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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코로나19 재확산 위험 고조:
코로나 위험을 키우는 정부의 이윤 우선주의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월 28일 하루 확진자 수는 79명으로 전날 40명에 이어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벌어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쿠팡 물류센터 감염이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가,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과는 관계없는 지역 감염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검사가 거의 끝나 가는 만큼 확진자 증가 속도가 계속 높아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감염이 콜센터와 다른 물류센터 등으로 확산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집단 감염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물류 노동자들에게 감염이 퍼질 가능성이 거듭 제기돼 왔다. 이들의 노동조건이 바이러스 확산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먼저 작업장 안에서 물리적 거리두기가 어렵다. 애당초 노동자들의 안전이나 건강보다 작업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에 적합하게 설계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과 직접 관계가 없는 휴게실이나 식당이 비좁아 밀접 접촉이 많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물류센터 안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포장을 하는데, 이 작업 공간에서도 접촉이 일어나기 쉽다. 마감 시간에 맞춰 속도를 내다 보면 마스크를 쓰고 있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식품을 다루는 신선센터의 경우는 냉장·냉동 창고에서 여러 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마스크가 젖어 쓸모없어진다. 물건을 차량에 싣고 내리는 상하차 작업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더욱 어렵다.

이런 조건에서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려면 노동강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 이후 물량이 대폭 늘어나 노동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속도를 높이려고 인력이 추가 투입되기도 했는데 이는 노동자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효과를 냈다. 하급 관리자들은 작업 속도를 높이느라 하루 종일 노동자들을 다그쳐야 했고, 마스크를 내리고 그러는 경우도 많았다.

코로나 사태와 함께 심각해진 경제 위기 탓에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이 늘어나 쉬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워졌다고 쿠팡 노동자들은 말한다. 처음 일자리를 구하면 3개월짜리 계약을 맺는데, 그 기간에 아프다고 며칠을 쉬면 재계약 때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된 노동에 비해 임금은 형편없는 수준이라 ‘투잡’을 뛰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 중 상당수가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학교, 콜센터, 다른 물류센터 등으로 감염이 확산된 이유다. 쿠팡 사측은 감염자가 확인된 날 오후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투잡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은 더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쿠팡 배송 요원 2500명의 명단을 확보해 이들을 대상으로도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감염이 발견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최근 대면 접촉을 피하느라 물건을 집 앞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택배를 통한 감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도 택배를 통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감염 경로를 추적하지 않거나 못하는 나라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보고가 없는 것이 곧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스 표면에서 24시간 생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12일에는 쿠팡 배송 요원이 과로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 배송물량이 폭주해 한 사람이 하루에 물건 300개를 배송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류센터에서 확진된 사람 수가 7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2~3차 감염이 이뤄진 듯한데 그러면 대략 15일 전에 감염이 시작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 계산하면 배송 요원 한 명당 3000개 이상의 물건을 배달했다는 뜻이니 직간접 접촉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쿠팡 물류센터의 사례는 기업주들의 이윤 추구가 방역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보여 주는 사건이다. 동시에 정부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간과되서는 안 된다.

작업장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정부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며 첫째 행동 수칙으로 “아프면 3~4일 쉬라”고 했지만, 스스로 그게 어렵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쿠팡맨

이태원 클럽과 연관된 감염도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한 달 만에 7차 감염까지 확인됐는데, 이전에 비해 전파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의견이 많다. 유전자형도 그동안 한국에서 전파된 바이러스와 조금 다른데 미국에서 확산된 바이러스와(G형) 비슷해 미군이나 미국 발 입국자들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평택에서도 G형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된 바 있는데, 이태원과 평택 모두 미군과 미국인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이는 정부가 미국 발 입국자들에 대한 방역을 느슨하게 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중국 발 입국자와 달리 미국 발 입국자들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한참 뒤까지 격리 조처를 하지 않았다.

등교와 함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감염도 속속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고3 학생이 확진됐고,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감염 경로를 확인하지 못한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보고한 어린이 괴질 사례도 발견되기 시작한 듯하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5월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등교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고3 학생들에 이어 27일에는 고2, 중3, 초1,2, 유치원생들이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조승진

정부는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당시 그 기준을 ‘하루 신규 확진자 50명 이하’, ‘감염경로 미확인 사례 5퍼센트 이내’였는데 이미 그 기준을 넘었다.

이 기준조차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감염 확산 속도와 병상 수, 일일 검사 능력 등을 고려한 것이었겠지만, 지금까지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감염자의 수가 조금만 늘어도 방역 당국이 조사해야 하는 대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갑자기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정한 기준조차 넘긴 상황에서는 즉시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 등교 수업을 즉시 철회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 문재인은 등교 개학이 “생활 방역 성공 여부 가늠하는 시금석”이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돌이 아니다. 이미 감염 위험 때문에 곳곳에서 등교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위험한 도박을 벌여서는 안 된다.

또, 노동자들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사용자들에게 의무를 부과해 강제해야 한다. 노동강도를 낮춰 마스크 사용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