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발행 뒤 나온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추가해 6월 10일자 기사를 개정증보했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9살 아동이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다가 사망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며칠 뒤에는 경남 창녕에서 같은 나이의 아동이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하는 일이 일어났다. 

두 아동 모두 끔찍한 구타와 학대를 장기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고, 아동학대 신고가 이미 이뤄진 적도 있음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망한 천안의 아동은 한 달 전 이 아동의 찢어진 머리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학대 의심으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막을 수도 있었던 죽음이었던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는 10년 넘게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아동학대 사례는 2만 4604건이었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역대 정부들은 처벌 강화 방안이나 생색내기용 대책을 제시했을 뿐, 피해아동 지원 확대나 예방조처는 미미했다.

“아동보호”를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는 이전보다 일부 개선된 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턱없이 미흡하다.

예고된 비극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사회복지사 공무직과 공무원 1400명을 충원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대부분 민간위탁) 맡았던 학대조사 및 대응업무 등을 시‧군‧구 공무원과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조차도 필요 업무량에 비해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전국에 900여 명으로 살인적인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전체 아동 인구를 고려하면 상담원 1인당 약 1만 명의 아동을 담당하는 꼴이다. 상담원 1인당 월 평균 60~100사례를 담당하는데, 이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보다 2~3배 이상 많은 양이다.

상담원의 열악한 처지는 피해아동 지원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상담원들의 노동조건 개선 염원을 무시했다. 상담원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연간 3721시간(한국 평균 노동시간 2024시간)을 일하며 혹사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가장 중요한 피해아동 지원에도 인색하다.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매년 소폭 인상돼 2020년 296억 원이 책정됐다. 정부 전체 예산의 0.006퍼센트 정도다.

쥐꼬리만한 금액도 문제지만 예산 충당 방법도 엉망이다. 아동학대 예산의 대부분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벌금 및 민간 출연)과 복권기금에서 충당한다. 296억 원 중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은 고작 5퍼센트다!

‘지옥’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정부가 학대 사실을 알고도 사태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초에 사회보장 빅데이터를 활용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온라인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획기적인 “예방책”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그 성과는 미흡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위기 의심 아동’으로 분류한 아이들은 70여만 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위험도가 높은 경우만 ‘엄격하게’ 추려내 10만 2554명만 방문조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조차도 1만 4000명은 인력 부족 등으로 조사를 받지 못했다.

대중의 분노를 들끓게 했던 최근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이 ‘위기 의심 아동’ 혹은 ‘방문조사 필요’로 분류된 대상에서 발생했다. 정부의 안일하고 무능한 대처로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정부의 “원가정 보호 원칙” 방침도 심각한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아동의 82퍼센트가 학대 가정으로 돌려보내졌다. 

2016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돼 ‘국가와 지자체는 아동을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어처구니 없게도, 피해아동을 위한 ‘우선적’ 보호조처가 학대 가해 부모와 함께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학대 사례가 아동학대 중 약 10퍼센트를 차지하고, 매년 증가 추세에 있음에도 정부는 “원가정 보호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피해아동 시설인 ‘쉼터’에 분리 보호하는 경우는 겨우 13퍼센트였다. 피해아동 대부분이 ‘쉼터’에서 1년 내에 퇴소하고, 퇴소한 아동 절반 이상은 다시 집으로 보내졌다.

현재 정부가 지정한 ‘쉼터’는 72곳이고, 1곳당 정원은 7명으로 총 수용 가능 아동이 500명 남짓에 불과하다. 장애아동 담당 쉼터는 아예 없다. 갈 곳이 없는 피해아동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최근에 발생한 일부 아동학대 사건들은 정부가 분리조치 후 “원가정 복귀”을 추진하는 바람에 발생했다.

지난해 20대 남성이 5살인 의붓아들을 20시간 넘게 목검으로 때려 사망케 한 사건이나 의정부에서 친모가 4살 딸을 폭행해 사망케 했던 사건 모두 “원가정 복귀” 방침이 만들어낸 예고된 비극이었다.

“원가정 보호 원칙”은 “탈출한 학대피해 아동을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내” 재학대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끔찍한 “원가정 보호 원칙”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또한 피해아동 지원을 위한 시설, 인력, 의료서비스, 예산 등을 모두 확대‧보장해야 한다.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과 주거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동학대 사후조처뿐 아니라 아동 복지 관련 예산도 대폭 확충돼야 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1.1퍼센트다. 2018년 통계가 파악된 OECD 국가 29곳 가운데 꼴찌다. 

사후약방문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문재인 정부는 공분을 의식해 “아동학대 예방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동학대 실태 조사(만3세와 취학연령 아동 전수조사 등), 감시 강화(아동학대 가해자 전담 보호관찰관제도 확대)와 처벌 강화책(재학대 처벌 강화, 아동 체벌 금지 법제화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은 역대 정부의 대책처럼 기껏해야 사후약방문일 뿐, 실질적인 예방책과는 거리가 멀다.

면밀한 아동학대 실태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학대 예방책이 될 수는 없다.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정부가 “위험군”으로 분류해놓고도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참극을 막지 못했다. 문재인이 “조기 발견 제도 강화”를 운운한 것이 무색한 이유다.

아동 체벌 금지 법제화 추진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아동은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비인격적인 체벌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미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특례법)에 아동학대(‘신체적・정신적 학대, 유기와 방임, 성적 학대 등)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따라서 친권자 징계권(민법 915조)을 폐지한다고 해서 아동학대가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 

가해자 처벌 강화도 아동학대를 줄이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물론 저항할 능력이 없는 아동에게 성인이 폭력을 휘두르고 학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고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처벌 강화가 학대 자체를 줄이진 못한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해 왔지만 아동학대가 줄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아동학대가 발견되는 즉시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는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피해아동 보호 대책을 8월에 내놓겠다고 한다.

재학대를 유발하는 “원가정 보호” 방침을 보류한 것은 다행이지만, 피해아동 지원이 크게 확대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이후 대책에 아동 ‘쉼터’ 확대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처우 개선도 포함할 것이라 밝혔지만, 큰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아동·청소년 복지 예산은 약간만 인상됐을 뿐이다. 게다가 불황이 깊어지면서 정부는 복지 확충에 더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동학대의 근원은 무엇인가

지배자들과 친자본주의 언론들은 아동학대를 ‘괴물 같은 개인들’ 문제로 치부하지만, 아동학대의 원인을 결코 개인들의 심리나 의식 문제로 축소할 수 없다. 아동학대가 많이 일어나는 데는 사회적 원인이 있다.

아동학대는 자본주의의 본질과 자본주의에서 가족이 하는 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윤 체제인 자본주의에는 엄청난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고 각종 차별이 체계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소외를 경험하며 무기력과 좌절을 겪고, 그중 일부는 그 좌절감과 분노를 약한 아이들에게 돌린다.

아동학대에서 자본주의 가족제도의 구실이 특히 중요하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부모(가해자의 대부분은 친부모이다)에 의해 저질러진다. 자본주의 가족제도가 양육 책임을 개별 가정의 부모에게 전가하기에 부모들이 엄청난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받는데, 이런 구조 속에서 일부 부모들은 자신의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를 아이 탓으로 돌리며 화풀이한다. 

이번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친모는 임신으로 원래 받던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했고 산후우울증에 시달렸고, 자녀 4명을 키우느라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내버려 둔 채 개인들에 대한 처벌 강화에 집중하는 것은 실질적인 아동학대 대책이 될 수 없다.

아동학대를 낳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특히 빈곤이 큰 영향을 끼친다.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아동학대와 가족의 빈곤이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왔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피해아동 4명 중 1명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2016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전수 조사한 한 연구논문에 의하면 “아동학대 사망 사건 부모 가해자 중 51퍼센트가 무직”이었다. (‘법의부검자료를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사망의 현황과 유형’, 〈형사정책연구〉 2019년 봄호)

사람들은 ‘아늑한 가족’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지만, 현실의 많은 가족은 고통스럽다. 부모들은 가난과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가족에 대한 기대는 절망적으로 부숴진다.

따라서 공공 복지를 대폭 확충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아동학대를 줄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나아가 아동학대를 뿌리뽑으려면 심각한 불평등과 소외를 낳는 자본주의 체제를 제거해야 한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실업·빈곤이 늘고 많은 아동들이 심각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아이들을 실제로 보호하려면 일자리, 임금 인상, 복지 확충 등을 요구하는 노동계급의 투쟁이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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