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전후로 한동안 잠적했던 윤미향 씨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5월 29일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윤미향 씨는 20여 분 정도 빠르게 읽어 내려간 입장문 대부분을 횡령·유용 등 검찰 수사로 넘겨진 불법 의혹을 부정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나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새롭게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는 재판에서 다툼을 벌여야 한다는 뜻으로 보여, 부정이 전혀 없다는 해명과 어울리지는 않았다. 몇몇 쟁점에서는 핵심적인 의문점을 피해 선택적 해명을 했다.

그러나 윤미향·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부정 의혹을 밝히고 이용수 할머니가 던진 문제제기에 답을 찾아가는 일은 윤미향 씨 개인에게 국회의원이 될 자질이 있는지, 실정법을 위반했는지 등의 문제로 좁혀질 수 없다. 아쉽게도 이날 윤미향 씨의 회견은 딱 그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윤미향 씨는 경기도 안성쉼터에 대해 ‘비싸게 매입한 것이 아니다. 고급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오히려 싸게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해명도 믿기 어려운 구석이 많지만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과 한묶음인 다른 의문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명성교회한테서 서울 마포구에 쉼터용 주택을 기증 받고도 왜 쉼터 명목으로 현대중공업한테서 자금을 또 기증 받은 것인지, 그러면서도 왜 노령의 피해자들에게는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기도 안성으로 부지를 선정했는지 등. 따라서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윤미향 씨는 ‘안성을 둘러보다가 그 지역 지인(이규민)에게 순수하게 추천받았을 뿐’이라며 가격 문제만 부실하게 해명했다. 또, 현대중공업 기부금을 중간에서 전달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안성쉼터 사업 중단과 사업비 전액 반환을 요구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단체 차원의 모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문제에 대해서는 ‘안이하고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구체적 소명은 없었다. “총수입과 총지출을 비교한 결과” 문제가 없었고 더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소명하겠다고 했다. 개인 계좌 모금을 시작한 시점에 대한 윤미향 씨의 언급에는 서로 충돌되는 듯한 구절(2012년 또는 2014년)도 있어 혼란스럽다.

모금한 돈으로 할머니들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운동 단체이지 할머니 개인들 복지를 지원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해명을 반복했다. 형식적인 답변인데다 의문 제기자들을 운동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로 취급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 정대협이 확보해 온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은 활동가이기도 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많은 모금과 정부 보조금, 현대중공업 같은 대재벌과 명성교회 같은 메가처치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금한 돈으로 단체 사업비와 임직원 활동비, 인건비를 지출해 왔으면서 관련한 문제 제기를 간단히 제쳐버리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할머니들이 모금 문제로 여러 차례 항의한 바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 마당에 더더욱 그렇다.

요컨대, 윤미향 씨의 기자회견은 몇 가지는 어쩔 수 없이 사과하면서도 실질적 해명이 필요한 것들은 눙치고 회피해 버렸다. 

운동의 쟁점 외면하기

윤미향 씨는 무엇보다 위안부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비판, 특히 이용수 할머니의 비판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았다.

윤미향 씨는 수요집회 등 운동 방식을 바꾸자는 이용수 할머니의 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정의연을 이미 사퇴했고, 정의연이 앞으로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을 잘 반영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용수 할머니가 “30년을 같이 [운동]했는데 마음대로 팽개치고 국회의원에 나갔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윤미향 씨가 집권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위안부 운동 단체 대표라는 위상 덕분 아니었던가? 윤미향 씨가 국회 입성을 고집하기 전에 진정으로 답해야 할 물음은 정대협이 30년간 주도해 온 위안부 운동이 왜 여전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피해 당사자와 분열·갈등하게 됐는가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은 남아 있는 피해자 17명이 다 죽기 전에 일본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죄·배상을 받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운동이 새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제된 표현은 아니었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 곳곳에는 엄중한 평가 지점들이 녹아 있다.

그러려면 윤미향·정의연 부정 의혹을 밝히는 일 또한 윤미향 씨의 자질이나 실정법 위반 문제로 좁혀져선 안 된다. 그런데 이날 윤미향 씨의 해명은 딱 그 점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한편,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와중에도 윤미향 씨와 정의연, 민주당은 진영논리를 끌어와 “친일, 반인권 세력의 공세”라는 둥 납득할 수 없는 방어 논리를 펴 왔다. 그러나 총선에서 참패한 우파가 윤미향 씨 의혹 건으로 힘을 회복한다는 어떤 조짐도 없다. 오히려 진영논리의 위선과 이중잣대는 진보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환멸을 자아낸다. 그것이 운동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실질적인 폐해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윤미향 편들기에 나선 것은 현재 여야가 21대 국회 구성을 앞두고 핵심 상임위원회 위원장 몫 등을 가지고 힘겨루기에 한창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당대표이자 최고위 실세 중 한 명인 이해찬이 직접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 “사실 확인이 먼저”라고 말했다. 반 년 넘게 ‘조국을 표적 삼는 정치검찰을 혼내 주자’더니 이제는 검찰 수사로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윤미향을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뒤를 따라 우상호, 최민희 등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용수 할머니를 폄훼하고 의도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 우상호는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는 못하게 하고 네[윤미향]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 

2012년 총선에 출마하려던 이용수 할머니를 윤미향 씨가 만류한 사실을 두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나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기 위해 출마하겠다’는 이용수 할머니에게 윤미향 씨는 ‘국회의원을 안 해도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당시 이용수 할머니 출마 기자회견에 정대협 간부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도 최근 확인됐다. 그리고 당시에 이용수 할머니가 의원이 못 된 것은 민주당이 공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은 오히려 윤미향 씨와 민주당의 이중잣대를 드러낼 뿐이다.

최민희는 이용수 할머니를 겨냥해, 모금한 돈으로는 (용도에서 벗어나니) 할머니들 식사를 사 줄 수 없다며, 이것도 모르냐는 투로 빈정거렸다.(이용수 할머니는 모금 행사 후 배고프다고 하니 윤미향 씨가 돈이 없다고 답한 일을 사례로 든 바 있다.)

그러나 최민희의 말이야 말로 물정에 안 맞는 궤변이다. 회사, 정당, 사회단체 등에서 하는 회의와 토론회는 물론, 집회나 큰 행사를 할 때 스태프들의 식사비는 자연스럽게 행사비에 포함된다. 최민희 자신이 활동했던 단체나 의원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번 논란은 위안부 피해 당사자로부터 시작된 운동의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위안부 운동이 걸어온 궤적을 진지하게 성찰함으로써 위안부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재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진보·좌파는 우파의 득세를 경계해야 하지만, 운동 내 어두운 면을 감싸거나 민주당 정치인들을 옹호하려고 현재 우파의 위협 정도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