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 집단 감염이 확산되는 추세다. 5월 2일 최초 확진자(용인 66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5월 11일 현재 94명으로 늘었다.

정부와 기성 언론들은 확진자들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언론들은 앞다퉈 북적대는 클럽과 술집을 보도하며 “무책임한” 개인들을 비난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단 몇 사람 때문에 공든 탑이 무너진 것”이라며 확진자들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자초한 것은 정부 자신이다. 총선 직후(4월 19일) 거리두기를 크게 완화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63.3퍼센트가 거리두기 완화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방역 완화를 선택했다. 이때부터 유흥주점 등의 영업이 허용됐다. 정부는 거리두기는 유지하라고 했지만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이번처럼 감염이 확산될 때 그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면피용 ‘지침’에 지나지 않았다. 4월 말~5월 초 연휴를 앞두고는 여행 등 인구 이동이 늘고 밀집 시설들이 붐빌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리적 거리두기 종료(생활 방역)를 예고했고, 개학 일정을 발표하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메시지를 줬다. 정부가 가리키는 방향이 ‘일상으로의 복귀’임이 확실해지자 4월 말~5월 초 연휴 동안 서울 시내 번화가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4월 19일 시내 클럽과 룸살롱 등에 대해 집합 금지 명령을 해제하고, 그보다 약한 자제 권고를 내렸다. 그래서 이태원 클럽들도 영업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확진자 개인에 대한 비난은 정부의 무책임한 방역 완화를 가리는 책임 전가다.

심지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5월 10일에도 문재인은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일상복귀를 마냥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 일상 속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이제부터 감염은 개인 책임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이 적지 않은 비율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감염된 사람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개인들이 각자 조심해서는 효과가 거의 없고, 증상이 없는 대중 일반에게 거리두기가 적용돼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집단 감염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고, 성소수자 전용 클럽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최초 확진자도 호기심에 한 차례 방문했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해당 클럽들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유흥시설이었다.

사실 4월 말 확산세가 약해졌을 때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들이 계속 생겼다. 질병관리본부는 이태원 클럽 경우도 복수의 경로를 통해 감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태원 클럽 확진자의 동선과 성적 지향에 관한 추측, 성소수자 전용 공간에 대한 선정적 보도에 열을 올리면서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겼다.

혐오와 편견에 취약한 성소수자는 손쉬운 책임 전가 대상이 되고 있다.

5월 8일 본지는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과 마녀사냥도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성소수자 마녀사냥이 검사 대상자들을 위축시켜서 방역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대상자 파악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더욱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개개인의 신상을 파악하려 하고, 이것이 검사 대상자들을 더 숨어들게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지 말자면서도, “협조가 늦어질 경우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정세균 국무총리), “자진해서 오지 않을 경우 반드시 찾아갈 것”(이해찬 더민주당 대표)이라며 연일 을러대고 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더 강화되고 있다. 기존 편견들에 더해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무책임한 집단이라는 비난까지 결합되고 있는 것이다.

5월 11일 중대본 회의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이태원, 논현동, 익선동이 성소수자 이동 경로이니 이곳을 집중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태원 클럽과 관계 없는 곳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만 강화할 뿐이다.

지금 국면은 2월 중순 정부가 방역 완화 메시지를 발표하고서 대구지역에서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벌어지자, 신천지 마녀사냥에 나선 때와 유사하다.  

신천지가 마녀사냥에 취약했던 이유는 주류 교단에 의해 배척당하고, 그 배척의 논리(‘이단’ 등)가 어쩐지 꺼림칙한 집단이라는 선입견을 낳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이용해서 초기 방역 실패에 대한 불만을 신천지로 돌릴 수 있었고, 필요 이상의 동선 공개와 전자 팔찌 도입 등 권위주의적인 통제 방식을 도입했다. 

본지는 ‘신천지’라는 이름은 언제든 다른 집단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갖 억측과 선입견에 시달리며 차별받아 온 성소수자 집단은 언론과 정부의 손쉬운 책임 전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방역 완화로 인한 집단 발병의 책임은 애먼 개인들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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