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문재인 정부는 비상경제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또다시 ‘한국판 뉴딜’ 계획도 포함시켰다.

2025년까지 76조 원을 투입해 산업을 재편하고, 그중 31조 3000억 원을 2022년까지 투입해 일자리 55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6월 4일에는 국회에 3차 추경 예산안도 제출한다고 한다. 11조 7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 12조 2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도 부족해, 단일 추경으로는 가장 많은 35조 3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5월 21일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 ⓒ출처 청와대

정부가 3차 추경안을 제출하고,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1퍼센트로 낮췄다. 지난해 12월 제시했던 2.4퍼센트에서 대폭 낮춘 것이지만, 국내외 다른 기관들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여전히 높다. 3차 추경 등을 통해 성장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은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국가의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나란히 세운 한국판 뉴딜을 국가의 미래를 걸고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 운운한 것과 달리, 한국판 뉴딜로 포장한 정책들 대부분이 이미 기존에 추진되던 정책들을 재탕한 것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뉴딜’이라는 데이터 구축·개방·활용, 공공시설 와이파이 구축, 5G 국가망 확산, AI 인재 양성 등은 이미 추진 중이던 사업이다. 대기업들이 이윤 창출을 위해 원하는 원격 의료를 ‘비대면 의료’로 말만 바꿔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애초 6월 초에 발표하기로 했던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인 계획 발표는 다시 한 달 뒤인 7월로 미뤘고, 35조 원이 넘는 3차 추경 중 한국판 뉴딜에 사용되는 돈은 5조 1000억 원에 그친다. 게다가 한국판 뉴딜로 투자한다는 76조 원 중 2단계 45조 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 후 계획이라 실제로 실행될지도 미지수다.

한국판 뉴딜의 주요 축 중 하나라는 그린 뉴딜 예산은 고작 1조 4000억 원만 배정됐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낡은 공공시설이나 산업단지 등에 대한 리모델링 비용이다. 탄소배출량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겠다는 계획도 없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도 없다. 오히려 해외 화력발전소 수주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이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저질 일자리

정부는 여전히 ‘포용 국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우며, 한국형 뉴딜로 2022년까지 일자리 55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그러나 이 정책들도 사실상 ‘노인 일자리’와 비슷하게 ‘단시간 청년 IT 공공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10만 개를 만들겠다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는 주로 컴퓨터를 활용해 공공기관에서 수치 등 데이터를 입력하고, 온라인 홍보자료를 만드는 일이다. 병원이나 국립공원에서 방문객을 안내하거나, 불법 복제물을 모니터링하는 업무 등도 포함됐다. 실제 이런 일을 해 본 경험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형 눈알 붙이기’라고 자조했다고 한다. 취약계층 일자리라는 전통시장, 체육시설 등 공공시설을 청소하고 관리하거나, 산불 등 자연재해를 감시하는 일은 실제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노인 일자리’와 같다.

민간 기업 일자리 지원도 청년(만 15~34세) 취업자 15만 명에게 최장 6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저임금 단기 일자리 창출 효과밖에 못 낼 것이다.

한편, 떠들썩하게 얘기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는 논의하겠다는 계획만 내놨을 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또 이재명 경기도지사, 심상정 의원 등이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제부총리 홍남기는 단호하게 이를 거부했다.

오히려 임금 삭감과 노동시간 연장을 위해 탄력근로제 강화와 성과급제 임금 체계 개편 같은 노동개악안을 포함시켰다.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재직자 고용유지협약은 임금 삭감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니 노동자들이 있는 일자리나 지키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판 뉴딜이라는 겉포장과 달리, 실효성 있는 방안도 별로 없고 특히 일자리·소득 감소로 고통을 받는 노동자·서민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기업주들을 위한 규제 완화와 노동개악 방안들이 들어가 있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조차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 정책들을 ‘뉴딜’이라고 부르는 게 맞느냐며 회의론을 폈다고 한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나 정의당 등 노동계 주요 조직의 지도자들은 문재인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예를 들어, 정의당은 이번 한국판 뉴딜 계획을 비판하면서도 “여야정 상설협의체와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뉴딜이나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을 언급하며 민주노총의 개혁주의적 지도자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 이용하려 할 뿐이고, 실제로는 ‘유연안정성’이나 친기업적 규제 완화, 임금 억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 잘못된 기대를 품을 게 아니라 정부에 대한 비판과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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