 랭케스터는 1911년에 쓴 《인간의 왕국》에서 당시 일반적으로 인간을 포함해 여러 유기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감염병의 기원이 결국 “동물과 식물을 대량 생산하려는 인간의 탐욕스런 노력”에 있다면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인간은 사육장과 목장에 인위적으로 단일 종[가축]을 몰아넣고, 그와 동시에 도시와 요새에 자신의 동족들을 인위적으로 욱여넣고 있다.” 랭케스터는 문제의 원인으로 “시장과 국제 상인들, 국제 금융이 지배하는 세계”를 지목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당대 영국 최고의 생물학자였습니다. 랭케스터는 유물론자였고 사회주의자(사회민주주의에 더 가까웠지만)였고 마르크스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랭케스터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멸종 문제에 관해서는 실로 당대 최고의 생태학 사상가였습니다.

랭케스터는 “자연의 복수”를 설명하며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엥겔스가 말한 “자연의 복수”와 비슷한 것인데, 랭케스터는 기생충·세균·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이 낳는 원인을 두고 그 표현을 쓴 것입니다. 랭케스터는 이러한 질병들이 주로 오늘날 산업적 농업을 조직하는 방식과 가축 혁명의 산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지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리처드 르원틴과 《변증법적 생물학자》를 공저한 생태학자 리처드 레빈스는 2000년에 《먼슬리 리뷰》에 ‘자본주의는 질병인가?’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레빈스는 이 글에서 특히 자본이 감염병 대유행을 만들어 내고 있고 그 때문에 인류가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더 최근에는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가 《거대 농장이 거대 독감을 낳는다》라는 책을 내서 같은 쟁점을 제기했습니다.

‘단일 건강 모델’

그러나 오늘날 [주류] 세계 역학계에서 지배적인 접근법은 소위 “단일 건강 모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접근법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등에 대응해 2012년쯤부터 부상했습니다. 이런 질병들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감염병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 접근법은 생태학자, 수의사, 의사, 공중보건 담당자들을 참여시켜 더 포괄적인 생태학적 관점으로 신종 감염병들을 다루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1~2년 사이에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이런 관점의 주도권을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생태 문제를 다루면서도 자본의 문제는 회피하는 것이 주류가 됐습니다.

반면, 2014년 좌파 쪽에서는 ‘구조적 단일 건강’ 접근법이 부상했습니다. 로드릭 월러스(롭 월러스의 부친인 듯합니다)의 주도 하에, 롭 월러스와 여러 과학자·지리학자 등이 함께 개발한 접근법입니다. 이 접근법은 신종 감염병, 신종 바이러스가 자본의 순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밝히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먼슬리 리뷰》 2020년 5월호 — 이미 웹사이트에 게시돼 있는데요 — 에는 이들이 쓴 ‘코로나19와 자본의 순환’이라는 글이 실릴 것입니다.

구조적 [단일 건강] 접근법을 따르는 사람들은 역사유물론의 전통에 따라 분석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래서 ‘단일 건강 모델’의 내용 중 감염병의 기원을 순전히 지리적 위치로만 찾을 수 없으며, 그보다는 자본의 국제적 행위에 의한 전파를 추적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런 대유행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이스트반 메자로스가 저서 《자본을 넘어서》에서 사용한 개념)의 표현으로 이해합니다. 또한 이들은 레빈스·르원틴의 변증법적 생태학 분석을 수용해 사회를 마르크스에 기초해 재구성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분석은 마르크스의 신진대사 균열 이론과 변증법적 생태학, [제가] 《생태계의 균열》에서 ‘로더데일 역설’*을 설명한 것, 레빈스가 공중보건을 비판한 것, 마르크스 이론 중 특히 상품 사슬에 관한 개념 등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우리에게는 이번 위기를 이해하는 토대로 삼을 새로운 역사유물론적 역학이 있습니다. 이 역학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해, 주류 학계는 답할 수 없고 답하려고 들지도 않는 여러 문제에 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께서 이런 전통을 이해하고 우리가 생태적 위기, 경제적 위기, 병리학적 위기에 대한 지식을 모두 종합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체계적인 비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이것이 코로나19 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서 핵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