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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의 눈물》(조현옥, 2017, 렛츠북):
할머니들을 만나러 발로 뛰며 쓴 시집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 조현옥 지음, 렛츠북, 168쪽, 7000원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은 2017년 3월 1일에 출간된 조현옥 시인의 시집이다.

조현옥 시인은 1965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1988년부터는 광주에 살았고 28년 전 등단한 이후 일곱 권의 시집을 내고 여러 운동 단체에서 활동해 온 진보 시인이다.

2004년에는 ‘이라크 파병을 결사반대한다’ 외 25편의 시를 썼다가 부당하게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받았고, 2014년 6월에는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에 동참했다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15년 7월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시집 《4월의 비가》를, 2017년 4월에는 광주 항쟁의 진실과 시대적 과제를 담은 시집 《오월 어머니의 눈물》을 출간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은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운동이 뜨겁게 벌어지던 시기에 나왔다. 박근혜가 일본 아베 총리와 맺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폐기는 촛불 운동의 주요 요구 중 하나였다.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시인이 느껴 온 충격과 슬픔, 분노를 절절하고 호소력 짙은 언어로 풀어낸다. 시인은 자신이 위안부 문제를 처음 접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 피해자의 시점이 되기도 하고, 시대적 과제를 느끼는 활동가가 되기도 한다.

“어무이. / 지는 윗마을 방앗간네 / 삼돌이가 좋심더. / 가랑 둘이서 아이 낳고 / 도란도란 살겁니더 / 나중에 / 조선에 가면 소학교 가서 / 글도 배울 겁니더. / 어무이도 자주 찾아뵐 겁니더. / 나중에 / 이 전쟁이 끝나면 / 이 쪽방에서 나가면 / 이 부대가 떠나면 말이지예. / 나중에 말입니더. / 근데 / 어무이 또 한 놈이 오네예 / 이번엔 높은 놈인가베”(‘어느 위안부 소녀의 일기’)

“그런 일은 없었다는 거짓말만 / 되풀이하는 일본에게 / 우리가 마땅히 할 일은 /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 왜? 아직 끝나지 않은 / 전쟁이 어디선가 지금도 /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언, 잊어버리면 절대 안 된다’ 중에서)

고 공점엽 할머니를 서거 전날 뵙고 쓴 시와 고 곽예남 할머니를 한 달에 두 번씩 찾아 뵈면서 쓴 시들도 있다.

2부는 할머니 31명의 증언이 하나씩 담긴 시들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 각국의 일본 전범 피해자들을 20년 넘게 취재해 온 이토 다카시 씨가 세상에 알린 남한·북한·중국 위안부 피해자 증언들이다.

“일본 장교 놈은 위안부들을 모아놓고 “덴도 헤이까(천황 폐하)의 명령”이라고 하면서 하루에 30~40명, 일요일에는 40~50여 명을 상대할 것을 강요하였다.” (‘김덕순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 중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천추의 한을 갚아. 내가 어떻게 해야 … 이 천추의 한을 … 나는 사죄받아야 해. 배상받아야 해. 윤 할머니는 마이크를 부여잡고도 몸을 바르르 떤다.” (‘윤수만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 중에서)

조현옥 시인은 시집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썼다. “한 페이지의 훌륭한 역사는 천 페이지의 시보다 낫다. ... 일본의 국가적 차원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퇴진한 뒤 문재인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약속하면서 들어섰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생존자는 이제 17분밖에 남지 않았다.

최근 여러 논란을 보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생긴 독자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 일독을 권한다. 아쉽게도 절판됐지만 온라인 중고 서점 등에서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여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