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갈등이 코로나19 사태의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이리 튀고 저리 튀다가 이제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중국의 반격으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는 5G(5세대 이동통신)의 선두주자인 중국 기업 화웨이를 정조준했다. 5월 15일 미국 상무부는 수출 규정을 개정해,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활용하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에게 미국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게 하겠다고 했다. 또한 미국 기업들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기업’(화웨이를 가리킴)에서 제조한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했다.

화웨이에 대한 트럼프의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 트럼프는 미국 정부 기관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화웨이 자회사가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캐나다를 통해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를 구속했다. 멍완저우는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의 딸로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2019년 5월 트럼프는 화웨이와 그 계열사 114곳을 거래제한 명단에 포함시켰다.

화웨이는 이런 규제를 피해 반도체 설계업체인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설계를 맡기고, 설계된 칩은 주로 대만 기업 TSMC를 통해 생산해 왔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가 대부분 미국 장비를 쓰는 TSMC를 단속하면서 화웨이는 5세대 휴대폰 단말기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중국에도 SMIC(中芯国际),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 위탁 생산 업체가 있지만, 기술 수준이 떨어져 5G 단말기에 들어가는 7나노 칩을 대량 생산하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7나노를 대량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의 견제 때문에 화웨이에게 7나노 칩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 제재를 발표한 그날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15조 원가량)를 투자해 5나노 칩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의 제재에 호응해 화웨이에게 추가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TSMC가 매출의 15~20퍼센트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인 화웨이와 결별하고 미국 편을 택한 것은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에 선 대만의 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에 험한 말들이 오갔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참관국) 지위를 대만에 주자고 제안했고, 중국은 발끈하며 이를 반대했다. 중국에서는 군장성 출신 등을 중심으로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국제조2025

화웨이는 미국 행정명령 직전에 TSMC에 7억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긴급 발주했기 때문에 올해 9월까지는 스마트폰을 차질 없이 생산할 수 있다. 그 뒤부터 화웨이가 곤경에 처할 수는 있지만 5G 시장에서 무너지거나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에 나섰다.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CICF)와 상하이 시정부가 만든 상하이반도체산업투자펀드를 통해 총 22억 5000만 달러(대략 2조 8000억 원)를 중국 1위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SMIC에 투자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내수 시장을 이용해 한 등급 낮은 단말기로 버티면서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미국의 제재 이후 화웨이의 최신 5G 모델 메이트30은 이전 4G 모델에 비해 부품 국산화율을 25퍼센트에서 41.8퍼센트로 높였다.

트럼프의 ‘화웨이 죽이기’가 오히려 화웨이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이로 인해 미국이 다시 화웨이에 제재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화웨이는 미래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5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의 독주를 용인하면 5G 상에서 구현하는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홀로그램 등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야 할 판이다. 그 때문에 미국은 화웨이의 독주를 두고만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가 대선용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지적은 단견이다. 미국 정치인들이 미·중 무역전쟁에 초당적 지지를 보내는 것만 봐도 화웨이 때리기가 그저 대선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화웨이 죽이기는 여간해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화웨이는 중국이 추진하는 기술 강국 프로젝트(중국제조2025로 나타난다)의 핵심 기업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제국주의적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셈이다.

중국의 관변 언론 〈환구시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응해 애플, 퀄컴, 시스코 등 미국 기업을 제재하고 보잉사 항공기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언론은 중국이 가진 미국 국채를 매각해서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에 중국이 어떻게 반격할지는 지켜봐야 할 테지만 모두에게 상처뿐인 영광만 줄 공산이 크다.

화웨이 제재로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의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무라타 제작소, 소니 등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화웨이에 디스플레이 패널이나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매출이 감소할 것이다.

긴장 고조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은 코로나19 사태로 첨예해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을 더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물어야 한다고 공세를 폈고, 심지어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내뱉었다.

트럼프의 위협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는 연방공무원퇴직연금 등 공적 연금들이 중국 기업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다.

트럼프가 화웨이로 가는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자 《포린 폴리시》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미국과 중국의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1972년 닉슨 독트린 이후 형성된 미·중 관계가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중 ‘대결별’을 단선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 일면적이다. ‘대결별’ 과정 그 자체가 많은 난관이 도사린 쉽지 않은 길이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동아시아 지역이 가치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서서히 높아졌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은 이런 갈등을 배경으로 한 정책들이었다. 특히 2008년 경제 위기가 이런 제국주의적 경쟁을 강화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장기적 추세로 보면,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이 ‘대결별’ 과정의 한 국면일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런 ‘대결별’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정성을 더 증대시킨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