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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민주노총 결의대회:
노동자 수천 명이 산재·구조조정에 반대하다

6월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랜만에 대규모 노동자 집회가 열렸다. 이날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 4000여 명(민주노총 추산)이 모였다.

앞서 자체 사전 집회를 갖고 참가한 금속노조,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가장 큰 대열을 이뤘다. 건설 노동자 1000여 명은 여의도 일대를 행진해서 대회장에 들어왔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금속 노동자 2000여 명은 “구조조정 저지!”, “해고 금지!”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올해 들어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집회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사회자는 주최측 예상보다 많은 수가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32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에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했지만, 대열의 집회 집중도나 열기도 꽤 높아 보였다.

그동안 민주노총 지도부가 지난 5월 1일 메이데이 집회도 분산적 캠페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등 노동자들이 한데 뭉쳐 집단적 항의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많은 수가 모인 것은 문재인 정부하에서도 산재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코로나-경제 위기 속에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고용 조건이 후퇴하고 임금이 깎이는 데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6월 10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제정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 ⓒ사진 출처 〈노동과 세계〉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10년 전 이천 참사, 20년 전 부산 냉동창고 참사, 그리고 이번 한익스프레스 참사. 10년 뒤에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건설연맹 위원장)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을 방치할 수 없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외주화 금지를 촉구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5월 22일 생활 폐기물 처리업체 조선우드에서 사고로 사망한 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사고의 원인을 개인 과실로 몰아가는 사측, 검찰, 경찰을 규탄했다.

사용자들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이 곳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9일에는 40도가 넘는 작업 현장에서 일하던 현대제철 외주업체 일용직 노동자가 숨졌다. 바로 이튿날에도 한 일용직 노동자가 유사한 이유로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런데도 현대제철 사측은 “개인의 건강 문제” 운운하고 있다.

지난 몇 달 사이 산재로 5명이 사망한 현대중공업에서는 사측이 문서 조작까지 하면서 은폐를 시도했다. 잇따른 산재와 최근 발견된 집단 발병 등에 대응해 항의 운동을 주도한 활동가를 징계하고 추가 중징계를 협박하고 있다.(관련 기사: 본지 325호 ‘현대중공업 사측은 김경택 대의원 징계 철회하라’)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 부분적이고 형식적인 작업중지 명령, 시늉에 그치는 관리감독 등은 이런 사용자들의 책임 회피와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부추기는 효과만 낼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안전규제 완화와 노동개악·구조조정도 노동자들의 건강·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규제와 투자를 ‘수익성을 제약하는 낭비’로 여기면서 생산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정부와 기업주들에 맞선 항의를 확대해야 한다.

6월 10일 결의대회에 모인 노동자들이 민주당사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과 세계〉
집회에 참가한 건설 노동자들 ⓒ사진 출처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자에게 위기 전가 말라!”

6월 10일 집회 대열에선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해고 노동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해고 철회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동지들, 매우 절실합니다. 함께 싸워 주십시오!”

항공사 구조조정 여파 속에 해고된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연대를 호소했다.

금속노조 사전대회에서도 구조조정 공격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했다. 금속노조 위원장은 자체 조사 결과 “우리 노조 소속 408개 사업장 중 100여 곳이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문자, 전화로 무급휴직, 권고 사직, 정리해고가 통보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무급휴직을 견뎠는데 또다시 무급휴직 연장을 통보 받은 STX조선 노동자들은 6월 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집회에도 파업 노동자 수백 명이 참가했다. 사측이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흘리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더 커졌다고 한다.

대우버스 노동자들은 사측이 6월 15일자로 공장 문을 닫겠다고 통보해 6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이날 노동자들은 울산에서 별도의 파업 집회를 열었다. (관련 기사: 본지 326호 ‘대우버스 공장 폐쇄 말고 국유화 하라’)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장은 “사측이 원가 절감, 특히 인건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 회복”을 강조하면서 하청의 하청화, 해고 등으로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제조업을 비롯해 전 산업분야에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이런 투쟁을 단위 사업장별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중형조선소 등 사실상 정부 소유의 기업에서조차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않고 매각, 무급휴직, 인력감축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 맞선 항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주요 산별노조들이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대정부·대자본 투쟁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6월 10일 금속노조 구조조정 저지 결의대회 ⓒ사진 출처 〈금속노동자〉
STX조선 파업 노동자들이 산업은행 앞에서 무급휴직 중단,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