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광주형 일자리’에 복귀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4월 2일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를 결정한 지 한 달도 안 돼 도로 정부의 저임금 일자리 사업으로 기어 들어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 재계 등이 적극 구애에 나서고, 4월 23일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이용섭 광주시장을 만나 관련 논의를 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측면 지원을 해 왔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협약 파기를 결정한 뒤로도 곧장 나오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끌며 타협을 저울질해 왔다. 더구나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그동안에도 몇 차례나 유사한 배신과 후퇴를 거듭한 바 있다. 그래서 본지는 4월 초 한국노총의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 결정 소식을 다루면서 그 점을 미리 경고·비판했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의 광주형 일자리 복귀가 노동자들에 대한 심각한 배신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노사 상생” 허상 쫓기는 노동자 희생 강요를 정당화만 해 줄 뿐 4월 29일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합의서 체결식 ⓒ출처 광주시

첫째, 광주형 일자리는 최저임금 수준인 (기존 자동차 노동자 임금 대비) 반의 반값 임금, 임금과 단체협약 유예 등 노동자 희생을 전제한 저임금·저질 일자리 사업이다.

누군가는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임금이라도 어디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청년·노동자들에게 저질 일자리냐 실업이냐 하는 나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저임금 일자리 모델을 확산해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조건을 하향평준화 하려 한다. 그러나 경제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이 고통을 짊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

둘째, 이번에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광주시로부터 노동계가 참여하는 ‘광주 상생 일자리 재단 설립’ 약속을 받아 낸 것을 복귀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노동계가 (부분적으로) 관여한다 해도 저임금·저질 일자리 사업이라는 본질이 바뀌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와 광주시는 노동계가 참여한 ‘노사정 협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자 희생 강요를 정당화하려는 것일 뿐이다.

셋째, 그 점에서 한국노총의 광주형 일자리 복귀는 문재인 정부의 고통전가 정책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깊어지는 지금,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을 후퇴시켜 기업을 살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4월 22일 발표한 ‘코로나19(COVID-19) 위기대응 고용안정 특별대책’은 노동자가 임금 감소를 받아들이는 고통 분담(사실상 노동자만 고통 전담)을 전제로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이 포함됐다.

그리고 이를 위해 중앙 차원의 노사정 협의, 업종별·지역별 “노사정 상생” 협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노사민정 합의의 대표 모델로 꼽힌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 적극 협조해 온 한국노총 지도부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문재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하려 한다. 올해 1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2월에는 부산형 일자리 협약을 체결했다. 4월 28일에는 울산 울주군이 ‘노사상생형 지역 일자리 컨설팅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그러나 앞서 살펴 봤듯이, 이런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은 노동자들에게 희생과 양보를 주문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정부와 사용자들의 희생 강요에 반대하면서 단단히 저항을 벼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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