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나오는 부정 의혹과 부실 해명으로 환멸감을 주고 있는 윤미향 씨 ⓒ출처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민주당 비례 국회의원이자 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의 부정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기자의 일주일 전 기사, “윤미향·정의연 논란의 진정한 쟁점은 무엇인가” 글에서는 부정 의혹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그러나 기사 발행 직후 의혹이 다각도로 빠르게 터져나왔다. 그래서 기자는 윤미향 씨와 정대협·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위안부 운동과 진보진영 흠집내기에만 관심이 있는 우파의 위선적 비판과 달리 좌파적 비판은 운동의 오류를 바로잡아 대의를 계속 고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윤미향 씨와 정의연·정대협의 해명, 그리고 그들을 변호하는 단체들의 설득력 없는 해명과 오만한 대응이 진보 염원 대중 다수에게도 냉소와 외면을 낳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정 운용의 부실함과 그릇됨

정의연은 8억 원 상당의 정부 지원금(국고보조금)을 회계·공시에서 누락했다. 정의연과 통합한 것으로 알려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여전히 남아 별도로 정부 지원금을 받았고, 이 돈도 마찬가지로 누락됐다. 회계 부실 문제는 심각해, 정대협 회계에서는 매년 수천만 원이 뭉텅이로 사라졌다. 

윤미향 씨는 법인 계좌를 놔두고 개인 계좌로 해외 사업비나 피해자 장례 비용 등을 수시로 모금했다. 이것은 공익법인으로서 국세청에 공시해야 할 의무를 피한 것이다. 윤미향 씨는 이렇게 모인 돈을 모두 모금 명목에 맞게 사용하지 않고 자신과 가까운 단체들에 ‘재기부’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2012년 경기도 안성에 설립된 쉼터 ‘평화와 치유의 집’은 장소 선정과 부지·건물 매입, 운영 과정에서 애초 현대중공업에게 기부를 받아 만들 때 밝힌 취지와 전혀 다르게 운영된 것이 드러났다.

핵심적인 사안 3가지만 봐도, 정대협·정의연과 그 대표자인 윤미향 씨가 단체 활동과 재정을 얼마나 독단적으로 운영해 왔는지 알 수 있다. 공표한 목표대로 일을 추진하고, 회비나 기부받은 돈을 약속대로 집행하고, 재정을 포함한 사업계획의 변동이 생길 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비영리단체 운영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것, 그 과정에서 단체와 윤미향 씨의 해명이 처음에 달랐던 것, 남은 조의금을 자신들과 가까운 단체들에게 임의로 기부한 것, 김복동 할머니가 재일교포 학생들을 지원하라며 평생 모은 돈을 내놓아 만든 김복동 장학금을  자신들(특히 윤미향 씨 부부)과 가까운 활동가들의 자녀 장학금으로 지급한 의혹도 운동과 단체를 농단한 사례로 보인다.

회계 부실 해명도 부실하다. 정의연과 정의연 초기 리더들은 활동가 부족으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며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단체 재정이 수십억 원에 이르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서 국세청에 공시할 의무가 생긴 단체가 할 만한 변명은 아니다.(기업 정보 사이트 ‘크레딧잡’에 따르면, 정의연 직원들의 연봉은 정의연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큰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보다 많다.)

방탄소년단 팬클럽이 기부한 방한 점퍼를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받지 못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의연이 신속하게 명확한 증거들을 공개한 것을 보면, 다른 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의 집약판이 안성 쉼터 문제인 듯하다. 정의연의 해명을 그대로 믿어도 문제가 많다. 해명에 따르면, 김복동 할머니를 통해서 정대협이 현대중공업 정몽준에게 서울 마포구에 쉼터를 만들도록 기부금을 요청한 것이 2011년이었다. 그런데 정대협은 이것이 빨리 진행되지 않자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에게 또다시 쉼터 마련 지원을 요청했다.

명성교회 측이 2012년 1월 1일에 쉼터 지원을 공개 약속하고 집행했으니, 현대중공업이 다시 공동모금회를 통해 쉼터 구입 지원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이미 마포구에 쉼터가 마련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포구에 할머니들 쉼터를 마련하기에는 돈이 부족해서 경기도 안성을 선택했다니?

2012년까지도 빈 공터였던 경기도 안성 부지에는 바로 이 시점에 주거용 주택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대협은 시세보다 최소 두 배로 값을 쳐서 건물을 구입했다.

이 과정에는 올해 안성시 국회의원 당선자 민주당 이규민과 윤미향 씨의 남편 김삼석, 그리고 부지의 주인이자 쉼터용 주택 시공사 사장인 김모 씨가 연루됐다. 철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리베이트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게다가 윤미향 씨는 이 건물의 관리를 유급으로 친아버지에게 맡겼다. 그리고 자신들을 포함한 여러 단체들과 개인들에게 쉼터를 대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위안부 피해자들이나 보통의 운동 지지자들은 재정의 운영에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배제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폭로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에 관한 안타까운 기사도 최근에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이용수 할머니는 대구시에 난방(온수매트)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해결을 미뤘고, 이를 우연히 알게 된 민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이 대신 온수매트를 설치해 줬다는 소식이 “훈훈한 소식”으로 보도된 바 있다.  

지난해 겨울 난방 지원(온수 매트)를 받아야 했던 이용수 할머니 ⓒ출처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돈의 용처도 문제지만 출처도 문제

지난 20년간 윤미향 씨는 정대협의 대표 또는 주도적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점차 정부 부처나 유엔 등 국제 기구의 대화 파트너로서 정치적 위상이 올랐다. 그랬으니 박근혜 정부도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를 앞두고 (합의 내용을 잘 설명했느냐와 별개로) 미리 양해를 구하는 연락을 해야 했던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당선권(7번)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것도 한 사례다.

정대협·정의연은 불가피하게 위안부 피해자들의 뜻을 “대행”(대리)한 면이 있다. 위안부라는 멍에를 숨기며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조력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나 〈허스토리〉를 보면 그 구실이 잘 나온다.(공교롭게도 두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이 모두 윤미향 씨를 공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기업인, 유엔 위원들을 주로 상대하며 후원을 받거나 로비하는 것이 단체의 주요 업무가 될수록 그 단체와 운동은 전문가적 성격이 강해지고 그 속에서 엘리트주의와 대리주의가 싹트기 쉽다. 보통의 회원들이나 후원자들은 지지금과 응원을 보내는 수동적 처지가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자신들이 이 운동 안에서 그런 처지가 됐다고 느낀 듯하다.

돈의 용처에 대한 의심스러운 정황과 불투명한 해명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돈의 출처 문제도 우리는 성찰해 봐야 한다. 즉, 천대나 차별 받는 사람들의 운동이 정부와 기업에 재정을 의존하는 것의 문제점을 돌아봐야 한다. 

정의연은 2019년 전체 수입 중 47퍼센트인 약 7억 4000만 원을 정부 지원금으로, 주로 여성가족부의 공모 사업으로 충당했다. 2018년에는 약 7억 6000만 원으로 38퍼센트였다(공시에서 누락된 부분과 정대협이 이중으로 지원받은 금액 포함).

재벌(현대중공업)과 초대형 교회(명성교회)로부터 10억 원, 15억 원씩 받아 그들의 이미지 세탁에 위안부 운동이 이용되게 한 것도 문제적이다. 이후 김삼환 목사는 8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을 한 혐의와 목회 세습을 하려 한 일로 지탄을 받게 된다.

이것이 낳는 문제는 운동이 점점 국가와 기업 기부자들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지속돼야 한다는 압력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위안부 운동은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과거의 제국주의뿐 아니라 현재의 제국주의에도 저항해야 하는 운동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오는 압력은 운동의 전망을 왜곡시키고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정부에 의존하는 문제도 그렇다. NGO들은 정부와 밀접해졌고, 특히 민주당과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정대협의 주요 인물들도 민주당을 통해 정계로 진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아래서 민주당 소속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미경,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부 장관을 지낸 지은희가 대표적이다. 정대협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이 단체의 대표들은 현재 정의연 이사들이기도 하다)를 거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여성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 하에서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한 뒤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노무현 정부도 위안부 문제 해결보다 한·일 외교 관계를 우선했다. 2004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무현은 “내 임기 동안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인 의제나 쟁점으로 제안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 정부가 명백하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외면할 때, 정대협·여성단체연합 등 NGO 출신 정치인들은 그것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도 윤미향 씨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이 실패한 길로, 위안부 피해자들과의 소통도 없이 급히 들어섰던 것이다.

5월 7일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씨를 향해 “자기 사욕 차리려고 위안부 문제 해결 안 한 다음에, 어디 엄한 데 가서는 ‘지금 해결하려고 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하고 일갈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수요집회에서 눈물 짓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이미진

수세적 태도는 생산적이지 못하다

이용수 할머니가 5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뒤이어 줄줄이 윤미향 씨의 부정 의혹이 터져 나온 지 2주가 흘렀다.
민중당은 일찍이 5월 11일부터 윤미향 씨를 변호하는 편에 섰다. 의혹들이 더 분명해진 나흘 뒤에도 “정의연과 윤미향에 대한 친일·반민족세력의 공격에 함께 맞서 싸우겠다”는 논평을 냈다. 운동 내에서 활동가이기도 한 피해 당사자 할머니가 제기한 의혹인데 친일 세력 운운한 것은 어색하기가 이를 데 없다.
민중당이 이렇게 반응하는 데에는 우익들이 윤미향 씨와 정대협을 “종북”이라고 공격하는 데 대한 즉자적인 반발이 작용했을 것이다. 윤미향 씨가 민중당과 가까운 단체들(탈북 종업원 송환대책위원회 등)에 기부나 활동가 자녀 장학금, 사업 형태로 지원해 온 것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추정된다.
반면, 정의당은 사실상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5월 20일 윤미향 씨의 법 위반 여부에 주목하며 민주당이 책임지고 자질 검증에 나서기를 촉구하는 입장을 냈다.
민주노총은 위안부나 일제 강제징용 문제에 관해 때마다 입장을 내 왔지만 이번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개인의 자질 문제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 방안과 NGO 개혁주의 문제가 놓여 있다. 회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회와 노동운동의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은 이용수 할머니의 정당한 문제의식들에 주목하고 위안부 운동 발전을 위한 교훈을 이끌어 내야 한다. 언제 생을 마감하게 될지 모를 만큼 고령인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에게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고 낙담스러울지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정부 지원금과 기업의 기부를 어떻게 봐야 할까?

2000년 김대중 정부는 ‘비영리단체지원법’을 제정해 NGO에 대한 재정 지원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도 청와대와 총리실과 각 부처에 각종 위원회를 둬 NGO 관계자들을 적극 흡수했다.

정부에 대한 NGO의 독립성 문제는 논쟁 거리로 떠올랐다. 그러나 NGO 운동의 주창자들은 이것을 “거버넌스 전략”이라고 부르며 정당화했다. 정부가 만드는 기관이나 사업에 참여하면서도 정부의 나쁜 정책을 제3자적이고 객관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부’기구(NGO)의 정부 의존 문제는 해소되지 못했고, NGO 활동가들은 점차 그런 환경에 적응해 갔다. 우파 정부들도 어느 정도는 이 구조를 활용했다.

2015년 국세청 공시 자료를 보면, 시민단체(비영리법인, 비영리단체)의 평균적인 정부 지원금 의존도는 28퍼센트에 이른다.

한편, 경기도 안성 쉼터는 현대중공업 재벌 정몽준에게, 마포 쉼터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에게 정대협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해서 마련한 것이다. 전자에게선 10억 원을, 후자에게선 14억 7500만 원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의 쉼터 지원은 현대 계열사들 전반의 이미지 메이킹과 함께 정몽준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걸려 있었을 것이다. 정몽준은 2012년 봄에 총선에서 당선했고, 2012년 대선에도 나가려고 했었다. 박근혜에 밀려 진작에 출마를 포기했지만 말이다.

현대 일가는 2011년에 삼성 이건희 일가가 만든 것과 같은 거대 기부 재단을 만들었다. 그것이 아산나눔재단인데, 초기 출연액 5000억 원 중 2000억 원을 정몽준이 사비로 댔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친기업 언론들은 정몽준의 이런 활동들을 “기업의 진화하는 사회 공헌”으로 치장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2006년 이후 노동단체들이 선정하는 최악의 산업재해 살인 기업에 두 번이나 선정된 나쁜 기업이다.

재벌 닮은 행태로 유명한 메가처치의 하나인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의 담임목사 직을 넘겨주는 세습 시도로 지탄받은 바 있다. 그런데 기독교방송 CBS는 명성교회의 정대협 지원을 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의 자세”로 추켜세웠다.

기업도 정부도 아닌 ‘시민의 영역’(정치적 독립)을 표방하는 NGO(‘비’정부기구)가 기업과 정부로부터 거액을 받는 것은 NGO 활동에 모순을 낳는다.

지난 수십년간 NGO 운동은 대체로 이 모순을 기꺼이 자신의 길로 받아들여 왔다. 정부·기업과 진행하는 거버넌스(협치)에 참여하는 것,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사업비를 따내는 것이 이제는 단체의 역량과 위상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NGO 운동이 우경화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