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 대사관 건물에 걸린 무지개 깃발 ⓒ양효영

6월 1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광화문 대사관 건물에 걸었다. 2017년부터 미국대사관은 6월에 무지개 깃발을 게양해 왔다.

미국대사관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만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기념하고자 레인보우 배너를 대사관 건물에 걸었습니다” 하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대사관의 무지개 깃발 게양은 미국 지배계급이 세계 곳곳에서 저지른 악행을 가리려는 전형적인 “핑크워싱”이다. 성소수자들의 친구인 양 행세해서 인종차별, 제국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특히 지금 미국 정부가 자국과 한국에서 하는 행태를 보면, 무지개 깃발 게양의 위선적인 본질이 더 뚜렷이 드러난다.

얼마 전, 비무장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8분 동안 경찰관에게 목이 짓눌려서 사망했다. 이 살해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흑인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고,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시위대가 백악관을 습격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6~7면)

인종차별을 선동해 온 트럼프는 이번 흑인 시위에 더한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고 군대 투입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최근 성주 소성리에는 미군의 사드 장비가 추가로 반입됐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강행됐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 4000여 명을 배치해 반대 주민들을 제압했다.

(미국 정부의 일부인) 미국대사관이 대체 “자유와 인권”을 운운할 자격이나 있나?

희석 효과

그간 미국대사관은 2014년부터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는 등 “핑크워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다. 2017년에는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성주에서 1시간 거리밖에 안 되는 대구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에 부스를 차리고 참가했다.(성소수자 운동 일각의 미국 제국주의 우호적 태도·전략에 대한 비판은 본지 215호의 ‘무지개행동과 한국 성소수자 운동 주류의 우경화’를 참고하시오.)

지난해 〈한겨레〉, 〈경향신문〉 등 자유주의 언론들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퀴어퍼레이드 참가를 우호적으로 부각해 보도했다. 하지만 몇 달 뒤 그는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항의하며 미국 대사관저를 ‘월담’한 학생들을 조롱했다.(유감스럽게도 〈경향〉은 올해도 미국대사관의 무지개 깃발 게양을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미국대사관은 성소수자 차별을 없애는 것에 전혀 진지하지 않다. 정작 트럼프 정부는 자국 내 성소수자 인권조차 짓밟고 후퇴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트랜스젠더 살해범을 부실수사로 잡지 않는 경우도 많고, 경찰에게 살해 당하는 트랜스젠더들도 적잖다. 피해자 대부분은 하층계급 유색인종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의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활동가들은 몇 년째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에 경찰들이 참가하는 것에 항의해 왔다.

미국대사관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라 미국 내 차별받는 사람들과 세계의 대중이 함께 맞서 싸워야 할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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