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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부채 위기로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기업주들과 정부

“경제야, 우리 엄마 잡아먹지 마” 경제 위기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노동계급일 것이다 ⓒ출처 Simon Dogget(플리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더해 부채 위기를 두려워 한다. 이 두려움은 기업들을 구제하고 임금을 보조하는 데 들어가는 엄청난 정부 지출에서 비롯한다.

세계 자본주의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부채에 대한 의존이 심해졌다. 14개 선진국의 총 부채는 1960년에 국민소득 대비 120퍼센트였는데 2017년에는 260퍼센트로 증가했다. 이 총 부채에는 국가 부채, 기업 부채, 가계 부채가 모두 포함된다.

금융 시장에서는 국민소득 대비 국가 부채의 비율이 초점이 된다. 올해에는 경제가 급격히 수축하고 정부 지출이 늘어나서 이 비율이 치솟을 것이다.

이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정부는 부채에 대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거나 심지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최근 유출된 재무부 문건은 영국이 “국가 부채”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올해 재정 적자(정부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빌려야 하는 비용)가 3370억 파운드[약 506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악의 경우 재정 적자는 5160억 파운드[약 77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에는 재정 적자가 550억 파운드[약 83조 원]일 것으로 예상됐다. 아니나 다를까 재무부의 처방은 또다시 복지 삭감, 세금 인상, 공공부문 임금 동결 등 한바탕 긴축을 펴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잘 굴러가려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게 영향을 받은 경제학자들은 정부 부채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 기우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조처에서 경제가 빨리 회복하면 부채 비율이 개선되고 정부의 조세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신임 영란은행[영국의 중앙은행] 총재 앤드루 베일리는 영란은행이 “화폐적 자금 조달”을 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즉, 추가적인 정부 지출을 위해 사실상 돈을 찍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포스트케인스주의 학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부 지출이 생산적 투자를 위한 재원이 되고, 생산적 투자 덕에 경제가 성장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현대화폐론’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마치 팬데믹이 오기 전에는 생산 경제가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는 듯이 논리를 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정부 부채가 아니라 민간 부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민간 부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발표한 “통화안정보고서”[“금융안정보고서”를 말하는 듯하다 — 역자]에 따르면 팬데믹이 오기 전 가계와 은행은 재정 상태가 비교적 건전했다.

그러나 기업 부채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기업 레버리지, 즉 모든 비금융 상장 기업들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20년 초에 20년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게다가 고(高)레버리지 기업들(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상위 25퍼센트인 기업들)은 이 수치가 거의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말처럼 “기업들은 위험하리만치 부채에 취해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낮은 수익성에 허덕이던 기업들은 부채를 잔뜩 짊어졌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게 유지해서 부채가 매우 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 시기에 부채는 그 비용과 상관 없이 유독해진다. 수익이 곤두박질치면 이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부채 만기일은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채무 불이행이 전염병처럼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체제가 삐걱거린다.”

여기에 더해 팬데믹은 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을 빚더미로 내몰고 있다.

런던경영대(LBS)는 영국 가계 지출이 4월 41.2퍼센트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매우 상이한 처지들을 뭉뚱그린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고소득자들은 저축률이 올랐다. 그러나 이번 위기로 빈곤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을 비롯한 저소득층은 부채가 늘어나고 저축이 줄었으며 초과 인출을 하는 바람에 은행 수수료 지출이 급증했다.”

다시 말해, 잘 사는 사람들은 외출 제한령이 떨어지자 고급 식당이나 휴가 등의 여흥에 쓰던 비용을 줄이고 대체로 온전히 유지된 소득을 더 많이 저축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수입이 사라져 고군분투하며 빚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와 고용주들은 이런 재정적 어려움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안전하지 않은 일터로 돌려보내려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기업들은 더 많은 값싼 신용을 제공받고 있어서 기업 부채 위기가 계속 고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