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이자 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윤미향·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이 시작되고 한 달 만인 6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밝혔다.

요점은 두 가지다. 위안부 운동을 부정하고 대의를 손상시키는 시도에 반대한다. 그리고 시민운동에 대한 기부금이나 정부의 보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겠다.

문재인은 이용수 할머니를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 윤미향 의원 지지자들이 이용수 할머니를 인신공격까지 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이렇게 언급한 것은 정부가 이번 논란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문재인은 대통령 취임 후 이용수 할머니를 네 차례나 공식 행사에 초청했다. 2019년 3·1절 100주년 정부 기념식에서는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공식 행사 초청 중 두 번은 청와대로 극진히 모셨다(2017년 11월 트럼프 방한 국빈 만찬, 2018년 1월 4일 위안부 초청 오찬).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초 할머니들을 청와대에 불러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출처 청와대

그중 2018년 1월 오찬에서는 문재인이 직접 할머니들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를 대통령으로서 사과한다”고도 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감동을 줄 만한 연출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 된 1월 9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일본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할머니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으면 진정한 합의 폐기가 아니다. 정부는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하고, 일본이 지급한 위로금 10억 엔(일부 피해자·유족에게 지급한 돈은 정부 예산으로 채워)을 어떻게 처리할지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고도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 돈의 반환 협의 자체가 재협상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 잔금은 지금도 한국 정부의 관리 하에 세월만 보내고 있다.

따라서 2017년에 정권이 바뀐 뒤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진척이 전혀 없는 것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은 문재인 정부에게서 독립하지 못해서 지금 정치적 위기에 빠진 것이다. 문재인에게 의지하고 사실상 종속되는 바람에 운동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도리어 윤미향 씨는 집권당 국회의원이 됐다. 위안부 운동을 대표하면서도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묻지 않은 점이 여당에게 낙점 조건이 됐을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위안부 운동의 걸림돌이 됐다. 그런 정부 지도자 문재인이 “운동이 발전적으로 승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한 것은 위선이거나 자가당착이다. 위안부 운동이 역사적 요구와 염원을 성취하도록 힘써 돕는 것이 문제 해결을 약속한 국가 지도자가 할 도리 아닌가?

상황에 안 맞고 엉뚱하다

문재인이 국고보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한 바로 그 날(6월 8일), 여성가족부는 정의연에 지출된 보조금 관련 정보 공개 요구를 거절했다. NGO 중 ‘경제민주주의21’(대표 김경율 회계사)이 거의 유일하게 이를 비판했다.

같은 날 외교부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교부와 윤미향의 면담 기록 공개를 거부했다.

여성가족부와 외교부의 행동으로 보건대 문재인의 이번 발언은 극도의 위선이자 이 사안에 대한 정부 방침을 분명히 하는 지시였던 셈이다.

“위안부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는 말은 기껏해야 생뚱맞다.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고 있는 것은 윤미향 의원 같은 위안부 운동 리더들이 문재인 정부의 책임 회피를 문제 삼지 않으면서 정부 지원금 등의 출처와 용처 문제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안부 운동에 대한 범국민적 지지가 여전하기 때문에, 우파 언론조차 박유하 등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해 온 인사들의 의견을 이번 논란에서 별로 인용하지 않았다.

6월 6일 서울 마포구 할머니쉼터 손영미 관리소장 사망 사건도 진영논리 안에 욱여넣어져서는 안 된다. 또한, 감상적 피해자 코스프레로 대처할 문제가 아니다. 윤 의원과 그의 친구들은 사망의 책임을 모두 검찰과 언론에 미룬다. 그러나 왜 검찰 수사가 시작됐는가? 왜 윤 의원 본인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단독 기자회견까지 했는가? 자신의 해명이 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 아닌가? 정의연은 검찰이 회계 자료를 가져가서 자신들이 계획한 외부감사도 불가능하다는 둥 검찰의 압수수색을 오히려 해명 책임을 미루는 핑계로 삼아 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위안부 운동의 대의가 손상되면 안 된다는 대통령의 말은 누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일까? 그 직후 여성부와 외교부가 내린 결정을 보건대, 검찰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자칫 이 문제는 어쩌면 정권 차원의 스캔들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