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할 필요 없다”를 읽으시오.

유전자가 아니라 “개체와 환경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이야말로 자연 현상 ― 특히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 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따라서 그 모두를 봐야한다는 이의철 씨의 주장은 내 입장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이의철 씨가 인정했듯이 “환경적 요인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한 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려” 드는 현실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이런 비판은 일리가 있[다].”

외상 예방 캠페인이나 교육은 안전 시설에 대한 기업과 국가의 투자 없인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일해야 하고, 위험한 RV, SUV 자동차들이 돌아다니도록 부추기고, 아이들에게 아토피를 일으키는 각종 유해물질들이 공기를 떠돌게 하는 이 나라 정부가 “이제 배아줄기세포가 있으니 걱정마시라”며 만병통치약처럼 들이미는 꼴은 역겹기 그지없다.

현실의 문제에서 조금 벗어나 현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갖고 있는 환원주의적 성격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자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모든 과학 연구가 그렇듯이 인간의 질병과 건강에 대한 연구도 그 출발은 각 개체의 구성 요소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전자나 세포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 출발로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구성요소 각각을 ― 그 조차도 불충분하기 짝이 없지만 ― 이해하면 그 전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전해선 “환원주의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인간의 몸은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졌어.”라고 하는 것과 “인간의 몸에 배아줄기세포를 넣으면 이렇게 될 거야”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인 것이다.

심지어 황우석 교수를 비롯해 어느 과학자도 아직 배아줄기세포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몸의 일부를 만들어내는지도 거의 모르고 있다. 설사 다 알게 된다고 해도 그것을 ‘조절’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렇듯 이의철 씨도 배아줄기세포를 당장에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그 근거는 뭘까? 우리가 그 과정을 이해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현실에서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일까?

아마도 “모든 세포는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이런저런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는 정도가 거의 전부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인간 몸을 구성하는 모든 단백질에 대한 정보가 유전자에 담겨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으니 유전자를 조작해서 질병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과 얼마나 다를까?

심지어 콩이나 옥수수 같은 것들의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른 한편,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유전자 변형(돌연변이)이 종종 암을 일으킨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그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 언론의 호들갑, 침 흘리는 기업들의 모습은 단지 여러 사례들 중 하나가 아니라 현재 이뤄지는 생명 과학 연구의 가장 압도적인 경향 ― 환원주의 ― 을 대표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현대 과학 기술에 대한 아무런 통제권도 갖고 있지 못하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난세포를 안정시키는 기술부터 시작해서 냉동하고 다시 녹이고 그 핵을 교체하고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각각의 모든 과정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거대 제약회사들과 농화학기업들의 수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그저 “지켜볼 만”한 일만은 아니다. 비슷한 다른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방식의 연구와 이용은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전자 조작 식품처럼 불완전한 기술의 남용과 그 기술의 독점으로 인해 생겨날 각종 부작용은 나만의 우려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