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로버츠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다. 2008년 경제 위기와 1930년대 공황을 견줘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분석한 《대공황》(The Great Recession, 국내 미번역)과 2008년 이후 세계경제를 분석하는 《장기불황》(연암서가)을 썼다. 또한 그는 자신의 블로그(https://thenextrecession.wordpress.com)에 최근 경제 상황을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분석하고 논평하는 글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제2차세계대전 이래 가장 길었던 미국 경제의 팽창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는 제2차세계대전 이래 가장 가파른 경제 수축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최근 브루킹스-파이낸셜타임스 지수(일명 타이거 지수)에 따르면,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엄습하면서 세계경제는 제2차세계대전 이래 가장 심각한 붕괴에 직면했다.

2020년은 제2차세계대전 이래 처음으로 전 세계 GDP가 수축한 해가 될 것이다. 그 전에 생산량이 줄어든 시기는 제2차세계대전 말기와 그 여파가 있던 때뿐이었다.

헤지펀드 JP모건의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향후 2년 동안 전 세계의 생산량이 5조 5000억 달러 줄어드는 대가를 치를지도 모른다고 예상한다. 이는 일본의 연간 생산량(5조 1500억 달러)보다 큰 규모다. 그리고 이 손실은 영구적일 것이다. 내년 말까지 거의 GDP의 8퍼센트가 사라지는 셈이다. 선진국 경제가 치를 대가는 2008~2009년과 1974~1975년 경기침체를 합친 것과 비슷할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전례 없는 통화·재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GDP는 아무리 빨라도 2022년까지는 경제 위기 이전 추세로 복귀하기 힘들 것이다.

국제결제은행은 국제 공조 없이 각국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코로나19 2차 유행을 초래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2020년 말 미국 GDP가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12퍼센트 가까이 수축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예측 기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자리 2000만 개가 사라져서 실업률이 1929년 대공황 이래 가장 크게 치솟을 것이고, 일자리의 40퍼센트가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반부’의 소위 ‘신흥국 경제’가 처한 상황도 있다. 많은 신흥국 경제는 기초 상품(에너지, 산업재 금속, 농식품 등) 수출국이고, 장기 불황 이후로 기초 상품 가격은 급락했다.

이제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러한 경제 수축을 강화할 것이다. 올해 신흥국 시장의 생산량은 1.5퍼센트 수축할 전망이다. 신뢰할 만한 집계가 시작된 1951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2020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예측한다. 세계은행이 〈아프리카스 펄스〉 보고서에서 발표하기를, 지난해 2.4퍼센트 성장한 이 지역 경제는 올해는 2.1~5.1퍼센트 수축할 것이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무엇보다도 무역·가치 사슬이 두절돼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경제의 생산량이 370~790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IMF 수석경제학자였던 케네스 로고프는 “1930년대 이래 경험한 바 없는 상품 가격 붕괴와 국제 무역 붕괴를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억눌린 수요의 분출?

마이클 로버츠 ⓒ<소셜리스트 워커>

전 세계 국가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90여 개 ‘신흥’ 국가들이 IMF에게 구제금융에 관해 문의했으며, 적어도 60개 국가가 세계은행의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려 했다. 세계은행과 IMF는 코로나19 대유행의 경제적 파장에 대비해 최대 1조 2000억 달러 상당의 재원을 준비했다고 공언했지만, 이 액수는 소득 손실, GDP 손실, 자본 유출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다.

은행 연합체인 국제금융기구(IIF)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1월 이래 960억 달러가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10년 전 세계 금융 위기 때 빠져나간 260억 달러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로고프는 “분명 정부 부채 위기가 쇄도할 것이다. 이 체제는 이렇게 많은 채무불이행과 구조조정을 한꺼번에 감당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들이 풀리면 ‘억눌린’ 수요가 분출해 세계경제가 반등한다는 낙관주의가 여기저기 퍼져 있다.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가계가 전에 없는 소비를 하며, 기업들이 예전 직원들을 다시 고용하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밝은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중앙은행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집에만 있어서 쌓인 돈이 그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돈은 팬데믹이 끝나자마자 곧장 경제로 다시 흘러들어갈 것이다.” (이것이 작은 나라 중앙은행장의 말이라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조타수도 이런 시각을 공유한다.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은 이렇게 공언했다. “이것은 단기적 문제다. 두어 달 정도 지속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헤쳐나갈 것이고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다.”

전직 재무 장관이자 케인스주의의 권위자인 래리 서머스도 조심스럽게 이에 동조한다. “경기 회복이 여러 예상보다 빠를 수 있는데, 이 회복은 겨울마다 총체적 불황에 빠지는 케이프코드[유명한 여름 휴양지] 경제가 회복하거나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미국 GDP가 회복되는 것과 그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국과 세계경제는 철 지난 여름 휴양지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겨울 동안 실질적인 타격은 없었고 여름이 되면 다시 개장할 태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굉장한 낙관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자들이 빠른 브이(V)자 회복을 전망하면서 간과하는 것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초래한 경기후퇴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며, 한 지역이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를 강타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 특히 소규모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재기하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조치들이 있기 전부터 미국과 유럽 기업들 10~20퍼센트는 영업 비용과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만큼의 이윤도 벌지 못했다. 이런 ‘좀비’ 기업들에게 케이프코드의 겨울은 마지막 결정타일지도 모른다. 이미 중간 규모의 여러 소매업과 레저 연쇄점들이 파산 신청을 하고 있고,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그 뒤를 따를 것이다. 많은 셰일 기업들도 경영난에 빠져 있다.

일류 금융 분석가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부채는 이번 위기에 적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나누는 경계선이자, 적자생존 경쟁에서 사활적인 요소임이 이미 입증됐다. 많은 부채를 안은 상태에서 위기를 맞이하는 기업들은 영업을 지속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수많은 경쟁자들이 사라진 풍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 이후 생산량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에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노무라증권사의 경제학자들은 2023년이 되기 전까지는 유로존 GDP가 2019년 4분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내 책 《장기불황》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2008~2009년 대불황 이후 성장 추세는 그 이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성장이 재개됐을 때 성장률은 이전보다 더 저조했다.

2009년 이래로 미국의 1인당 GDP의 연평균 성장률은 1.6퍼센트였다. 2019년 말에 1인당 GDP는 2008년까지의 성장률 추세선보다 13퍼센트나 낮았다. 2008~2009년 대불황 말미에 1인당 GDP는 추세선보다 9퍼센트 낮았다. 그래서 그 후 10년 동안 경기가 팽창했지만 미국 경제는 계속 추세선 밑에 있었다. 그 간극은 현재 1인당 1만 200달러에 이른다. 소득의 영구적 손실이다. 그리고 현재 골드만삭스는 1인당 GDP가 지난 10년 동안의 상승을 무위로 돌릴 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재정 지출

세계 무역도 문제다. 2009년 이후 세계 무역은 세계 GDP와 거의 비슷하게 증가하지만(청색 선), 2009년까지의 추세선(검은 점선)보다는 한참 뒤쳐졌으며, 이제는 더 낮아진 추세선(노란 점선)보다도 쳐져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 무역이 적어도 2년 동안은 더 낮아진 추세선조차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제에 주입한 막대한 신용과 대출, 전 세계 정부들의 거대한 경기 부양 재정 정책이 있지 않은가? 이것들이 경제를 더 빨리 호전시키지 않을까? 지금 중앙은행들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기구들조차 경제 개입에 뛰어들어 국채, 회사채, 학자금 대출, 심지어 각종 상장지수펀드[코스피200 같은 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로 파생금융상품의 일종]를 매입해 신용을 주입하고 있다. 그 규모는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2008~2009년 세계 금융 위기 때에도 없었던 것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국채 매입 규모는 이미 이전 양적완화 정책을 훨씬 뛰어 넘었다.

그리고 3월에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재정 지출도 2008~2009년 대불황을 전후한 시기의 재정 지출을 훨씬 능가한다.

경제와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발표된 신용 제공과 재정 지출 규모를 측정해 봤다. 재정 지출은 GDP의 4퍼센트에 이르고, 이와 별도로 신용 제공과 정부 보증은 GDP의 5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규모는 2008~2009년 대불황 때의 두 배다. 몇몇 주요 국가들은 실직한 노동자들과 문을 닫은 소기업을 지원하려고 그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다른 방향으로도 더 나아갔다. 정부는 가계나 기업에게 현금을 지금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는 악명 높은 자유시장 통화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헬리콥터 머니’와 다름없다. 즉,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하늘에서 돈을 뿌린 것이다. 은행은 잊어버리고, 돈이 필요하고 돈을 쓸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 주라.

헬리콥터 머니나 민중의 화폐를 주장하는 포스트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이렇게 입증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주류 경제 정책에서 거부되거나 무시되던 이론이 갑자기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이론은 바로 부채(국채 발행)를 늘리지 않고 그냥 ‘돈을 찍어내서’ 재정 지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 즉 연준이나 중앙은행이 정부 계좌로 돈을 꽂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대화폐이론(MMT)이다.

케인스주의 논평가이자 MMT에 콧방귀를 뀌던 마틴 울프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낡아빠진 원칙은 모두 내던져 버려라. 각국 정부들은 재정 준칙들을 이미 포기하고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중앙은행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화폐로 정부 재원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자신들이 벌이는 일이 돌이킬 수 있는 일이고 그래서 화폐를 통한 재원 마련이 아닌 것처럼 군다. 그것이 착각일지라도 그 덕분에 중앙은행들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 다른 대안은 없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후폭풍을 헤쳐나갈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처럼 위기가 심각하면 ‘헬리콥터 머니’조차 완전히 정당할 수 있다.”

MMT의 정책이 도래했다! 이처럼 순전히 화폐로 재원을 마련하는 정책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요량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MMT의 지지자들은 이것이 그들 주장대로 영구히 계속될 수도 있다며 의기양양해 하고 기뻐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지출해야 하며 따라서 화폐를 창출해야 하고 경제를 완전고용에 이르게 해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와 MMT가 자본주의를 구원할지어다.

화폐 발행이 답일까?

나는 여러 글에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MMT의 이론적 결함들을 자세하게 다뤘다. 이런 이론과 정책들은 자본주의의 사회적 구조라는 핵심적인 요소를 무시하는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에서 생산과 투자는 대중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윤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윤은 기술과 생산적 자산에 대한 투자 비용과 비교해 노동계급을 충분히 착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윤은 정부가 충분한 ‘유효수요’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급진적인 포스트케인스주의자와 MMT 지지자들은 정부가 지출하고 또 지출하면 가계도 더 많이 지출하고 자본가들의 투자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래서 경제(즉, 자본주의)의 사회적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완전고용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MMT 정책 하에서는 은행들이 온존할 것이며, 대기업과 FAANG[미국의 주도적인 IT 기업들로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머릿글자를 딴 용어]도 무사할 것이고, 주식시장도 계속 굴러갈 것이다. 자본주의는 화폐가 열리는 마술 나무(Magic Money Tree, 머릿글자를 따면 MMT)로 재원을 마련하는 국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베이징대 교수 마이클 페티스는 저명한 ‘대차대조표’ 거시경제학자다. 최근 페티스는 “MMT 천국과 MMT 지옥”이라는 흥미로운 글에서 정부 지출 증대를 위한 화폐 발행이 효험이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추측을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쓴다. “핵심은 이것이다. 정부가 이 추가 자금으로 GDP를 부채보다 빨리 늘어나게 할 수 있다면, 정치인들은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이나 부채 증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화폐가 생산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런 걱정을 해야 할 것이다.”

“화폐를 창조하거나 빌리는 것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생산적 투자의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지 않는다.” [페티스는 다른 글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이 높은 자본 비용 때문이 아니라 낮은 기대 수익 때문이라면, 더 값싼 자본과 더 낮은 수요 사이의 상충 관계에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말이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많은 통화·재정 보조금들은 결국 소비되지 않고 축장되거나, 피고용인이나 생산이 아닌 비생산적 금융자산에 투자될 것 같다.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이 현금과 공짜 대출을 퍼붓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반등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좌파 경제학자 딘 베이커조차 ‘MMT 천국’과 거대한 재정 지출의 효험을 의심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 소비가 폭발해 음식점, 항공기, 호텔 등의 기업들이 당장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수요가 넘치는 일도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 그 경우 이 기업들이 초과 수요에 대응해 가격을 올려 인플레이션이 한바탕 벌어질지도 모른다.” 즉 MMT 지옥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베이커는 “이 시점에서 포괄적인 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짓는다.

글쎄, 푸딩이 맛있는지는 먹어봐야 아는 것이니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나와 다른 사람들이 지난 10년 넘게 모아놓은 역사적 증거들은 케인스주의의 소위 ‘승수효과’가 성장을 회복하는 데에서 제한적인 효과만 낸다는 점을 보여 준다. 경제를 되살릴 때 핵심은 소비자가 아니라 자본주의 기업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리고 승수효과에 관한 새로운 증거들이 있다. 보통 주장하는 바처럼 이 승수는 1 이상이 아니다. 즉 정부 지출을 GDP의 1퍼센트만큼 늘린다 해도 국가 생산량이 GDP의 1퍼센트만큼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유럽에서 나타난 승수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경제 위기가 절정일 때 재정 승수가 1보다 크다는 이전 주장과 달리 우리는 이전 경험에서 드러난 ‘실제’ 승수가 1보다 작다고 주장한다.”

이번에도 승수가 1보다 높을 이유는 거의 없다. 몇몇 주류 경제학자들은 또 다른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브이(V)자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수요는 내생적이고 공급 충격과 다른 경제 현상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공급 충격이 일으킨 경기불황에는 전통적인 재정 지출이 효과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 ... 수요는 실제로 공급 충격에 과민반응할 수 있고, 이는 “부문 간 낮은 대체 가능성, 불완전한 시장, 유동성 제약을 받는 소비자들 때문에” 수요 결핍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재정 정책들은 지출된 달러당 효과가 적을 수 있다.”

그러나 달리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모델에서 팬데믹에 대처하는 최적의 정책은 풍부한 사회보장과 느슨한 통화정책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것이 쟁점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사회적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화폐 발행과 정부 지출뿐이다.

자본 파괴

아마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초래할 광범하고 깊은 불황은 파산, 폐업, 해고 등으로 자본 가치가 파괴돼 취약한 자본주의 기업들이 청산되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성공적인 기업들이 더 수익성 높은 환경을 넘겨 받는 조건을 조성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제시한 고전적인 호황-불황-호황의 순환이 될 것이다.

전(前) IMF 수석 경제학자이자 프랑스 대통령을 꿈꾸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도 넌지시 이렇게 말한다. “경제 위기는 자본을 파괴함으로써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일부 생산 시설들이 붕괴해서 만들어진 투자 기회는, 지원 조치들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과 마찬가지로, 슘페터가 묘사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소생시킬 수 있다.”

이번 불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자본이 충분히 파괴될지는 의문이다. 특히 많은 구제 자금들이 가계가 아니라 기업을 살리는 데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각종 제한 조치들이 풀리게 되더라도 브이(V)자 회복은 고사하고 (지난 10년의)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다.

《장기불황》에서 나는 경기후퇴와 불황의 차이를 보여 주는 도표들을 제시했다. 브이(V)자나 더블유(W)자 회복이 정상이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는 불황이 지배하는 시기들도 있었다. 1873~1897년의 불황기(20년 이상 지속됐다)에는 여러 경기 침체가 여러 국가에서 나타나고 미약한 회복이 뒤따라서 이전 성장률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는 제곱근 모양(√)의 추세가 나타났다.

지난 10년은 19세기 말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리고 지금의 팬데믹 불황에서 회복이 이뤄질 테지만 향후 회복은 이전 추세를 밑돌 것이다. 그 회복은 우리가 지난 10년간 경험해 온 장기 불황의 또 다른 국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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