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기사가 발행된 뒤 신보라 임명이 무산될 분위기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그에 맞춰 몇 문장을 고치고 첨가했다. 기사의 본래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정세균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출신이자 전 국회의원(20대) 신보라를 임명하려던(본인도 수락한) 일이 최종 무산되는 분위기이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청년 정책 컨트롤 타워 구실을 할 기구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이다. 위원은 40명 규모로 정부 측과 민간 위원이 절반씩 차지한다. 정부는 아마 민주당 최고위원 김해영과 신보라 두 명을 청년 정치인 몫으로 영입해 청년 문제에 초당적으로(협치) 노력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던 듯하다. 김해영이 위원회 합류 의사를 번복하면서 신보라 합류도 어려워졌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노골적인 반노동·친기업 성향의 신보라 임명설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조 지도자들과 민중당이 즉각 반발했다. 신보라는 20대 국회 하반기 환경노동위원회에 속해 있으면서 개혁에는 나서서 반대하고 개악에는 적극 찬성해 왔다.

특히, 2017년 11월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건설 노동자들의 퇴직금 인상 개정(퇴직공제부금을 일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을 혼자서 끝까지 반대해 무산시켰다.(물론 표결로 처리하지 않은 민주당과 당시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더 크다.) 건설 노동자들이 퇴근 시간 마포대교를 점거하며 격하게 항의했던 바로 그날이다. 이 투쟁 직후 건설산업연맹 장옥기 위원장이 구속됐다.

이밖에도 최저임금 개악과 ILO 핵심협약 비준 반대에도 앞장섰다. 황교안의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화 발언도 적극 나서 옹호했다.

출셋길만 좇아 온 우파 대변인 2019년 9월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출처 미래통합당

신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우파 활동을 해 온 출세 지향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그가 의원이 된 것은 2016년 총선이다. 친기업 우파 청년단체 활동을 이끈 공로로 박근혜의 공천을 받았다. “청년 정치” 운운하면서 말이다.

신보라의 고향이 전남 광주이고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우파로서는 드문) 지역 배경도 공천의 배경이 됐을 것이다. 지난해 초 자유한국당 김진태 등의 5·18 망언이 문제가 됐을 때 당대표 황교안과 함께 광주를 찾아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신보라는 대학생 시절부터 출세 지향적으로 우파 활동을 해 왔다. 대학생용 우파 무가지 신문사에서 일했던 신보라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등을 지냈다. 우파 정부 하에서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우파 청년(시민) 단체들은 우파 정권의 관변 단체에 가까웠다.

청년 대변? 친자본 응원 부대

신보라는 임금피크제 도입, 공무원연금 개악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노동 개악을 할 때마다 이를 응원하는 청년 단식, 청년 인터뷰, 청년 간담회 등에 단골 패널로 등장했다. 물론 매번 레퍼토리는 천편일률적으로 청년의 미래를 위해 노조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친자본 노동 개악의 응원 부대 구실이었던 것이다. 

이 단체들은 그렇게 한 대가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재정 후원을 받았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박근혜 청와대가 나서서 전경련에게 이 우파 단체들의 리스트를 주고 재정 지원을 부탁했다. 이 문제로 나중에 청년이 여는 미래 등은 압수수색도 당했다. 재판에서는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전 청와대 정무수석), 현기환(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상철·허현준(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모두 직권남용 등의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렇게 정권의 혜택을 받고 국회의원까지 됐지만, 신보라는 2016년 12월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다.

신보라의 청년이 여는 미래는 리베이트 의혹도 받았다. 정부 보조를 받아 행사를 열면서 식비와 숙박비 등을 과다하게 지급한 뒤에 일부를 업체에게서 돌려 받는 식으로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신보라는 ‘시대정신’이라는 우파 모임의 지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정신은 김영환 등 우파로 전향한 옛 친북좌파 운동가들이 만든 뉴라이트 모임으로 1990년대 전북대 학생운동 일부가 전향해 여기로 합류했다. 이런 전향을 이끌었던 것이 전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박근혜 청와대에서 일했던 허현준 등이다. 허현준은 화이트리스트 사건에서도 우파 단체들의 관리자로 등장한다. 2000년대에 전북대를 다닌 신보라는 당시 뉴라이트 운동을 공개적으로 띄우던 이 라인의 후원을 자연스럽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신보라는 올해 4월 총선에선 경기도 파주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민주당 측에선 애초 40명이나 되는 위원 중 한 명이고 여야 협치 차원의 구색 맞추기일 뿐이라고 신보라 임명 시도를 변호했었다. 그러나 신보라 같은 이가 협의체에 있으면 논의가 산으로 가거나 기껏해야 (양극단은 자제하자는 식으로) 개혁적 목소리의 힘을 빼는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신보라 위촉이 최종 무산되면 이번 임명 논란이 잠깐의 해프닝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신보라 위촉 시도만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이나 진보적 청년 정책에는 진지한 관심이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무엇보다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협력할 대상을 찾는 문재인 정부의 시선이 진보진영이 아니라 우파에게 가 있음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