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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헌법 제정 계획은 이라크를 조각낼 수도 있다

이라크 “헌법”을 둘러싼 논의의 결과는 조지 부시에게 매우 나쁜 소식이다.

부시는 이라크에 민주적 정통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안정된 정부를 세우는 데 필사적이다.

미국에서 전쟁은 갈수록 인기를 잃고 있고, 정부는 최대한 빨리 이라크 주둔군의 규모를 줄이길 원한다.

지난 주말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두 편의 흥미로운 이라크 기사 중 하나에 미 국방부의 생각이 드러났다. 미 중부사령부의 작전책임자인 더글라스 루트 소장은 지난주 런던을 경유하던 중 영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내년에는 상당히 감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루트는 또 서방 군대의 이라크 주둔이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걸림돌이라는 점도 시인했다. “이라크 점령 상황에 대해 냉정히 인식해야 합니다. 15만 명 내외의 외국 군대 ― 주로 서방 국가의 ― 로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다면 일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감축된다면 중부사령부는 루트가 알 카에다와의 “장기전”이라고 부른 것을 속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가 결국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는 대로 이라크가 안정화된다면”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의 소말리아와 그 인근 지역 ― 옮긴이] 같은 지역에 은신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것은 놀라우리만큼 본말이 전도된 논리다. 이라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놓고 나서, 미 국방부의 전략 기획자들은 그건 사소한 일이라고, 즉 알 카에다에 맞선 진정한 투쟁으로부터의 일탈이고, 적은 다른 곳에 있다며 잊어버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니를 병 속에 도로 집어넣는 것은 루트의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 자신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90퍼센트가 이라크인들이라고 시인했다.

이라크 저항운동의 실제 양상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두 번째 기사에 드러나 있다. 그 기사는 이라크 서부 라마디 북쪽 지역의 게릴라 네트워크인 ‘오마리윤’의 “비공식 고문”으로 묘사된 와트반 야삼 대령과의 인터뷰였다.

야삼은 사담 후세인의 군대에서 장교를 지냈던 인물로,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15년 동안 전쟁 포로 생활을 했다. 그는 바드르 민병대 ―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의 무장 조직으로,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는 현 꼭두각시 정부의 주요 세력 가운데 하나다 ― 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야삼은 미군 정보망이 게릴라들의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는 ‘치고 빠지기식’ 미군 공격을 주장한다. 또한 그는 다른 저항단체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공격하는 것을 비난하고, 미국이 저항을 왜곡하는 데 자르카위를 이용하는 것을 비난한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라마디에서 저항세력은 민간인들에게 연료와 물을 분배하며, 자신의 주위에 초보적인 소규모 시민 정부를 형성하고 있다.”

야삼의 목표는 미국의 여론이 전쟁에 반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게릴라 활동은 “서방의 반전 정서를 지지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가 사는 이라크 지역의 대부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수니파임에도 야삼은 이라크 인구의 다수인 시아파에 적대적이지 않다. 그는 점령에 협력하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들에 반대할 뿐이다.

“우리는 무크타다 알 사드르 ― 전투적인 시아파 지도자 ― 를 좋아한다”고 야삼은 말한다. “나는 시아파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단지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와 바드르가 문제다.”

바로 여기에 진정한 위험이 있다. 미 국방부의 철수 계획은 치안 유지의 일차적 책임을 꼭두각시 이라크 군대와 경찰에게 넘겨주는 것과, 감축된 미군을 건설 중인 4개의 대규모 공군기지에 집중시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정황은 꼭두각시 군대가 자기 힘으로 버틸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오히려 꼭두각시 정부를 지배하는 시아파 및 쿠르드 정당들의 민병대와 저항운동 사이에 격렬한 내전이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는 사이에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선언하려 할 것이고, 국방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장기전”을 수행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나라들이 파괴될 것이다. 정말이지 위대한 역사가 타키투스가 로마제국에 대해 썼던 것처럼, 그들은 폐허를 만들고 그것을 평화라 부른다.

번역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