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밤 서울 마포구 소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마포 쉼터) 소장 손영미 씨가 경기도 파주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6일 밤 손 씨 지인(윤미향 의원의 보좌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윤미향 씨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7일부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손 소장의 죽음이 언론과 검찰의 무자비한 취재·수사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향해 “고인의 명예를 위해 카메라와 펜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민주당계 인사들도 “언론 타살,” “검찰 칼춤,” “보도 참사,” “마녀사냥” 등을 운운한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을 향해 “인권운동이 갈기갈기 분해당하는 현실 앞에서 죽음을 택한 고인의 심정을 헤아려 보라”고 했다. 우희종 전 더불어시민당(지금은 민주당으로 흡수 통합) 대표는 “골고다 언덕을 향해 힘들게 걸어가는 예수를 향해 흥분한 대중이 돌을 던진 기억”을 언급했다.

그러자 검찰은 손 소장을 검찰에 부른 적도, 따로 연락한 적도, 부를 계획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수사로 괴롭힌 바가 없다는 것이다.

5월 21일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 중인 검찰. 이곳은 사무·운영 자료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

물론 현재까지 밝혀진 것들로 미뤄,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어도 손영미 소장이 압박감을 크게 느꼈을 법한 정황들은 있다. 손 소장은 윤미향 씨를 제외하면, 단체 차원 모금(고 이순덕 할머니 조의금)을 개인 명의 계좌로 받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5월 21일 검찰은 정의연 운영(회계) 자료를 확보하려고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했었다. 이곳은 정의연이 할머니들 주거 공간 마련을 위해 명성교회한테서 약 15억 원을 지원받아 마련한 곳으로, 사무·운영 자료가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다.

고인이 관리 책임자이던 곳에 몰래 보관하던 정의연 회계 자료가 검찰에 압수당한 후 그의 압박감이 커졌다면, 사람들은 그 자료에 담긴 내용에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집권당 의원의 부정 의혹 조사가 마녀사냥은 아니다

마녀사냥은 힘 없는 이견자나 반대자들에게 애먼 죄를 뒤집어 씌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이 지금 그런가? 윤 의원은 압도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이해찬, 김태년 등 당 지도부의 공식적인 방어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확실하게 윤미향 의원을 방어하고 있다. 6월 8일 여성가족부는 정의연이 여성가족부의 지원금을 받은 뒤 제출한 사업보고서 등 자료의 공개 요구를 거부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교묘한 근거를 댔다. 외교부도 윤미향 의원에게 불리할 수 있는 2015년 면담 자료 공개를 국회의원 임기 시작 이후로 미루더니 6월 10일 결국 거부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과 정의연은 제기된 의혹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하루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모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일에 대해 답변했다. 그 ‘답변’인즉, “총수입과 총지출을 비교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회계 상식을 무시하는 말이었다.

정의연의 선택적 해명도 의구심을 키운다. 부차적인 의혹(방탄소년단 팬클럽이 기부한 방한 점퍼를 일부 할머니에게 전하지 않았다는 보도 등)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증거를 공개하고 반박한 반면, 최대 37억 원의 회계 장부 ‘구멍’이나 안성쉼터 고가매입 등에 대해서는 증거를 제시한 해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사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자료는 애초 정의연이 국세청 등에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료들이다. 그런데도 정의연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 오히려 놀랍다.

손영미 씨가 현 상황이 주는 압박감 때문에 죽음을 택하게 됐다면, 윤 의원과 정의연이야말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초록동색 진영논리 

이번 논란을 위안부 운동의 대의를 옹호하는 쪽과 아닌 쪽이 대결하는 구도로 보는 것(문재인 대통령의 6월 8일 발언이 암시하는 것처럼)은 허구적인 프레임이다.

물론 한국 우파는 일본과 경제·안보 면에서 긴밀하게 얽히면서 성장한 한국 지배계급의 이익을 분명하게 대변해 왔다. 그 과정에서 한일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 짓밟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얼마나 달랐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운운하며 “미국과의 안보 체제를 견지”하고, 북핵 위험에 맞서 “한일 양국 우호 관계 발전”을 약속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외면해 온 것은 본질적으로 똑같았다.

문재인 정부도 기만적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집권 전 약속과 달리) 파기하지 않은 채 방치해 왔다. 그럼으로써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우파가 이용수 할머니를 편드는 척 위선을 떠는 것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되는 한편, 윤미향 변호론자들이 이용수 할머니와 우파를 한통속 취급하면서 문재인·민주당을 변호하는 것도 못지 않은 위선이자 기만이다. 

안타깝게도 민중당은 “친일·우파”의 위협을 반대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꺼이 진영논리의 일부가 되고 있다. 일부 당원들은 이용수 할머니를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통합당 사이의 이분법적 진영논리야말로 진보·좌파의 독립적 존재 이유를 무색케 하고, 위안부 운동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우파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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