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5월 26일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영상 보기)


5월 7일에 이어 어제(5월 25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윤미향 씨를 강하게 비판하고, 다시 울분을 토로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이자 또 오랜 기간 일본 국가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한편 윤미향 씨는 현재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으로 곧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윤미향 씨는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기도 했는데, 2005년부터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대협 대표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번 논란은 위안부 운동 내의 상징성과 대표성 있는 두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위안부 운동을 방해만 하던 우파가 여기에 끼어들어 피해자를 대변하는 척하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다.

우선, 위안부 문제란 무엇이고, 어떤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인지부터 간략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위안부는 일본 제국의 강점기에 일본 국가가 조직적으로 운영한 위안소 제도의 피해자를 말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아주 어린 나이에 강제로 또는 속아서 끌려가 말로 다 못 할 고통을 당했고 잔혹한 폭력과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피해자임에도 전쟁 이후에 자신을 숨기며 살아야 했고, 평생을 지고 가야 할 마음과 몸의 병을 얻었으며, 가족을 제대로 꾸릴 수도 없었다.

그러므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는 자신이 일본 국가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것이지, 결코 자발적으로 간 게 아니라는 걸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국가가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운영한 제도의 피해자임을 일본 국가가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것이다. 보상과 달리 배상은 국가가 범죄 행위자였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이 문제를 제대로 인정한 적이 없다. 대신 국민 성금이나 위로금 정도로 끝내려고 했다. 2015년 한일 합의의 핵심 내용도 그랬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므로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지난 3주 동안 윤미향 씨와 정의기억연대와 관련해 제기된 부정 의혹들은 정말 양파 껍질 까듯이 계속 나왔다. 간략히 살펴보면, 우선 윤미향 씨가 단체 차원의 모금을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한 건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공시해야 하는 문제를 피한 것이다. 이와 연결된 문제로, 정의기억연대와 정대협의 회계는 터무니없이 부실했다. 모금이나 후원은 처음에 받을 때 공표한 목적대로 깨끗하게 쓰고 남았으면 남았다, 썼으면 이렇게 썼다 하고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기본적인 일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고보조금까지 크게 비어 있었다. 이런 돈을 합하면 최대 37억 원가량 된다고 한다.

안성쉼터는 이런 문제들의 집약판이었다. 안성쉼터는 현대중공업한테서 10억 원을 요청해서 받아서 만든 곳인데, 정대협은 같은 명목으로 명성교회에도 15억 원 가까이를 요청해서 같은 해 받았다. 그래서 후자로는 서울 마포에 쉼터를 마련하고, 전자로는 안성에 건물을 지어서 구입했다. 그런데 3억~4억 원가량 턱없이 비싸게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성으로 입지를 정하고 건물 시공사를 결정하는 등의 과정에 의심스럽게도 윤미향 씨의 남편과 현 민주당 안성시 의원 이규민 씨가 개입했다고 한다.

윤미향 씨 개인 비리나 범법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대략 확인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전체적인 정황을 봤을 때 윤미향 씨와 정의연이 위안부 운동의 대표를 자임하면서 단체를 운영해 온 방식이 위안부 피해 당사자와 괴리된 채 미심쩍게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편, 정대협이 현행법상 어떤 불법을 저질렀느냐뿐 아니라 돈을 어디서 구했는지, 그 출처 문제도 봐야 한다.

정의기억연대는 지난해인 2019년 수입 중 무려 47퍼센트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이런 처지에서, 문재인 정부가 일제 과거사 적폐 청산 약속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것에 제대로 항의할 수 있을까? 또, 위안부 운동 단체가 현대중공업 같은 기업이나 명성교회 당회 같은 기업인들한테서 후원 받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대협이 직접 만나서 안성쉼터 자금을 요청했던 정몽준은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재벌 총수 정치인이었다. 과연 위안부 운동은 이런 정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일 수 있을까?

지출도 한 번 보자. 수요 집회에 쓰인 돈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대신 모금활동비나 급여, 국제기구 활동비 등에 주로 많이 돈이 쓰이고 있다. 이런 지출 비중을 보면 정의기억연대가 하는 운동이 다수 대중이 참여해 투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수 전문가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부 여론을 형성해 정부나 국제기구를 로비하고 설득하는 식의 활동에서는 주요 정책 기관들이 대화 파트너로 삼고자 할 만큼 명망 있고 영향력 있는 지도자의 위상이 중요하다. 정대협 초기 대표들이 윤미향 씨를 방어하면서 낸 성명에서 “정대협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도 좀 생각해 달라”고 호소한 것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이런 활동 방식이 점차 위와 아래의 간극을 만들어 내고 지지자들의 수동화, 심지어 수십 년에 걸쳐 활동가로 헌신해 온 위안부 피해 당사자조차 소외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꼭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데모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우파들과 선을 그었다. 비슷한 취지에서 우리는 현재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어디쯤 와 있는지도 봐야 한다. 과거사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등장한 문재인 정부 임기가 3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핵심인 일본 국가의 인정과 그에 걸맞은 배상은 진척이 없는 채로 위안부 할머니들은 고령에 하나둘 눈을 감고 있다. 반면, 운동의 대표자인 윤미향 씨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단체 재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면서, 다른 한편 정부나 국제기구의 대화 파트너로서 정치적 위상이 크게 올라 최근에는 집권당의 비례 국회의원 자리에까지 올랐다. 

요컨대, 이번 사태는 본질적인 문제가 전혀 미해결인 상태로 지도자 개인의 정치적 위상만 높아진 기존 위안부 운동의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런 모순은 정대협이 걸어온 노선 속에서 자리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대협은 주로 국내에서는 피해자를 찾아서 증언하도록 돕는 등 주류 언론을 통해 사안을 알렸고, 대외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나서도록 압력을 넣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일본에게 압력을 가하려면 한국 정부의 힘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서방세계의 국제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국제인권기구에 개입하는 일을 크게 중시했다. 

이런 일들에서 정대협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꽤 성과를 거뒀다.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렸고, 영화도 나오고, 유엔인권위원회와 미국 하원의회, 유럽연합 의회에서 인권결의문을 통과시켰다. 어제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30년간의 성과를 무로 돌릴 수 없다고 했을 때 그 성과는 아마도 이런 일들이었을 것이다.

정대협의 이런 성과들은 국제 여론을 달구기도 했고 일본 정부를 화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다. 금세 동력이 사라져 버리곤 했던 것이다. 1990년대 유엔에서는 계속 인권결의문이 나왔지만, 1995년 일본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 성금으로 이 문제를 끝내려 했다. 2007년 미 하원과 유럽의회에서 인권결의문이 통과됐고, 한국인 반기문이 유엔사무총장이 되었지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미 대통령 오바마와 반기문은 모두 이 합의를 환영했다.

정대협은 국내에서는 민주당과 그 정부에 의존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정대협과 여성단체연합의 주요 인물들이 정관계로 진출했다. 5선 의원까지 했던 이미경 씨나 김대중 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한명숙 전 총리, 노무현 정부 여성부 장관 지은희 씨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 하에서도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우파 정부가 들어서 2015년 기만적인 한일위안부합의가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위안부합의를 재협상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집권 후에 말을 바꿨고, 일본이 지급한 위로금 10억 엔(114억 7000만 원)을 관리하는 화해치유재단을 2018년 말에나 느즈막히 해산했다. 돈은 여전히 한국 정부에 있고, 더욱이 그 돈의 절반 가까이는 이미 피해자나 유족에게 지출됐다. 일본 측은 2015년 합의를 여전히 내세우면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바로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윤미향 씨가 집권당으로 또 들어간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이용수 할머니에게 준 좌절감과 당혹감, 상실감을 한 번 역지사지해 봐야 한다.

정부와 기업을 견제하며 시민사회의 대변인을 표방하는 비정부기구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십수억 원씩 받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협력하거나 참여하는 문제는 큰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그 운동의 지도자들은 정부의 돈을 받거나 정부에 참여한다고 해서 정부나 기업을 비판하지 못할 거라고 보는 것은 비약이라며 오히려 이를 협치 또는 거버넌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엔지오는 국가 개혁의 견인차 구실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의 요식적인 청취 행위에 참여하면서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실에 가까웠다는 엔지오 운동 내부의 자성적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됐고, 이 문제가 위안부 운동에서 정대협과 위안부 피해자 사이의 갈등으로 표면화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과거 일본 제국의 문제는 단지 국제적인 인권 감수성이나 일본의 국민성, 아베의 호전성, 과거 역사 해석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현재의 세계질서 속에서, 특히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긴장과 갈등이라는 맥락 속에서 놓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국가는 제국주의적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또 다른 전범자가 되려는 것이다. 

제국주의를 단지 한일 양 민족 간 문제, 양국 간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질서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1990년대 정대협은 유엔에서 인권 결의문을 통과시키기 위해 고심했지만, 정작 같은 시기에 유엔은 한반도에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런 속에서 일본은 북핵을 빌미로 군사력 증강과 군국주의화를 꾀할 수 있었다.

언론에서 수많은 보도들이 쏟아지고 여야 대립의 구도로 접근하는 시각들이 많지만 반제국주의적인 주장은 잘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진영논리에 휘말리는 수세적 태도가 아니라 운동이 얻어야 할 교훈을 반제국주의적·좌파적 관점에서 도출해야, 그래야만 윤미향·정의연 부정 의혹이 낳을 환멸로부터 운동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