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공유 경제"라는 환상이 부추겨 지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저임금 불안정 플랫폼 노동자 착취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진

4월 초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배달 수수료 인상을 시도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10일 만에 철회했다. 배달 건수와 상관없이 가게 당 월 8만 8000원만 받던 수수료를 배달 건마다 5.8퍼센트 떼는 정률제로 바꾸려다 반발을 산 것이다.

배민 측은 기존 정액제 하에서 벌어진 ‘깃발 꽂기’(한 가게가 정액제를 여러 개 구매해 자신의 가게를 더 많이 노출시키는 것) 등 광고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배달 건수가 적은 신생 가게에 유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배민 측의 논리를 반박했다. “5.8퍼센트 수수료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6.38퍼센트, 여기에 PG사[결제 대행] 수수료 3.3퍼센트를 더하면 9.68퍼센트로 매출의 10퍼센트 가까이를 매 주문 체결 시마다 물게 되는 것[이다.]”

배민 측이 “광고 독점”을 문제 삼았지만, 배달 시장에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인상을 밀어붙인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다른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만약 이 기업결합이 승인되면 시장 점유율 98퍼센트의 독점 배달 기업이 된다.

배민이 ‘요기요’와 합병해도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꼴이 우스워졌다.

배민이 수수료 개편을 철회한 데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비판과 압박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는 배민 수수료 인상 사태를 두고 “독과점 배달 앱의 횡포”, “단순 플랫폼 독점으로 통행세 받는 기업”이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또, 요기요와 배민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위에 독과점 문제를 고려하라고 요청하고, 배민에 대한 세무조사가 필요하다며 압박했다.

결국 배민은 수수료 인상을 철회했지만, 경기도가 배민을 대체할 공공 배달 앱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독과점 배달 앱의 횡포”는 배민 등 플랫폼 기업이 표방한 “4차 산업혁명” 이데올로기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 준다.

플랫폼 경제에는 독점이 없다?

플랫폼 기업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이 정보 기술의 혁신을 가져와, 독점과 위계가 지배하던 자본주의가 분권화된 네트워크형 경제로 변할 것이라는 주장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배민 수수료 사태는 디지털 기술의 혁신도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보여 줬다. 오히려 플랫폼 산업은 점점 더 고도로 집중되고 있다.

국내 배달 앱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 원에서 2018년 3조 원 규모로 급증했다. 배달 앱 이용자 수도 같은 시기 87만 명에서 2500만 명으로 늘었다. 이 거대한 시장을 거의 두 업체(배달의 민족, 요기요)가 양분하고 있다.

어느 정도 덩치가 커지고 시장의 지배적 점유자가 된 플랫폼 기업들은 다른 대기업들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한다. 오히려 IT 산업에서는 신생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성장하는 방식이 흔하다.

구글이 2001년부터 인수합병한 벤처 기업은 200곳이 넘고,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해 덩치를 키운 것은 유명한 사례다.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가 여러 나라에서 독점 금지 판결을 받았다.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낮은 가격, 적극적 프로모션 등으로 이용자 수를 늘리려 애쓴다. 그러나 이후 시장 장악력이 커지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하는 등 횡포를 부린다.

배민도 2015년에는 ‘바로 결제’ 서비스에 한해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발표하며 소상공인들의 환심을 사려 애썼다. ‘배신의 민족’이라는 성토가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플랫폼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도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를 확보한 다음 유료화한 전력들이 있다. 카카오택시는 처음에 수수료 무료, 탑승자 목적지 공개 등으로 운송업계의 주도적 중계 사업자가 됐다. 하지만 곧이어 카풀 서비스를 실시해 기존 택시업계의 승객을 빼앗아 가려 하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다.

사용자는 웃고, 노동자는 우는 ‘혁신’

4차 산업혁명으로 혁신 기술이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적절하게 서로를 매칭해 주고, 그럼으로써 협력에 기초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른바 “공유 경제”다.

하지만 현실의 플랫폼 기업들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를 양산하고 중개 수수료로 이익을 얻는다. 플랫폼 기업들은 여러 업체들이 연합해서 노동자를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착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거에는 한 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대리운전 노동자, 배달기사 등은 이제 여러 업체에서 일감을 얻는다. 이로 인해 기업주들의 “공유 경제”는 열렸을지 몰라도,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노동자성을 부정당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로 밀려났다.

배민은 자신들의 플랫폼 기술이 소상공인과 배달 노동자(라이더), 그리고 플랫폼 기업의 상생에 기여한다며 기업 이미지를 홍보해 왔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이윤일 뿐이다. 배민은 최근 점주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더 지우는 과정에서 배달 노동자가 받는 수수료도 깎았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 혁명을 찬양하며 신년사에서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신흥 기업(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4차 산업혁명과 혁신 성장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치인들은 기존 산업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와 소상공인들의 눈치를 보며 좌충우돌해 왔다. 택시업계의 압력으로 ‘타다’ 규제가 강화돼 ‘타다’ 측이 영업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렇든 문재인 정부는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도 플랫폼 기업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 애쓰고 있다. 개인 정보 활용, 안전 검증 등에서 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아도 일정 정도 규제를 유예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도 확대하려 한다.

“혁신” 운운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는 플랫폼 기업의 이윤 탐욕을 채워 주기 위한 것일 뿐, 노동자와 서민들에게는 전혀 이익이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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