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 1일 미등록 이주민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5월 중 “보건소, 선별진료소, 이동형 진료소 등 진료를 위한 이동과정에서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유예”하기로 했다.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단속을 일시 중단하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검사·치료체계 안내를 16개국 언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 내 방역 환경, 주거 실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준수 현황을 점검하고 사업주에게 유증상자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검사할 필요성이 있음을 안내하겠다고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대책 발표를 앞두고 4월 29일에 “[미등록 이주민을] 불법체류자로 내몰고 단속할 경우에는 깊숙하게 숨기 때문에 오히려 [방역] 사각지대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칫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도 했다.

이 말은 기존 미등록 이주민 정책이 낳는 문제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만 미등록 이주민 2명이 단속을 피하려다 사망했지만 정부는 사과나 반성 한 번 한 적 없다.  

4월 26일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 ⓒ조승진

이제까지 한국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을 “불법체류자로 내몰고 단속”해서 미등록 이주민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외국인 혐오”를 부추겨 왔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과 기만적인 자진출국 유도에 열을 올렸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건강보험 등 공공서비스에서 배제돼 있을 뿐 아니라 언제 단속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더해져 건강을 위협받아 왔다.  

한국공공사회학회에서 발간한 ‘미등록 이주민의 건강 현황 분석과 보건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언’(2019)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민 117명을 조사한 결과 “몸이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는 경우”가 59퍼센트에 달했다. “병원 이용 시 불편하거나 불만스러운 점(복수응답)”으로 신분노출에 대한 두려움(59.0퍼센트), 비싼 의료비(55.6퍼센트), 의사소통의 어려움(52.1퍼센트)을 들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까지 미등록자를 비롯한 이주민 대부분을 방역 대책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 왔다. 관련 정보들은 영어와 중국어를 제외하면 다른 언어로 거의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을 공적 마스크 구입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4월 20일에서야 구입을 허용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도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로 한정해 대부분의 이주노동자, 동포, 미등록자, 난민 등은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이주민 자신의 안전은 물론이고 방역에도 해롭다. 4월 2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이주민 차별 없는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 기자회견에서 난민(인도적체류자)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내 자식들이 굶고 있다면, 제가 일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을 수가 없겠죠.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공원이나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거고, 아마 마스크 없이 그럴 겁니다. 쌀도 없는 판국에 어떻게 마스크를 사겠습니까?”

방역 완화

정부가 뒤늦게 태도를 일부 바꾼 데는 싱가포르 상황이 영향을 준 듯하다. ‘방역 모범국’이라던 싱가포르는 최근 이주노동자 거주시설에서 집단감염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주노동자 거주시설의 열악한 환경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5월 6일부터 방역 지침을 완화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은 여전하다. 아마도 정부는 싱가포르 사례를 보며 미등록 이주민이 재확산 경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정세균은 4월 29일 싱가포르 상황을 언급하며 “밀폐된 생활 공간과 방역 물품 부족 등 일단 감염이 발생하면 쉽게 확산되는 여건 때문으로 우리의 경우도 [싱가포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숙소는 언제 감염병이 번져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다. 이주와 인권 연구소가 발간한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침실을 함께 쓰는 사람의 수는 평균 2.4명이었고 한 방에 4명 이상 거주하는 비율도 14.7퍼센트였다. 또한 30퍼센트 이상이 소음·분진·냄새 등 환경이 유해하고, 실내 욕실이 없고, 비좁고,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방충망이 없거나 벽지와 장판에 곰팡이가 심하다는 응답도 20퍼센트가 넘었다. 수세식 변기가 없거나 햇볕과 바람이 통하는 창문이 없다는 응답도 10퍼센트 안팎으로 나타났다.

고용주들은 비용 절감을 우선해서 이주노동자에게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강요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체류 자격이 불안정하고, 고용주에게 종속된 처지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저항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운동은 오랫동안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노동자·서민의 안전보다 기업 이윤을 우선하면서 이런 요구를 외면해 왔다. 감염병 위기로 위생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 내 방역 환경, 주거 실태는 단지 “현황 점검”에 그칠 게 아니라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도록 규제·지원해야 한다.

또한 물리적 거리두기가 정말로 가능하려면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없게 해야 한다. 정부는 사업주에게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업무 배제를 안내하겠다고 하는데, 임금 보전과 해고 금지 조치가 함께 취해져야 한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미등록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민에게 지급해야 한다.

인종차별이 감염병 위험을 키운다는 것은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분명히 드러난다. 영국에서 코로나19 집중 치료 대상의 3분의 1이 흑인, 아시아인, 소수 민족이다. 인구에서 이들의 비중은 13퍼센트인데 말이다. 미국 시카고주에서는 인구의 30퍼센트인 흑인이 코로나19 사망자의 70퍼센트를 차지했다. 

미등록 이주민은 정부가 자의적으로 체류기간과 자격을 제한하면서 생겨난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전면 중단하고 이들을 합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