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60명을 넘었다. 이태원 클럽뿐 아니라 이태원과 별개로 알 수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감염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인천과 서울에서는 일부 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학원이나 학교를 매개로 퍼지는 감염도 드러나고 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이태원 발 확산 이후에 고3의 생활 방역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험한 상황은 정부가 조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 중국, 독일 등에서도 정부의 방역 완화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역시 ‘K방역’이라는 말까지 써 가며 자화자찬이나 하기 바빴고,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4월 말 연휴를 앞둔 시기에는 ‘생활 방역’을 거론하며 느슨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나 교육부의 ‘5월 등교 개학’ 발표는 방역 완화 정책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제한조치를 완화해도 괜찮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마법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 장기전을 예고했다. 따라서 정부는 시기를 특정하지 말고, 등교 개학 일정을 미루어야 한다. 가정에서의 온전한 돌봄과 학습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장기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태원 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 드러나지도 않는 상황에서 지난 14일, 기존 계획대로 오는 5월 20일 고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일정을 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고2 이하 역시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현재로서는 등교 연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지역 감염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5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이날 전국 45만 명에 이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 수업을 시작했다 ⓒ조승진

교육부는 등교로 인한 감염 확산보다 등교가 더 늦어져 대학입학시험 일정에 차질이 벌어질 일을 걱정하고 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입 경쟁의 ‘공정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그것이 진정 공정한 경쟁인지는 별개의 쟁점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기업 이윤 손실을 막고자 노동자를 일터로 보내야 할 사명감도 가지고 있다. 이에 가정에서의 돌봄 부담을 학교 등교로 덜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을 생명과 안전보다 앞세웠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학교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교 개학

누가 봐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등교 개학 강행은 학교 노동자들에게 방역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등교 수업의 대안이라며 격일·격주 등교, 분반 수업, 수업n부제, 급식시간 시차 운영, 미러링 동시수업, 온라인수업과 등교 수업 병행 등을 거론했다.

하나같이 현재의 학교 조건 속에서 불가능한 방안이다. 학급 당 학생수를 대폭 줄이고, 교사수를 매우 많이 늘려야 가능할 일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로 학급 당 학생수를 늘려 오고, ‘역대 최악의 교원수급 정책’을 내밀며 신규교원임용 규모를 반토막 냈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은 학급 당 학생수 기준을 2017년 26명에서 27명으로 늘려 2023년까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대도시에서 분반, 미러링 수업 등을 할 여유 교실을 찾기는 힘들다. 상당수 학교에서 1미터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평균적인 교실 크기에서 책상 앞뒤의 거리는 50센티미터 정도이며, 책상 간 거리는 평균 70센티미터라고 한다.

미러링 동시수업은 온라인 수업보다 나을까? 수업의 질을 담보할 수도 없거니와, 교실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업을 영상으로 송출할 기자재와 기술 공급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학급을 분할한다면 학급수(교실)가 2배로 늘어나고, 교사도 2배로 필요할 텐데, 교육 당국이 긴급하게 교실을 증축하거나 교사수를 충원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는 교사들의 노동강도를 2배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사 1인이 온라인과 등교 수업에 모두 투입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불가능한 현실이다.

수백 명이 생활하는 학교에서 보건교사 1~2명이 방역을 전부 책임져야 한다. 교육부 대책은 현재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상당수 확진자가 무증상이었다는 것을 보면, 이 정도로 집단 감염을 막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다.

5월 20일 오전 등교한 학생의 어머니가 “아이가 설사를 한다”고 불안해하며 교사에게 말하고 있다. 해당 학생은 양호실로 안내됐다. ⓒ조승진

집단 급식의 위험성도 만만치 않다. 칸막이를 설치하고, 시차를 두고 급식을 실시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한다지만, 영양교사(영양사)와 조리사들의 급식 준비 시간과 노동강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급식과 배식의 방역 관리를 위해서는 급식 준비 시간을 줄이고, 학교별로 급식 노동자를 충분히 배치해 급식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2019년 조사 통계(김종훈 국회의원실)를 보면, 급식노동자 1인이 감당하는 평균 식수 인원은 145명으로, 집단 급식을 하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2~3배나 된다고 한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과연 방역을 담보할 수 있는 집단 급식이 가능한가?

등교 개학 반대하며 정부에 맞서야

물론 혹자는 등교가 연기되는 동안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긴급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이 가정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라 부모의 여건에 따라 돌봄과 학업의 격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마치 이런 취약 계층의 요구로 등교를 서둘러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등교를 시행하는 것은 취약 계층을 더 위험에 빠트리는 일일 뿐이다.

원인과 해결책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긴급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이 일터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에게 노동자의 가정돌봄을 위한 유급 휴가를 강제하고, 노동계급의 생계를 지원하면서 방역의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거꾸로 대량 해고, 무급휴직, 임금 삭감을 방조하고 있으니, 노동자들은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고 등교 개학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물론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지자 등교 개학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은 20만 명을 넘었다.)

또한 혹자는 온라인 수업 기간 동안 긴급돌봄이나 급식을 둘러싼 학교 노동자들 간의 갈등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온라인 수업과 긴급돌봄 지원에 대한 책임을 학교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서 벌어진 갈등이다. 제대로 된 방역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등교를 강행하면, 오히려 학교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학교 내 또 다른 갈등만 키우게 될 것이다. 

지금 제기되는 등교 필요성은 오히려 정부의 방역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고 있다. 이 거꾸로 작용하는 압력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학교 노동자들이 등교 개학 방침에 반대하며 정부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할 온라인 수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대책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가령 온라인 수업 기간 동안 고용 불안과 임금 ‘0원’을 감내해야 했던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비롯한 방중 비근무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과 임금 보장 요구안을 교사들을 포함한 학교 노동자들이 지지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 기간에는 교직원 출근과 긴급돌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가정돌봄휴가를 유급으로 허가해야 한다. 그러고도 필수 업무 부문 노동자의 자녀들에게 긴급돌봄이 필요하다면, 돌봄전담사들을 상시 전일제화하고, 돌봄교실 당 아동이 10명 이내로 배치될 수 있도록 돌봄전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긴급돌봄교실의 방역을 위한 보건 인력도 충분히 배치돼야 한다.

나아가 대학입시 일정 때문에 학생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 없도록, 대입 경쟁을 최대한 줄이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클럽은 멈췄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생활 방역’이라는 명분 하에 노동자들의 일터도, ‘대학입학경쟁’이라는 시계도 돌아가고 있다. 전교조 집행부는 정부와 ‘코로나19 국난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협력할 게 아니라 위험천만한 등교 개학을 강행하는 정부를 압박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자국의 등교 개학 추진 방침에 반대해 파업을 불사하겠다며 저항하는 프랑스, 영국의 교사들처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학교 노동자들이 등교 개학 반대를 걸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하라!

한편, 코로나19로 드러나는 유치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초중고 학교가 지난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는 동안, 유치원은 온라인 개학을 하지 못했다. 대신 가정에 놀이꾸러미 제공하고, 긴급돌봄을 운영하는 방법으로 가정의 돌봄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유치원의 이런 노력을 수업일수로 인정할 생각이 없다. 유치원 수업일수는 온라인 개학을 한 초중고와 똑같이 10퍼센트 감축만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유치원은 초중고 학교보다 11일 더 등원해야 한다. 기존 방학 기간이었던 혹한기, 혹서기마저도 등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유치원생은 발달 특성상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공기청정기, 에어컨의 사용 제한을 권고하면서도 유치원생은 혹서기와 혹한기까지 수업을 해야 한다니, 유아 학대 수준이나 다름없는 환경 아닌가?

더구나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학교 내 보건 업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인데도 국공립 유치원에 유아의 보건을 담당하는 보건 교사는 전무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유치원교사 45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도 유치원의 방역과 보건 업무를 보건 전담 인력이 맡고 있는 경우는 6.8퍼센트에 불과하고, 81퍼센트가 유치원 교사가 담당한다고 응답했다. 그나마 서울교육청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지원해 주는 보건 인력은 8개 학교당 1명 꼴이고, 기간도 한 달뿐이다.

초등보다 긴 수업일수로 인해 그 무엇보다 우려되는 지점은 영양(급식)과 보건 공백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유치원 학사운영의 난점은 행정, 영양, 보건 영역에서 배제된 유치원의 오래된 열악한 조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만큼 교육 당국이 책임지고, 유치원 수업일수를 충분히 감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유아, 교직원,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도 유치원 등원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이런 현실에 분노한 유치원 교사들은 지난 12일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수업일수 감축’과 ‘보건인력 배치’ 등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유치원 교사뿐만 아니라 초중고 교사들을 비롯한 학교노동자들이 등교 개학의 책임을 학교로 전가하는 교육부에 맞서 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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