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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희망 고문 9달째:
정규직화 투쟁 재개하는 보라매병원 노동자들

서울특별시립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멈췄던 정규직화 투쟁을 재개했다. 5월 25일 노동자들은 병원 앞에 천막을 설치했고, 지난해 약속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간 보라매병원민들레분회 노동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공동투쟁에 함께했다.

이 투쟁의 성과로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600여 명은 지난해 11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에도 합의 내용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보라매병원 사측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고, 운영을 맡은 서울대병원 사측과 소유주인 서울시가 이를 방치하면서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홉 달 가까이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다.

보라매병원 사측은 파견용역직 노동자 248명 중에 콜센터 노동자 27명, 장례식장 노동자 8명을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차일피일 시간만 끌어 왔다. 콜센터는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전환할 테고 장례식장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있어서 외주업체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사측의 이유다.

그러나 두 업무는 병원에서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전환하거나 외주화하면 결국 환자·보호자들에게 불편과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병원은 인건비를 아껴 돈을 남길지 몰라도 말이다. 공공기관이 해야 할 업무를 민간업체에 맡기면, 해당 업체의 이윤을 위해 비용이 오르거나 서비스질이 악화한다. 결국 보라매병원 사측은 필수 공공서비스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것이다.

서울시도 책임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공병원인 보라매병원이 수익성을 우선한 운영을 하는데도 이를 나몰라라 하며, 노사합의로 처리하라고 수수방관 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니 앞뒤가 안 맞는다.

노동자들은 올해 초까지 병원 로비에서 농성을 유지해 오다가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위해 잠시 투쟁을 미뤄 왔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임명된 현 김병기 병원장의 임기가 5월까지라, 새 병원장 하에서 합의가 이행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은 최근 김병기 병원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와 서울대병원, 서울시는 자기들이 언제 정규직화 약속을 했냐는 듯이 모르는 체하고 있지만,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은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며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는 정규직화 합의 이행하라.

5월 21일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외주화 철회와 보라매병원 정규직 전환 촉구 결의대회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