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개발에 여러 나라 정부와 제약회사들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백신이 언제쯤 개발될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빨라 백신이 개발돼도 무용지물이 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나라들에서는 백신 개발 경쟁 때문에 방역 노력이 압도적으로 백신 개발에만 집중되고 당장 필요한 다른 방역 노력들을 뒷전으로 미루는 명분이 되고 있다. 현재 백신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과 영국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확진자 300만 명을 향해 내달리는 미국과 사망자수에서 세계 3위를 기록한 영국에서는 지금 당장 비필수 부문의 경제 활동을 중단하고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폭증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 기반 설비를 확충하고 개인보호장비를 충분히 보급해야 한다. 그러나 방역에 필요한 재원이 백신 개발에만 집중되고 있다.

이대로 백신만 개발되면 코로나19를 멈출 수 있는 걸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후보 백신 8개 중 4개가 중국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그 외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백신이 두 개, 독일 바이오엔테크, 중국의 포순파마와 미국의 화이자가 합작으로 연구 중인 게 하나, 영국에 본부를 둔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합작 연구가 하나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 하나와 중국, 영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이 가장 앞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백신 개발 성과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지는 거의 검증되지 않고 있다.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모더나는 자신들이 개발 중인 백신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는 널리 알려졌고 주가는 치솟았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실험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옥스퍼드대학이 연구 중인 백신은 원숭이의 폐에서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원숭이 신체의 다른 부위, 예컨대 코에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원숭이만큼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돼 그 효과가 의문시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백신은 현재 인체 실험 단계를 밟고 있다. 

중국의 한 그룹도 초기 동물 실험에서 비슷한 보고를 한 바 있다. 불확실성이 있는데도 이 백신들은 모두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 백신들은 현재 모두 임상시험 1단계(1상)에 머무르고 있다. 임상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약이나 백신의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단계다. 2상은 다수를 대상으로 효과가 있는지 검사하는 게 핵심 목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일부 백신이 이 단계에 도달해 있다.

수익성과 정치적 우위

그러나 임상 1상 시험 결과들은 거의 공개되지 않아 그 진위 여부조차 알기 어렵다. 실제 시판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감염병 백신의 경우 77퍼센트가 임상 1상을 통과하지만 33퍼센트만이 성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더나의 경우도 보도 자료에 공개된 데이터는 극도로 빈약해서 진실을 알기 어렵다. 모더나는 45명 중 8명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했는데 전체 수가 너무 적어서 통계적 의의가 빈약하다. 나머지 37명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모더나는 7월 3일로 예정된 임상 3상 시험을 갑자기 연기했는데 그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 주가 폭락을 감수하고 시험을 연기한 것을 보면 분명히 좋은 소식은 아닐 듯하다.

이처럼 임상 시험에서 부정적인 결과들이 숨겨지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상품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정보들이 학술지 등에 실리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옥스퍼드와 중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의 경우도 조그마한 성과를 엄청나게 부풀리는 한편 제대로 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연구를 다 집어치워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모든 백신 개발이 따로 진행되고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 각 나라들은 저마다 백신 개발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하려 한다. 백신을 먼저 개발하는 국가가 다른 나라들에 앞서 경제활동을 정상화할 것이다. 그 나라의 제약 산업을 크게 성장시킬 것은 물론이고 국제 무대에서 정치적 위상도 높일 것이다. 

중국 제약 기업들에 서구의 자본 투자를 유치하는 투자 회사 롱카의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미국보다 넉 달 먼저 성공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중국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경제를 완전 개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선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 보라. ‘중국인들이 백신을 만들었다, 우리는 아직’이라는 헤드라인을 떠올려 보라.”

이 치열한 국제 경쟁은 수익성 높은 백신 시장을 확보하려는 기업주들의 노력과 정치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정부들의 경쟁에서 비롯한다. 그 결과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대응에서 백신과 함께 필요한 공공보건 강화나 개인보호장비 보급 등에는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명보다 이윤·패권 경쟁을 우선하는 자본주의 너도나도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필요한 협력과 자원 배분은 가로막혀 있다 ⓒ출처 픽사베이

2014년 이래 서아프리카에서 진행중인 에볼라 위기에서 보듯 개발된 백신이 있더라도 그 생산과 분배가 적절히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민간기업에 백신 개발과 생산, 분배가 내맡겨져 있는 상황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지금 코로나19에 대한 제한적 치료제로 도입된 렘데시비르도 이윤 논리의 냉혹함을 보여 주는 사례다.

원래 이 약도 에볼라 치료를 위해 개발되던 것으로 투자와 지원이 적어 최근까지도 임상 3상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40여 년이 지나도록 제약회사와 선진국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렘데시비르는 용도를 바꿔 한편으로는 고가 가격 논란을 빚는 동시에 애초 목적이었던 에볼라에 대한 효능 검증은 다시 뒷전으로 밀렸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환자를 구하는데 쓰였어야 할 이 약은 선진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비로소 사용되기 시작했다.(물론 아직 그 치료 효과가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자본주의 국가들의 맹목적인 경쟁은 ‘백신 개발 전까지 버티기’라는 세계적 목표마저 공중분해시킬 위험을 낳고 있다. 


이 기사는 영국의 반자본주의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458호에 실린 'Hyping up a vaccine'(Lee humber)을 많이 참고해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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