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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로 노동자·서민의 고통이 심각해지다
불가피하지 않은 타협을 피해야 한다

4월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종사자 1인 이상인 국내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827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만 5000명이나 감소했다. 사업체 종사자 숫자가 감소한 것은 이 분야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상용노동자는 8000명 줄어들었으나, 임시·일용직은 12만 4000명, ‘기타 종사자’는 9만 3000명이나 감소했다. 기타 종사자는 보험설계사,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 같은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실업과 소득 감소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4월 22일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 실업급여설명회장을 찾은 실업자들 ⓒ조승진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로 직접적 타격을 입은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에 피해가 집중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출 제조업 등 주요 산업들로도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4월 1~20일 동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퍼센트나 추락했다.

총선 전에 문재인은 고용 안정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고용 안정 대책을 발표한다는 4월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정부는 기업 지원을 우선하고, 노동자들이 위기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안을 내놓았다. 기업 지원은 더 늘려 총 235조 원을 쓰겠다면서,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데 쓰는 돈은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노동운동이 요구해 온 해고 금지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고용유지 협약 사업장”의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은 포함됐는데, 이는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면 정부가 임금 삭감분의 일부를 6개월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다. 결국 고용을 지키려면 임금 삭감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4월 29일 열린 1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도 기업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의료, 데이터, 자동차 등 10대 분야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겠다고 한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의료 관련 개인정보 기준을 완화하는 등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자·서민의 생계난 해결보다는 기업들의 고충 해소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돈을 지원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사실, 전부터 계속 반복돼 왔다.

사회적 대화

정부가 기업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4월 29일 문재인은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에 참가해 사회적 대화 확산을 적극 촉구했다. “산업별·기업별 노사의 고용 유지를 위한 상생의 노력이 더욱 확산되어 중앙 차원의 사회적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말이다.

4월 29일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 ⓒ출처 청와대

실제로 사회적 대화 분위기는 꽤 무르익은 상황이다.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은 재계와 노동계 단체들을 잇따라 만나, 민주노총이 불참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외에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자며 조율해 왔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제안한 것이다.(한국노총 집행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우선해야 한다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에 반발하고 있으나 새로운 대화 기구 불참으로 기울지는 않을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 지도자들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자들의 희생, 투쟁 자제 등 협조를 구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경제 효율을 꾀하고 위기 관리 능력을 (특히 기업인들에게) 보여 주고자 한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집행부는 해고 금지를 비롯해, 취약계층에 대한 생계보장, 사회안전망 확대 등의 요구를 노사정 협의를 통해 조율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도 민주노총 집행부가 이런 방향을 추구하는 데 영향을 준 듯하다. 다수당이 된 여당과 협력해 노동계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공세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는 위기 해법은 바로 이런 사용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정 타협은 이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압박하고, 투쟁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고통을 대변하며 투쟁을 조직해야 할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회적 대화 추진에 열을 올리는 것은 부정적 효과를 낸다.

사회적 대화가 추진되는 지금도 이미 해고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사회적 대화 추진에 신경쓰는 동안 시급한 해고 저지 투쟁이 뒷전으로 밀려선 안 된다.

그러나 민주노총 중집은 노동자대회를 멀찌감치 7월에나 하는 것으로 미뤘고, 5월 1일 노동절 집회는 지역분산적 소규모 집회로 축소했다.

이처럼 사회적 대화 추진이 가리키는 방향은 사용자와 정부에 맞서 투쟁하자는 게 아니라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가피하지 않은 타협은 불가피하지 않은 양보를 수반할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사기 저하도 수반할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