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저서로 구설수를 일으켰던 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1년 4개월 만에 청와대로 승진 복귀했다. 오늘(5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탁현민을 신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임명했다.

청와대 의전비서관(1급)은 대통령 의전과 각종 행사를 총괄하는 자리로, 이전에 탁현민의 직위였던 선임행정관(2급)보다 더 승진해서 복귀하게 된 것이다.

과거 탁현민은 자신의 저서에서 여성 비하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2007년 《남자 마음 설명서》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취급하며 비하하는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예컨대,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짧은 옷 안에 제발 쫄쫄이 속옷 좀 입지 마시라” 등등.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는 구절에서도 왜곡된 성 인식이 드러난다.

이런 천박한 인식을 보여 준 탁현민은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그제서야 형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여성비하적 저서에 대해 진정어린 반성을 하거나 자숙했다고 보기 힘들다. 2019년 6월, 탁현민은 유시민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 출현해서 여성 비하 논란에 대해 “죄송하지만, 어쩌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여성 비하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반성조차 진지하게 한 적 없는 사람이 청와대 최고위 공직자 자리에 승진 재기용된 것이다. 이것이 주는 사회적 메시지를 고려할 때, 그저 이런저런 표현들이 법률에 위반되냐 아니냐 여부의 문제로 축소할 수는 없다. 이런 인사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모욕적이고, 불길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여성 차별에 항의해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차별적인 현실 개선에 미온적인 정부를 비판하며 성평등 개혁을 요구해 왔다. 일부는 문재인이 약속한 개혁을 이행하리라는 기대 속에서 행동에 참가했다. 이번 인사는 여성들의 성평등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탁현민은 처음 청와대에 기용될 때부터 진보·좌파와 여성단체들의 항의를 받았다. 당시 여성부장관 정현백은 탁현민 경질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던 문재인은 당시 여성비하적 언행이 드러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는 내정 철회했지만, 탁현민 사퇴 요구는 거부했다.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도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탁 행정관의 사표를 반려한 바 있다. 결국 그가 명예를 지키며 자진 사임하도록 해 줬다. 탁현민은 사임 뒤에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중용됐었다. 그러더니 이제 아예 승진 복귀까지 시켜준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성평등 정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이다. 아마 코로나19 위기와 대불황 위기 속에서 개혁 염원에 부응하기 어려워진 문재인에게는 이미지 관리와 이벤트 쇼가 더 절실해진 것일 수도 있다.(탁현민이 청와대에서 맡은 임무가 이런 일이다.)

“인사 기준에서 성평등 관점이 중요하다”(2017년 5월 한국여성단체연합)며 탁현민 경질을 요구했었던 진보적 여성단체들은 이번에도 탁현민 복귀를 비판해야 마땅하다. 성차별적 우익이 문재인 정부에 위선적 공세를 퍼붓는다 해서 진보가 마땅히 해야 할 비판을 삼갈 필요가 없다. 그것이야말로 진보를 위선적으로(이중잣대) 보이게 만들어 우익의 위선을 감춰 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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