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에 이어 5월 25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윤미향 씨를 강하게 비판하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이자 또 오랜 기간 일본 국가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쏟아져 나온 윤미향·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관련 부정 의혹들에 대해 분노하면서 앞으로 “꼭 지켜져야 할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 공개”다. 위안부 운동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투쟁한 지 30년이 되도록 “양국[한·일] 정부의 무성의와 이리저리 얽힌 국제 관계 속에서 그 결실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위해 “소수 명망가나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한·일 “교류 방안 및 양국 국민들 간 공동행동 등”을 계획하고 추진해 나가자고 말했다.

오랫동안 수요집회 등에 참여해 온 이용수 할머니가 문재인 정부 하에서 느끼는 심정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진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모두 매우 고령이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늘나라에 가서 할머니들한테 내가 이렇게 해결하고 왔다, 언니, 동생들 내가 이렇게 해결하고 와서 나를 용서해 달라고 빌랍니다. 억울한 위안부 문제를 사죄받고 배상해야, 제가 사죄를 받아야 위안부 누명을 벗습니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5월 26일, 또 한 분의 위안부 피해자가 눈을 감으면서 현재 생존자는 17명이다.

정대협이 걸어온 길

이용수 할머니가 제시한 다른 하나는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그동안 일궈 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 “데모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지 끝내자는 것은 아니”라며 우파와 선을 그었다.

우파들은 이용수 할머니의 일부 표현을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뽑아내 위안부 운동 자체의 대의에 흠집을 내려 한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위안부 운동이 피해자를 팔아 돈벌이만 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쏟아냈다.

30년간 위안부 문제를 알려 온 정대협은 주로 국내에서는 피해자를 찾아서 증언하도록 돕는 등 주류 언론을 통해 사안을 알렸고, 대외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나서도록 압력을 넣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일본에게 압력을 가하려면 한국 정부의 힘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서방세계의 국제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국제인권기구에 개입하는 일을 크게 중시했다. 

이런 일들에서 정대협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꽤 성과를 거뒀다.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렸고, 영화도 나오고, 유엔인권위원회와 미국 하원의회, 유럽연합 의회에서 인권결의문을 통과시켰다. 어제 이용수 할머니 자신도 한 구실을 했던 지난 30년간의 성과를 무로 돌릴 수 없다고 했을 때 그 성과는 아마도 이런 일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는 동시에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고도 했다. 실제로 앞서 말한 정대협의 성과들이 국제 여론을 달구기도 했고 일본 정부를 화나게 만들기도 했지만 금세 동력이 사라져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정대협의 개입으로 유엔에서는 계속 위안부 관련 인권결의문이 나왔지만, 1995년 일본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 성금으로 이 문제를 끝내려 했다. 2007년 미 하원과 유럽의회에서 인권결의문이 통과됐고, 한국인 반기문이 유엔사무총장이 됐지만, 2015년 기만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미 대통령 오바마와 반기문은 모두 이 합의를 환영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제국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여성들을 강제 동원해서 벌인 전쟁 범죄다. 오늘날 일본 국가는 강력한 경제력에 걸맞게 군사력을 강화해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일본 정부에게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는 단지 역사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군사대국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그런 일본을 동맹 삼아, 그리고 한국을 그 하위 파트너 삼아 세계 패권의 경쟁자인 중국(한때는 소련이었다)을 견제하려 한다. 미국이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정부가 갈등해 안보 동맹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다. 한국 정부도 이런 질서에 편승해 이익을 거두려 한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는 추상적인 인권 문제가 아니라 제국주의(자본주의 강대국 간 군사적 갈등과 그에 따른 세계적 질서) 문제인 것이다. 미국(특히 미국 민주당)과 유엔에 기대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정대협의 노선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다.

정대협은 국내에서는 민주당과 그 정부에 의존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정대협과 여성단체연합의 주요 인물들이 정관계로 진출했다. 5선 의원이었던 이미경 씨나 김대중 정부 초대 여성부장관이자 노무현 정부 총리였던 한명숙 씨, 노무현 정부 여성부 장관 지은희 씨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두 정부는 피해자들의 기대와 달리 한일 외교 관계를 우선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고 정대협 출신 정치인들도 그것을 견제하지 못했다. 결국 우파 정부가 들어서 2015년 기만적인 한일위안부합의가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위안부합의를 재협상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집권 후에 말을 바꿨고, 일본이 지급한 위로금 10억 엔(114억 7000만 원)을 관리하는 화해치유재단을 2018년 말에나 느즈막히 해산했다. 돈은 여전히 한국 정부에 있고, 더욱이 그 돈의 절반 가까이는 이미 피해자나 유족에게 지출됐다. 일본 측은 2015년 합의를 여전히 내세우면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바로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또 윤미향 씨가 집권당으로 들어간 것이다. 윤미향 씨는 8년 전 이용수 할머니가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할 때, “국회의원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며 반대한 바도 있었다. 그런데 말도 없이 집권당의 위성정당 후보가 됐으니, 이런 일들이 이용수 할머니에게 준 좌절감과 당혹감, 상실감을 한 번 역지사지해 봐야 한다.

방어할 수 없는 것을 방어해서는 안 된다

윤미향 씨와 정의기억연대의 부정 의혹들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다며, 검찰이 수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미향 씨는 ‘잠적’ 상태로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미향 씨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여전히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당 대표 이해찬)며 방어하고 있다. 불법 의혹 수사를 “신상털기”로 모는 것은 조국 논란 때 많이 봤던 진영논리다.

정의연은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고 정의연 사무실과 서울 마포 ‘평화의 집’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인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일각에서는 이용수 할머니의 윤미향·정의연 비판이 일본 극우파에게 빌미를 주고 있어, 운동에 악영향만 끼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진영논리는 위안부 운동의 지속·강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자아낸다.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공안검사 출신 통합당 곽상도가 참여했다는 식의 가짜뉴스까지 동원하는 것이 특히 그렇다.

이번 논란은 우파나 검찰의 공격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위안부 운동 내 주요 인물들이 운동의 방향과 방식을 놓고 벌인 갈등이 출발이었다. 또한 후원금이 대부분인 회계를 부실하게 운영하고 해명도 제대로 안 하는 것 자체가 이 운동의 지지자들과 할머니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도 깨달아야 한다.

진영논리에 기초한 수세적 태도가 아니라 운동이 얻어야 할 교훈을 반제국주의적·좌파적 관점에서 도출해야, 그래야만 윤미향, 정의연 부정 의혹이 낳을 환멸로부터 운동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의미를 윤미향 씨와 정의연의 위법 여부나 자질 문제로 축소하는 것도 본질에서 벗어난다.

조계종 산하 ‘나눔의 집’도 부정 의혹

‘나눔의 집’은 경기도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시설로 위안부 피해자 쉼터다. 그런데 이 곳에서도 조계종이 막대한 후원금과 보조금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쓰지 않았다는 내부 고발이 터졌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지출에는 야박하게 굴면서, 피해자들이 모두 사망한 뒤 고급 요양원을 지어 돈벌이할 계획을 벌써부터 세우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편, 일부 주요 시민단체들은 나눔의 집 부정 의혹은 질타하면서 윤미향 씨와 정의연은 방어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중잣대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와 ‘정신대’를 구분하자고 한 이유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군 ‘정신대’와 ‘위안부’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정의연은 기자회견 직후 이런 입장을 밝혔다. “정신대는 ‘근로정신대’의 줄임말로 일본의 군수공장 등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한 피해자임. [반면] ‘위안부’는 일제에 의해 성노예를 강요당한 피해자임.

“정대협이 1990년대 초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용어의 혼용이 존재했음. [그러나] 정대협은 일관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해 왔고, 단체 명칭에 포함된 ‘정신대’ 명칭은 역사적 산물에 불과함.”

그러나 이런 답변은 다소 형식적이다. 그보다는 정신대(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가 다뤄져 온 궤적을 살펴 보면 이용수 할머니의 의중을 좀더 이해할 수 있다.

정신대(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 모두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끔찍한 범죄다. 일본 정부는 두 범죄 모두 국가의 직접적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전범 기업인 신일철주금, 미쓰비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최종 승소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2019년을 뜨겁게 달군 한일 갈등의 발화점이 됐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이 같은 근거로 201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은 일본 측이 재판의 성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그리고 강제징용 문제와 달리 위안부 문제는 화해·치유재단 해산 이후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돼 버렸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5년 박근혜-아베 정부의 기만적인 한일위안부합의로 인한 피해를 배상해 달라며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2018년 패소했다. 과거사 적폐 청산을 약속하며 등장한 문재인 정부 하에서 말이다.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한일 갈등 국면에서 항일 투사인 양 행세할 때 느꼈을 커다란 씁쓸함과 소외감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