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한국 등의 증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푼 상황에서, 최근 미국 등에서 봉쇄 조처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며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실업률이 소폭 줄어든 것이 이런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미국 노동부는 5월 미국의 일자리가 250만 개 증가해 실업률이 4월 14.7퍼센트에서 5월 13.3퍼센트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3~4월에 일자리가 2200만 개 사라진 것에 비춰 보면 여전히 회복된 일자리 숫자는 매우 적다. 게다가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까지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25퍼센트가 넘는다.

실물 경제의 상황은 여전히 암담하다. 애초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올해 2분기에 절정을 지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짰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미국에서 그 확산세가 여전히 강력할 뿐 아니라 브라질 등 남미와, 러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는 확산세가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가 올해 -3퍼센트 성장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세계은행은 -5.2퍼센트 성장할 것이라며 더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봉쇄 조처가 끝나면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그 속도는 느려서 2030년이 돼서야 이전 성장 추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나 금융 공황 등이 닥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결국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는 경제의 진정한 회복력이 아닌 병적 징후를 보여 주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마치 다리는 얼음처럼 차가운데 머리에서는 열이 오르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 문재인 정부는 기업 지원을 위해 쓴 돈을 결국 노동자를 쥐어짜 마련하려 할 것이다 ⓒ출처 청와대

한국도 실물 경제의 불황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6월 경제동향’에서 “코로나19의 부정적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경기 위축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불황의 여파는 서비스업, 소매판매 등의 분야에서 제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2~3월에는 항공·숙박·관광·음식점 등 서비스업과 소매판매 분야의 경기가 크게 위축됐었다. 그런데 4~5월에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관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수출은 4월 -25.1퍼센트, 5월 -23.7퍼센트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제품(-69.9퍼센트), 자동차부품(-66.7퍼센트), 자동차(-54.1퍼센트), 섬유(-43.5퍼센트) 등에서 감소폭이 컸다. 석유화학, 기계, 디스플레이 등도 20~40퍼센트씩 감소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서도 5월에 취업자는 39.2만 명이 감소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을 포함해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 취업자 감소폭은 확대됐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교역이 13.4퍼센트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특히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수출이 올해 하반기에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건설 투자도 상반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그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는 것은 은행들의 부실로 이어지며 금융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이미 한국은 비금융법인의 영업이익이 2018년(-2.71퍼센트)과 2019년(-9.35퍼센트) 2년 연속 감소한 상태였다. 2019년의 감소 폭은 1998년 -11.57퍼센트 이후 최고 수치였다. 그런데 불황이 계속될 경우 기업 부실은 더 심화하고, 이것이 은행과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이미 90곳 넘는 나라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다. 취약한 신흥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해 그 여파가 세계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은 여전히 상당하다.

과거에 견줘 본 오늘날 불황의 특징

이와 같은 불황의 양상은 어찌 보면 2008~2009년보다 1997~1998년 상황과 더 유사한 측면이 있다.

2008년에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로 인해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파산하며 위기가 시작됐다. 물론 이런 금융 부실은 실물경제의 이윤율이 낮은 것을 근본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금융기관이 먼저 파산하는 금융공황의 형태로 불황이 시작됐고, 이것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괜찮은데 금융자본의 탐욕이 문제다’ 하는 식의 주장이 유행했던 바 있다.

1997년 한국의 공황은 기업들이 연이어 파산하는 산업공황의 형태로 시작했다. 당시 한국 경제의 이윤율은 1970년대의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였다. 한국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였다. 기업들은 몸집을 키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경쟁이 격화했고 과잉생산 등이 벌어지며 위기로 이어졌다.

1997년 1월에 한보철강이 파산하자 대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1997년 7월 비슷한 문제를 겪던 동남아시아 신흥공업국들에서 연쇄적으로 외환위기가 터졌다. 한국 경제 상황도 더욱 악화돼 1997년 11월에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지경이 됐다.

1997년 공황과 이어진 위기는 기업의 위기와 파산에서 시작한 산업공황이 금융공황으로 이어지고, 이후 IMF가 구제금융의 대가로 금리 인상과 구조조정 등 혹독한 긴축 정책을 강요하는 바람에 상황이 더 악화되는 식으로 전개됐다.

최근 불황은 지난 수년간 기업들의 수익률이 낮은 문제와 함께 부채 부담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산과 소비가 큰 타격을 받으며 기업들의 수익률은 더욱 하락했고, 이는 기업 파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두산중공업,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쌍용자동차, 자동차 부품사들, 조선업 등등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위기는 쉽사리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물론 1997년과는 달리 정부는 기업 파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기업 파산을 막는 데 총 594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은행도 금리를 대폭 인하했고 기업들의 부실 채권까지 사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2008~2009년 공황은 이와 같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이 위기를 지연시킬 뿐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 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자산 거품을 키웠지만, 실물 경제는 활력을 되찾지 못했다. 기업들의 이윤율이 회복되지 않고 또 회복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양적완화를 해도 새로운 선순환을 일으킬 대규모 신규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한 2015년에 신흥국들은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적지 않은 기업과 나라들이 선진국들의 정부 지출에 의존해 겨우 버티는 것이다.

2008~2009년 재정 지출을 막대하게 한 선진국 정부들은 결국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삭감하는 긴축 공격으로 국가 부채 증가분을 만회하려고 했다. 2010년에는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정부들이 긴축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 고통이 가장 극심하게 벌어진 곳은 그리스였다. 2010년 그리스의 부채 위기가 심화하자 유럽연합과 IMF 등은 혹독한 긴축 정책을 밀어붙였다. 임금 삭감, 연금 수령 2~7년 연기, 공공부문 일자리 수십만 개 축소, 공공서비스 축소와 민영화 등이 강요됐다. 이로 인해 그리스의 실업률은 20퍼센트가 넘었고 긴축 고통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수차례 벌어졌다.

재정적자 증가 ― 재정 긴축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재정적자 증가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경기 침체로 올해 1~4월 세금 수입은 8조 7000억 원이 줄었고, 기업 지원을 위한 재정 투입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은 지난해 38.1퍼센트에서 올해 43.5퍼센트로 증가할 예정이다.

물론 한국의 채무 비율은 OECD 평균 110퍼센트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증가 속도도 봐야 한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국가 채무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그래서 우파들은 긴축을 해 나라빚을 줄일 때라고 압박하고 있다. 복지와 임금을 삭감하라는 것이다. 기업들을 위해서는 감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긴축을 운운하는 것은 정말이지 위선적이다.

문재인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 재정 정책을 쓰겠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도 했다. 기업 살리기에는 막대한 재정을 쓰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고용 대책을 내놓고, 무엇보다 재정 지출 삭감을 위해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는 등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을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한 3차 추경에서도 문제는 드러난다. 3차 추경에서 정부는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저질의 단기 일자리 창출 계획을 담은 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재원 중 10조 원 가량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공부문 기관들의 운영경비를 10퍼센트 삭감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 등에서도 예산 삭감이 추진 중이다. 취임 3주년 연설에서 “K방역”을 자화자찬하며 공공의료를 늘리겠다더니, 또 앞뒤 안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현재 불황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기업과 생산적 대화를 할 수 있다거나 타협을 해서 처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가질 때가 아니다.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 지출을 늘리게 하고 위기로부터 삶을 지키려면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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