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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코로나 인종차별 중단하라”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메이데이에도 쉬지 못해서 해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요일에 메이데이 집회를 열어 왔다. 집회를 대신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주노동자들 수십 명을 포함해 이주, 노동 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대구 성서공단 앞에서는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렸다(‘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평등한 노동권리 쟁취하자!’). 이주공동행동에 따르면 대구 집회에는 150여 명이 참가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말했다. “한국의 150만 명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더 나빠지고 있다. 우리는 안전하게 일하고 싶고 죽지 않고 싶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최근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한 이주노동자가 하루에도 여러 번 기절할 정도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못해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폭로했다.

최근 코로나19 재난 지원에서 이주민 상당수가 배제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여러 번 제기됐다.

기자회견 사회자 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이주 노동자들은 주민세, 지방세 다 내는데도 왜 우리가 재난지원금에서 제외돼야 하나” 하며 차별 없는 재난 지원을 요구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비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재난 문자를 이주노동자들은 받지 못하고 있고 마스크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 재난지원금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일이 끝나면 기숙사에 감금당하기 십상이다.” “[코로나19를 피해] 귀국을 해도 퇴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빈털터리가 되고 있다.”

한 이주노동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금체불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알렸다. “다른 데서 일하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언제까지 자유 없이 살아야 하나!”(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라나) “직장에서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직장을 바꾸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아저여)

기자회견에 참가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스레이 씨가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농축산업 관련 사업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의 폭로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한 농장에서 일했던 캄보디아 출신 여성 노동자 스레이는 3300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4년 10개월 됐다. 오기 전에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도착해 보니 임금 체불, 숙소 문제 등 여러 가지로 당황스러웠다. 동네 아주머니 노동자들은 말했다. 우리가 사는 집이 돼지 축사보다 못하다고. 우리는 하루에 2시간 이상 무급으로 일해야 했다. 우리 상황이 언론에 알려졌지만 노동부가 직접 와서 조사하고 확인했다는 말을 아직 들은 바 없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노동부의 태도였다. 화장실도 욕실도 없고 난방도 안 되는 숙소에서 살 수가 없어서 고용노동부에 가서 직장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니 고용노동부 센터의 직원은 ‘사장한테 잘못했다’고 말하라고만 했다.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다고 들었다. 나는 일본이 조선인들을 이등시민 취급하고 괴롭히고 억압하고 착취했다는 역사를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 사장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과거 일본 식민 지배자들이 했던 행동을 하는 것인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사장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 당국 자체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 와중에도 건강보험공단은 지역건강보험공단에 강제 가입하도록 해서 나는 매월 12만 원을 내고 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도 못해서 건강보험료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한 캄보디아 이주 여성 노동자의 임금체불 규모는 6000만 원이라 했다!

수원이주민센터 대표 미얀마인 마웅에이 씨도 농업 노동자들의 삶을 전했다. “우리는 빨간 날이 어떤 날인지 모른다. 빨간 날이 어떤 날인지 묻고 싶다. 농업 노동자도 사람이다. 한 달에 세 번만 쉬고 12시간 넘게 일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연장 수당도 없다.”

이주노동자들의 수고 없이 ‘한국인의 밥상’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이후 국경장벽이 높아져 이주 노동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현재 농어촌의 일손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산업재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 전 양주시 가죽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는데 이주노동자가 그 사고로 사망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다. 사고 충격으로 노동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다른 안전한 공장으로 옮길 수가 없어서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설령 다른 공장으로 간다 해도 직업병을 일으키는 공장인지, 체불임금을 상습적으로 하는 공장인지 알 수 없다. 노동부가 일방으로 정해 주는 공장에 가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포천 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대표)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은 초대형 현수막을 펼쳐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지만, 재난지원금은 이주노동자들을 비껴가고 있다. 밥상에 올라오는 농수산물,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 휴대전화, 자동차, 건물, 각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이주 노동자의 노동이 우리 삶 곳곳에 배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할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더 열악해지고 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코로나 인종차별을 중단하라!”,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지원금을 투입하라!”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코로나 인종차별·재난지원 차별 반대! 평등하게 지원하라! ⓒ조승진
4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권 보장! 코로나 인종차별 반대!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