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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위험:
살얼음판을 걷는 문재인 정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가속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경제활동 재개를 이유로 별 대책도 없이 물리적 거리두기를 종료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브라질, 인도 등 세계적 수준에서 2차 확산기를 맞은 여파가 크다.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000만 명을 훌쩍 넘겼고, 그중 미국의 확진자 수는 300만 명을 넘겼다. 미국 인구의 1퍼센트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한 조사를 보면,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인구의 47퍼센트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명 높은 ‘집단면역’에 한걸음 다가선 셈인데, 거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뉴욕주의 확진자 수는 42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3만 2267명에 달한다.

7월 4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보듯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별 것 아니라는 반년 전의 입장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방역에 관한 한 자포자기한 게 분명하다.

이에 비하면 국내 확진자 통계는 무척 다행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늘었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7월 초 연속해서 확진자 수가 60명을 넘는 날이 3일간 지속되다가 7월 7일 현재 확진자 수는 44명으로 조금 감소했다. 세계적 확산 여파 때문에 확진자 중 해외 유입 사례가 차지하는 비중도 조금 늘었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확산 속도는 ‘아직은’ 통제를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통제 능력이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환자 수용 능력이 취약한 것이 가장 문제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6월 20일 기준으로 확진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음압병상이 일반환자의 경우 634개, 중환자의 경우 115개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애당초 음압병상의 수가 매우 적은 데다 입원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시도별 확진자 입원가능 음압병상 개수(6.20 현재)

중앙임상위원회는 “현재의 병상 입·퇴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대구·경북에서 경험한 병상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다” 하고 경고했다. 당장 병상을 늘리기 어려우니 퇴원 기준을 완화해 병상을 빨리 비우자는 얘기다.

수도권이 병상 포화 상태에 근접하던 상황이라서 정부는 즉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6월 17일 67.4퍼센트에 이르던 서울시의 코로나19 환자 병상가동율은 7월 2일 36.2퍼센트까지 떨어졌다.

3월 대구·경북에서 환자들이 입원할 병원이 없어 집이나 길에서 사망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조처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퇴원 기준 완화가 어떤 효과를 낳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나면 이 조처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메르스는 감염 2주 뒤에 바이러스 배출이 많아진다. 애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코로나의 공기 감염 가능성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감염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연구 결과는 많은 과학자들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GH형으로 알려진 새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6배나 강하다고 한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의 경우 퇴원 기준 완화 조처가 별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광주에서는 병상이 포화돼 전라남도 내 다른 지역으로 환자를 입원시키고 있고 전라남도도 병상이 충분치 않아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했다.

이런 조건을 즉시 개선하지 않으면 집단감염 사례가 몇 개만 늘어나도 커다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서울에서는 시내에 있는 대형 민간병원들의 음압병상도 일부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익 때문에 중환자실을 비워 두지 않는 민간병원의 운영방식을 고려하면 이에 크게 기대할 수도 없다. 국내 중환자실은 평소에도 90퍼센트 이상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간호사회가 7월 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공공병원 설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늘어나고 감염 경로가 복잡해지는 것도 대량 확산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공공병원과 의료 물자, 숙련된 공공의료 인력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시급하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본의 아니게 다른 이들을 감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가 재난지원금 등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

7월 7일 전남의 60대 일용직 노동자는 100만 원 빚을 갚아야 해서, 자가격리를 어기고 일감을 찾아나섰다가 방역 당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격리됐던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격리된 노동자의 가족들에 대한 지원도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같은 날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오자 언론들은 이를 앞다둬 보도하며 “코로나 극복”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들이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아니라 이윤 감소라는 것을 보여 준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한사코 물리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