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등교 강행:
학생 안전보다 입시를 우선하는 문재인 정부

곳곳에서 지역 감염이 확인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결국 등교 수업을 강행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등교 개학은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고, 시기를 무작정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불가피한 조처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무작정” 등교가 진짜 문제다. 학급 학생 수가 많아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학교도 많고, 이태원·인천·삼성서울병원 등에서는 지역적 감염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고3 학생들과 그 교사들이 특별히 코로나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언젠가는 해야 할” 등교를 정부가 지금 강행하는 이유는 입시 일정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마치 고3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등교를 강행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입시 강행은 학생들의 큰 불만을 살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등교를 못 하게 될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새로 확진된 사람들의 동선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등교를 미루기도 했다. 인천의 5개 구 66개 학교는 등교 직후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코로나바이러스 지역 감염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5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이날 전국 45만 명에 이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 수업을 시작했다 ⓒ조승진

지역별로 등교 여부가 달라지면 입시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특히 계급 불평등 문제가 커질 것이다. 부유층 자녀들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가난한 집 자녀들은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무엇보다 입시를 위해 감염 위험을 감수하자는 것은 학생들을 위한 조처가 아니다. 유은혜는 감염이 확인되면 “즉시 신속하게 추가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병원과 집에 격리하는 게 전부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병이고 한번 악화하면 매우 빠르게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트럼프가 매일 먹는다는 말라리아 치료제는 과학자들이 ‘미친 짓’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등 대규모 확산이 일어난 나라들을 보면 청소년 중에서도 중증에 이르러 사망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등교 개학을 미뤄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23만 명을 넘긴 이유다. 충남 당진의 고등학교 학생회장 연합회가 전국 고등학생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9.7퍼센트가 등교에 반대했다.

심지어 최근 미국·영국 등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이들에게 괴질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적잖이 보고돼 세계보건기구(WHO)가 특별한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초등학교 1~2학년도 매일 등교시키자고 한다.

다른 학년 학생들은 일주일에 하루 등교하는 등의 방안을 교육부가 내놓았는데, 이쯤 되면 등교를 시키는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입시와 이를 위한 진학·진급이 미뤄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어떻게든 형식만 갖추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위험에도 등교를 강행하려는 시도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등교를 강행하는 근본 이유는 한편에서는 학사 일정이 미뤄질 경우 새 노동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더 많은 학부모들이 공장과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자들이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 준다.

유럽연합 교육부장관들은 5월 18일 회의를 열고 ‘개학해도 코로나19 확산 없었다’며 등교를 정당화하려 했다. 국내 언론들도 외신을 인용해 등교 방침을 거들었다.

그런데 유럽연합 교육부장관들은 판단의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추측키로는 같은 날 영국의 우파 언론 〈텔레그래프〉가 인용한 연구 결과 등이 근거로 사용됐을 법하다. 그러나 ‘연구’의 내용은 이런 판단을 내리기에 빈약하기 짝이 없다. 18명의 확진자가 다닌 15개 학교(863명)에서 2명만 추가로 감염됐다는 게 내용의 전부다.

이 통계 자체는 뜻하는 바가 없다. 이 숫자들이 ‘안전’을 보여 주는 과학적 결과가 되려면 왜 그런지에 대한 가설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마치 어제 돈을 땄으니 오늘도 딸 것이라며 도박장에 가는 노름꾼과 다를 바 없는 사고방식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감염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교만함의 대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치르게 될 위험성이 크다.

이태원발(그조차 확실치 않다) 감염의 경우를 보면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연쇄적으로 5차 감염으로 이어졌다. 가장 방역 수준이 높은 병원들에서도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방역 완화로 경계심이 느슨해진 효과도 있을 것이고 날씨가 더워지는 등 환경적 변화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가을 재확산설도 낙관적인 기대일 수 있다. 더위 때문에 에어컨을 사용하고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때문에 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예측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북극과 그린란드, 시베리아 지역은 1~5월 기록적인 고온을 보이고 있다. 변이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학생들의 감염은 고령자가 있는 가정 내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저소득층, 노동계급 가정에서 그 확률이 클 것이다. 가족 구성원 대비 거주 면적이 좁아 밀접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는 기업 이윤을 보호하려고 노동계급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도박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그 책임을 개별 학교에 떠넘기고, 각 학교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학생들의 접촉을 늘려 감염 가능성을 키워놓고서 방과 후 시간의 방역 책임은 개별 가정에 떠맡기고 있다.

그러다 확진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정부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붙여 특정 집단을 비난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정세균 총리는 청소년들의 코인노래방 이용을 비난했다.

이런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 전교조는 정부가 학교에 방역 책임을 떠넘기고 입시를 위해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이런 비판이 말에서 멈춰선 안 되고, 등교 반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지역 감염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5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마스크를 쓰고 등교를 하고 있다 ⓒ조승진

이 기사를 읽은 후에 “개학하고 ‘정상으로 돌아가자’는 각국 정부에 맞서는 노동자들: “경제 살리려고 목숨 내놓지 않을 겁니다””를 읽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