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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사망:
노동부 특별감독 끝나자마자 또 중대재해

5월 21일 현대중공업 물량팀(2차 하청 단기 계약직)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그는 파이프 내부의 용접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질식해 숨졌다.

파이프 안에 가득했던 아르곤 가스는 산소를 밀어내 밀폐된 공간에서는 산소 결핍을 유발할 수 있다. 무색·무취라서 노동자들이 인식하기도 어렵다.

비슷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한 노동자는 말했다. “파이프 안에는 원래 들어가면 안 됩니다. 회사도 평소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교육을 하긴 합니다.

“그런데 불량이 나오면 다시 작업해야 하고 그러면 공정이 늦춰지고 비용도 훨씬 더 많이 듭니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은 불량을 내면 안 된다는 압박이 심합니다. 특히 물량팀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하니까 더 회사 눈치를 보면서, 미리 불량을 찾으려고 파이프에 들어가는 겁니다. 결국 회사의 이윤 압박이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을 하게 만든 겁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중대재해는 5월 11일부터 시행한 고용노동부의 특별안전감독이 끝나고 불과 하루 만에 벌어졌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산재 사고로 정규직 노동자 3명과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하자 시행된 것이었다.

그러나 사측은 특별감독 기간만 잘 넘기자는 식이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행태에 분개했다.

“특별감독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지적 사항 한 건당 500만 원을 회사가 물어야 합니다. 관리자들은 그러니 특별감독 기간 내에 조심해서 일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감독관이 나타나면 하던 일을 멈추게 하기도 했습니다.”

“감독 기간 동안 공장 내부 공기가 깨끗할 정도로 작업이 없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을 많이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눈 가리고 아옹 노동부 특별관리감독이 진행되는 동안 현대중공업 사측은 해당 작업을 중단시켰다. ⓒ김경택
물량팀 하청 노동자가 사고를 당한 파이프 모습 ⓒ제공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이 때문에 노조는 노동부에 감독 기간을 연장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특별감독이 끝나자마자 사측은 밀린 공정을 추진하려고 했을 것이고 이 속에서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노동자들은 말했다.

정부도 공범

현대중공업지부 김경택 대의원은 감독이 대단히 형식적이었다고 성토했다.

“고용노동부가 파견한 38명의 감독관들은 형식적으로 점검했습니다. 그들은 오전과 오후에 각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 현장을 돌고 마무리했습니다. 게다가 현장 실태도 잘 몰랐고, 누가 봐도 위험한 부분을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나마 대의원들이 따라다니면서 지적해야 사진을 찍고 대처를 했습니다.”

감독관들은 노동자가 빅도어(조선소 공장의 대형 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빅도어 점검을 소홀히 했다. “제가 일하는 특수선사업부 공장의 빅도어 안전 장치가 망가져 있었는데도 감독관들은 찾지 못했습니다.”

“특별감독 마지막 날에는 감독관과 노조 활동가들, 사측 임원들이 모여 보고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사고 조사단 대표라는 사람이 사고 내용을 잘 모르면서 재해자가 실수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했습니다.”

잇따른 중대재해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데도 사측은 사태를 덮고 무마하는 데만 급급했고, 노동부의 특별관리감독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이러니 “국가도 현대중공업 노동자 연쇄살인의 공범”(금속노조 성명서)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0퍼센트가 줄었을 정도로 조선업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현대중공업 사측은 “경상비 70퍼센트 감축”을 운운하며 노동자 쥐어짜기에 나서고 있다. 안전 투자는 더 뒷전이 되고, 노동자들은 더 빨리 일하도록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연이어 벌어진 산재 사망 사고도 이런 배경에서 벌어진 일이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