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미래통합당 여성 의원들이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몇 년 전 같았으면 한일위안부합의를 찬성하고 이에 반대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난했을 우파 정치인들이 할머니를 감싸고 나선 것이다.

반면, 30년 위안부 운동에 헌신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그 친구들은 이용수 할머니의 대척점에 서 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 진보진영 온건파들은 원색적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진보 인사들도 이용수 할머니를 비난하는 가짜 뉴스를 인용한다. 그들은 우파의 위선적 공세가 위안부 운동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윤미향 의원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정의연) 방어가 먼저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물론 통합당 여성 의원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 그들의 본심은 이 말에 담긴 듯하다. “이번 사안은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 윤 전 정의연 이사장 개인의 비리 의혹을 밝히는 게 핵심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비판해 마지 않았던 한일위안부합의 문제는 그들에게 관심사가 아닌 것이다. 그저 21대 국회 상임위 구성 등으로 민주당과 통합당이 힘 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여당을 흠집 내는 데 이 쟁점을 이용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눈덩이처럼 커진 회계 부정·부실 의혹이 덮고 넘어가도 되는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의혹들은 윤미향 의원의 개인적 자질이나 도덕성 문제로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윤미향 의원이 정대협 공개 모금을 개인 계좌로 하고도 “총수입과 총지출이 맞았다”는 식으로만 해명한 것이 오히려 이 운동의 재정 운영에 의혹을 갖게 한다. 운동을 조직하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을 어디에서 구하고(출처), 어디에 쓰는지(용처)는 단지 회계 미숙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다. 그래서 위선적 우파뿐 아니라 무엇보다 진보 염원 대중이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공개 모금을 하고 국민 세금으로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회계 부정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태도다.

게다가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미향 변호론자들도 우파와 마찬가지로 정작 이 문제를 존재하지 않는 양 취급한다.

집권당이 윤미향 변호에 앞장서고 있다 ⓒ출처 민주당

문재인 정부도 문제의 일부다

왜 이용수 할머니는 윤미향 씨가 민주당 의원이 되는 것을 곧 문제 해결 노력을 포기한 것으로 보았을까? 여기에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정대협 논란의 진정한 배경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비밀리에 했던 한일위안부합의는 문제투성이인 데다 특히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라고 못 박아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끝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반동적인 합의였다. 문재인은 야당 대표로서 이 합의를 비판했고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부 자체 보고서에서 합의 과정의 문제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2018년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합의를 파기하지 않는 것이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공표했다. “이 합의가 일본과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고]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뿐인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 해결 노력도 방해했다. 할머니들은 2016년 3월 박근혜 정부의 한일위안부합의가 피해자들이 일본에 배상을 요구할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판결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외교부)는 2018년 6월 이 헌법소원을 각하해 달라는 정부 의견서를 헌재에 비공개로 제출했다.

미·중 간 제국주의적 갈등이 고조되고 미국이 한·미·일 간 결속 강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내치기로 한 것이다.

일본 아베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일위안부합의가 국가간 합의이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라는 것이다. 아베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요구(일본 국가의 법적 책임 인정, 공식 사과와 진상 규명, 배상 등)에 응할 의무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더욱 강하게 고수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이 합의를 파기하지 않는 것은 단지 해결 노력이 지체되는 정도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운동이 일본 정부에 항의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문재인 성역화(?)

그런데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개혁주의적 엔지오 대표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이런 기만과 배신을 규탄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 그러면 일본 정부를 규탄할 명분도 약해진다. 즉, 정의연(과 여성 엔지오, 인권 엔지오 들과 좌파적 민족주의 정치 단체들이 함께한) 운동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태도 때문에 발목이 잡혔고 그 결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따라서 이용수 할머니뿐 아니라 세상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윤미향 씨가 민주당 의원이 된 것은 더는 이 운동을 진척시킬 의지가 없는 것으로 여길 법하다. 실제로 윤미향 의원은 총선 기간에 더불어시민당 홍보물에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앞세우거나 강조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한일 의원 모임을 주도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운동이 처한 교착 상태를 타개할 실효성이 없는 헛된 약속일 뿐이다.

민주당과 윤미향 의원 본인과 정의연, 지도적 엔지오들, 좌파적 민족주의 정치 단체들이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에 담긴 합리적 핵심을 외면하고 이분법적 진영논리로 대응하는 것은 운동이 빠져 있는 이 덫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말해, 진영논리를 동원한 윤미향 변호의 진정한 대상은 문재인 정부인 것이다. 이전의 성과까지 훼손하면 안 된다는 말은 형식적으로는 맞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실질적인 점들이 토론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계속 침묵한다면 진보진영이 내로남불한다는 우파의 비판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문재인은 5월 28일 민주당과 통합당의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난 자리에서도 위안부 합의 추진의 과정만 비판했지 그 내용은 비판하지 않았다(정부 수반의 위치에서 책임성 없게도). “위안부 합의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 당시 할머니들과 사전에 [합의 내용을] 공유했으면 이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으나 일방적이었다.”


마녀사냥론은 허구다

윤미향 변호론의 주된 레퍼토리는 비판자들이 부차적인 실수들을 엄청 대단한 의혹처럼 부풀려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마치 윤미향 의원이나 정의연이 힘 없는 약자나 소수자인 듯한 가정이 전제돼 있다.

그러나 한때 대통령도 넘봤던 현대중공업 재벌의 총수 정몽준과 부유층 장로들과 담임목사가 지배하는 메가처치(초대형교회) 명성교회조차 십수억 원씩 돈을 대고, 정부 보조금을 매년 수억 원씩 받는 단체, 그 악독한 박근혜 정부조차 최종합의 전에 한일위안부합의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전화할 정도의 정치적 위상을 가진 윤미향 씨와 정의연이 마치 약자로서, 강자들의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당 실세 대표(이해찬)가 지금 이순간 앞장서 윤미향 의원을 감싸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언론사들(방송, 신문 포함) 중에서도 민주당에 우호적인 곳에서는 윤미향 씨를 감싸는 보도들을 해 준다. 또한 한일위안부합의에 고위 정부 관료들이 연루된 외교부도 수차례 윤미향 의원에게 유리한 해명을 해 줬다. 며칠 전에는 윤미향 의원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2015년 면담 자료를 제때 공개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무엇보다 윤미향 의원 자신이 이제 집권당 국회의원이다. 그가 과거에 어떤 실천을 했든 이제 그는 국가기관의 하나인 것이다.

윤 의원이 비판받는 이유가 천대받는 소수자 정체성이나 좌파 사상 때문도 아니다. 대중이 제기하는 것은 범국민적 지지와 후원에 힘입어 얻은 혜택과 영향력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는 문제이다. 정작 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정의연을 떠났으니 운동의 전망을 자신에게 묻지 말라고 했다. 지극히 무책임한 태도다.

권력자들이 강력하게 이분법적 진영논리를 유포시키는 것은 진정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현 운동의 방식을 성찰하자는 진정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마치 ‘없는 존재’ 취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권당의 변호가 먹히는 것은 ‘우파 위협론’이 현실 세력관계에 비춰 매우 과장돼 있다는 반증도 된다.

사실 여권 차원의 옹호와 동원이 없다면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인신공격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자행될 수 있겠는가? 드루킹 공작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다행히 윤미향 의원 측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다. 우파의 마녀사냥이 먹힌 게 아니다. 윤 의원과 정의연의 해명이 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증도, 논리도, 태도도 (음모론에 탐닉하는 골수지지층을 빼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거부감만 일으켰다. 그리고 진정으로 마녀사냥을 자행하는 것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윤미향·정의연 변호론자들이고, 이 마녀사냥이 먹히지 않는 것은 이용수 할머니가 잘못된 말이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고 할머니야말로 광범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비판은 피해자라서만이 아니라 합리적인 문제 제기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출처 정의기억연대

피해자 성역화가 문제라고?

이런 상황에 비춰 보면, 난데없이 “피해자 성역화”를 비판하면서 이를 변호 논리로 꺼내드는 것도 우습다.

과연 지금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와 회한에 담긴 간절한 바람에 주목하는 것이 문제인가? 오히려 문제는 여권 핵심 지지층과 진보진영의 일부 지각 없는 인사들이 음모론과 진영논리에 매몰돼 가짜뉴스(할머니의 기자회견에 공안검사 출신 통합당 의원 곽상도가 참가했다는 둥,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 장교와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는 둥)까지 버젓이 동원해 가며 이용수 할머니를 인신공격 하는 것 아닌가?

할머니의 비판에 담긴 합리적 핵심에 주목하는 쪽이 너무 적은 것이 오히려 문제 아닌가?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최근 비난 공세야말로 일본의 우익들을 기쁘게 할 일 아닌가? 집권당의 고위 정치인 중에 자기 지지층에게 할머니 인신공격을 중단하라고 호소하는 인물이 단 한 명이라도 있나?

그래서 이 부정직하기 짝이 없는 프레임 조작을 걷어내고 보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여권, 그리고 진보계 일부가 위안부 운동 지도자들이 정부와 유착해서 생긴 위기를 감추고 (위안부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으려고 피해 당사자를 집단 왕따시키는 것이다. 이미 윤미향 씨 등은 정대협의 기조에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 기림비에 새긴 위안부 명단에서 심미자 할머니, 박복순 할머니 등을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자주성

진보파 언론 중에서는 본지만이 운동의 전략과 전망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제기해 왔다. 정의당은 비교적 일찍 심상정 대표가 직접 윤미향 의혹을 비판했다. 아쉬운 것은 문재인 정부 때문에 빚어진 위안부 운동의 새로운 위기에 관해서는 말을 아낀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의당 전 사무총장 신장식 씨는 MBC 100분 토론에 나가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으로 악명 높은 더불어민주당 간부 최민희 씨와 편을 이뤄 윤미향 씨 옹호 패널로 활약했다.

민중당은 일관되게 윤미향 의원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 왔다. 다만 최근 이 당의 선임 당원 중 한 명인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이 개인적으로 당론과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 약속을 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자는 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선거용 위성정당에 입당하였다.” 이의엽 소장은 정부·재벌·초대형 교회에서 돈을 받으면 자주적 운동일 수 없다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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