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와 경제 타격에 대응한다며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인한 고통이 여전하고 3월 4일 충남 롯데케미칼 폭발 사고 등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4월 8일 정부는 수출 기업들을 위해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최근에는 더욱 포괄적인 규제완화 계획을 내놨다. 4월 29일 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의료, 자동차, 데이터, 산업단지 등 10대 산업 분야에서 65개에 달하는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을 하던 시기에 맞춰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키고, 올해 1월 데이터 3법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코로나19로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을 틈타 더욱 과감한 기업 규제완화 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와 악화하는 경제 위기 대책으로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그 내용은 결국 기업 이윤을 우선하는 규제완화라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도 정부가 한국형 뉴딜을 통해 규제 와화와 토목사업을 벌인다며, 이는 정부가 총선 압승 이후 우파적 정책을 추진해 지지층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우파 신문이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정부의 ‘우클릭’이 그만큼 노골적인 것이다.

실제로 이번 규제완화에는 기업 이윤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할 조처들이 가득하다.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이천 화재... 규제완화로 인한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5월 1일 이천 화재 참사 합동 분향소 ⓒ이미진

의료 규제완화 정책에는 원격의료 확대, 줄기세포 활용과 유전자 검사 관련 규제완화, 의료기기 광고 규제완화 등이 포함됐다. 모두 안전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대형 병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이윤에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들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와 같은 규제완화가 의료 영리화를 강화해 결국 의료 민영화로 가는 길이라며 “재난을 빌미로 한 의료 민영화 추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정부는 데이터 규제도 더욱 완화하겠다고 했다. “사상, 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등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도 이름만 가리고 기업에 넘겨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려 한다. 기존 데이터 3법에서는 이와 같은 민감한 정보의 활용 여부가 불투명했는데, 이번에 분명한 지침을 만든 것이다.

심지어 “정신과·산부인과·비뇨기과 등 민감성이 높은 진료기록, 유전정보, 희귀질환 정보, 성병 정보 등” 의료 정보도 신산업 육성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 서비스가 개선돼 환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몇몇 정보 공유는 환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보 공개의 진정한 목적은 기업들의 돈벌이를 돕는 것이다. 이름을 가리고 기업들에게 넘긴다지만 많은 정보들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인적 사항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에 따라 민영 의료보험 가입이 제약되거나 취업에서의 불이익까지 걱정해야 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로 8명이 죽거나 다쳤지만 이번에 수소 관련 안전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한다. 수소차 충전 압력 허용치를 높이고, 도심 공원 내 수소충전소 건설을 허용하고, 창원공단에 액화수소 제조업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환경 파괴, 안전 위협

정부는 구미 산업단지와 관련해 상수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입주 규제도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구미 산업단지는 경상도의 식수 공급원인 낙동강가에 위치한다.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겪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주민들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게 된 것이다.

또 전체 산업단지에 재해 영향평가를 간소화하고 투자 규제를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산업단지 주변의 환경 오염뿐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다.

이외에도 기업들의 재활용 사용 의무를 완화하고, 산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지 활용 규제를 완화하는 등 노골적인 환경 파괴 조처들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규제완화가 시작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규제 대상 기업들이 직접 참여하는 규제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추가적으로 규제를 혁파해 가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정부가 이처럼 규제완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여전히 기업 이윤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해야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 경제가 성장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이 지난 20여 년간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규제를 완화해 왔지만 규제완화는 투자 활성화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규제완화가 근본에서 이윤율이 낮은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일부 기업은 규제완화를 통해 득을 봤을지라도 그 혜택은 분배되지 못했다. 지난 수십 년간 불평등은 커져 왔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사기로 드러난 줄기세포 치료제 인보사 사태, 38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등은 규제완화가 낳는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 줬다.

코로나19 사태와 실업이 급증하는 상황은 이윤을 위한 규제완화가 아닌 정반대의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환경 파괴는 중단돼야 하고, 의료 영리화가 아닌 공공의료 강화가 필요하다.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려면 이들의 필요를 우선하는 생산과 분배가 필요하다.

정부의 친기업 이윤 중시 방향이 분명한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아닌 투쟁 강화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