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이주민들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이주민의 경우 “결혼 이민자 등 내국인과 연관성이 높은 경우 및 영주권자”로 지급대상을 제한해서 이주노동자·동포·미등록 이주민·난민 등이 배제됐다. 그 수는 약 1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많은 이주민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지금 많은 이주민들이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이라는 ‘기저질환’ 때문에 더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이주·인권·노동단체들은 이주민 차별 없는 방역과 재난 대책을 정부에게 요구해 왔다. 5월 7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민에게 평등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주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를 비롯한 110여 단체가 이날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했다. 

이주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등 110여개 단체가 5월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해고와 무급휴직 강요 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고용보험이 없어 실업급여도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4개월이 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라셰드 씨는 그런 현실을 잘 보여 줬다.

“[얼마 전부터] 공장에서 일이 없어서 무급으로 쉬라고 했다. 우리는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노동자다. 돈 못 벌면 여기서 어떻게 사나? 

“세금 내는 사람한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 우리한테도 줘야 한다. 모든 이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2018년에만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총 1조 1651억 원의 세금을 냈다. 이주노동자들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더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 가장 먼저 희생되고 있다.

정부는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로 재난지원급 지급 대상을 제한한 이유를 “내국인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세한 제조업 공장부터 농축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기여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물건, 서비스, 먹거리가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치고 있다. 혈연, 가족관계, 체류자격을 기준으로 ‘내국인과 연관성’을 따질 수 없는 이유다.

재한동포총연합회 김숙자 이사장은 “영주권자보다 더 오랜 시간 한국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동포들”이 많고, “영주권을 따려면 재산과 소득이 상당해야 하는데 열심히 일해도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런 기준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태국 난민 루암샵 샤녹난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서울시의 경우 난민 인정자를 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태국 난민 샤녹난 씨는 주변의 난민 인정자들이 주민센터에 방문해 신청할 때 많은 문제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샤녹난 씨는 태국에서 왕정에 반대하는 등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난민이 됐다.

“주민센터에 들어서면 공무원들이 ‘외국인 안 돼’라고 한다.

“난민 인정자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공무원들은 혼란스러워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공무원들은 한국인과 결혼했는지를 계속 물었다. 한국인보다 훨씬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집에 돌아가 난민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가져와야 했다.

“일부는 신청 자체를 거절당했고 일부는 결과를 알려면 3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

이주민의 일부만을 지원하다보니 선별하는 데 많은 시간과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고, 소수인 집단은 지원 대상이 돼도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우리도] 임대료를 내고, 노동하고, 먹고, 소비하고, 직간접적으로 세금을 낸다. 우리도 일자리를 잃었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마스크가 필요하고, 가족을 먹여살려야 한다. 한국 정부는 우리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얼마 전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이주민 고려 없이 방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미등록 이주민은 여전히 제외돼 있고, 방역 대책 자체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주민이 감염에 취약해지면 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노동자·서민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모든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주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등 110여개 단체가 5월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이주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등 110여개 단체가 5월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이주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등 110여개 단체가 5월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이주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등 110여개 단체가 5월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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