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인터뷰:
코로나19 팬데믹, 자본주의의 냉혹함 보여 줘
"해고 금지 등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싸워야"

코로나19 발생이 중국에서 보고된 200일이 갑니다. 그동안 신종 감염병이 세계로 확산됐는데요.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이윤선

지금 미국 확진자가 300만 명이 넘었죠. 세계에서 가장 환자가 많고요. 그 뒤를 브라질과 인도, 러시아가 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첫 환자가 생겼던 중국은 매우 강력한 권위주의적 통제로 어느 정도 방역에 성과를 낸 듯합니다.

반면, 미국은 확실히 통제 불능, 아니 통제를 안 하는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일 확진자 수 그래프를 보면 두 개의 봉우리를 그리고 있는데요. 2차 확산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아직은 1차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동부에서 확산했고 이제는 서부에서 확산하고 있는 건데요. 상대적으로 뉴욕 등 동부 주요 도시들은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강화해서 증가세가 둔화됐어요. 반면, 플로리다 같은 곳에서는 일일 확진자가 1만 명을 넘긴 7월 11일에 디즈니랜드를 개방했죠.

애당초 코로나 종식, 그러니까 집단면역을 획득하는 방법이 두 개가 있다는 얘기가 있었죠. 하나는 백신을 개발해서 접종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그냥 다 걸리자는 거였는데요. 스웨덴이 후자 방식을 추진했는데 인구가 1000만 명인 나라에서 사망자가 5500여 명이나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여태 인구의 7퍼센트에게만 항체가 생겼고, 그것도 몇 개월밖에 안 간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요. 사실 실패한 거죠. 그런데도 미국의 주요 도시들은 중요한 거리두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은 미국처럼 노골적으로 막 나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유럽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확실히 줄어들기 전에 경제 활동을 재개한다며 외출금지령 등을 해제하고 상점 문을 열었어요. 유럽 내 여행도 허용했고요. 그 결과 재확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확진자 규모가 하루에 수백~수천 명 규모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선진국들의 상황인데요. 미국은 방역을 사실상 포기했고 유럽도 덜 노골적이지만 방역을 등한시 하고 있습니다. 모두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가들의 논리를 따른 결과입니다.

제3세계 나라들에서는 격렬한 확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아프리카 등인데요. 사실 아프리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집계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이런 곳들은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해 급속도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죠.

동아시아에서는 일부 나라들에서는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있는 것 같고요. 다만 일본은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죠. 실제 상황은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나머지 나라들도 줄타기하거나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특히 한국 같은 경우가 그렇죠.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 정부들이 코로나 대응에 이토록 무능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선진국 정부들은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봐요. 처음에는 꽤나 우려도 했던 것 같은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의 피해 양상이 많이 드러났잖아요. 중요한 건 노인들이 주된 피해자들이라는 거죠. 그런데 각국 지배자들은 노인을 재정이나 축내는 존재로 여기죠. 또, 백신이 빨리 나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어요. 그러니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불가피한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즉 비생산적 인구인 노인이나 단순[비숙련] 노동자들의 사망‍·‍질병 등은 무시하겠다는 전략을 채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걸 ‘코로나와 함께 살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일반인 대상 무작위 조사를 종합해 본 결과, 무증상 감염이 확진자의 10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 조사에서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0.6퍼센트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는 독감 치명률의 6~10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매우 높은 편이에요. 그런데 노인 인구의 경우 치명률이 5.1퍼센트나 된다고 합니다. 선진국 정부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 주는 대목이죠. 결국 코로나를 극복하는 두 길 중 야만적인 길을 선택한 거예요.

이 나라 정부들은 어느 정도만 통제되면 이대로 사는 것도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미국 사망자가 13만 명이 넘었고 브라질에서는 7만 명이 죽었다는데 노인 비율이 굉장히 높아요. 이런 상황을 보며 어느 정도 자신감도 회복한 듯합니다.

이건 저항이 아직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기도 하는 거라고 봐요. 한편에서는 경제 위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감염병을 단순히 자연재해로 여기는 생각도 영향을 끼치는 거겠죠. 그러니 ‘위험해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아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 아쉽습니다.

한국 상황은 줄타기나 위험한 도박에 가깝다고 하셨는데요.

환자가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다행히 대부분 그 위기를 넘겨 왔습니다. 방역 측면에서만 보자면 지자체별 대응 능력도 초기에 비해 나아진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양상은 좀 더 걱정스럽습니다. 먼저, 지역 감염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수도권에서 대전, 광주로 확산되고 있죠. 다음으로, 환자 중에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1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추적과 격리 등 방역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환자 치료 능력이 극도로 낮습니다.

코로나19 환자 100명 중에 20명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중에 5명은 중환자실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얼마 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임상위원회가 발표한 것을 보면 공공병상이 거의 꽉 찼다고 해요. 대전과 광주는 이미 포화 상태를 넘겼고요. 그래서 중앙임상위원회가 퇴원 규정을 완화하자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정부는 공식적으로 퇴원 규정을 완화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 조처로 한숨 돌렸지만 확진자 증가 추이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지금의 의료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위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한 평가일 것 같습니다.

대구의 경우 환자가 6000명이었을 때 2300명이 입원을 못하고 집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23명은 병원 문턱도 넘지 못하고 죽었죠. 전국적으로 환자가 매일 100명만 되도 순식간에 중환자실이 포화될 겁니다.

한국의 경우 인구의 0.2퍼센트만 한 시기에 집중 감염돼도 10만 명이 걸리는 셈인데요. 0.5퍼센트면 25만 명이고요. 해외 사례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죠. 그러면 중환자실만 1000~3000개가 더 필요합니다. 공공병원에 지금 당장 감염 병상을 만들면 200개는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전국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30퍼센트를 징발하면 1000개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대학병원 중환자실은 95퍼센트 이상 환자가 가득 차 있어요. 그럼 지금 중환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제대로 대비 안 하면 두 번은 못 막는다" 의료연대본부와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가 7월 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미진

정부는 여러 경로로 확인해 봐도 공공병원 중환자실을 늘릴 생각을 안하고 있구요. 아예 중환자실 준비는 안 하는 듯 보입니다. 현재 상황을 우려하는 일부 전문가들도 정부가 아무런 준비를 안 하면 현재 상태에서는 유사시에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고 ‘수술 후 중환자실(SICU)‘을 동원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해요. 불필요한 수술은 응급환자를 제외한 수술 환자들을 얘기하는 겁니다. 막판까지 몰리면 암 환자 등도 비응급수술로 분류될 수 있겠죠. 지금부터 중환자실을 준비하지 않으면 이런 일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유럽이나 뉴욕에서처럼 노인 환자들은 병원에서 살리기를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죠.

사실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참사도 이처럼 공공병상과 의료진 부족에서 비롯한 측면이 큽니다. 롬바르디아가 속한 이탈리아 북부는 북부동맹이라는 극우파 지방정부의 집권이 계속된 곳이고 우파의 영향력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지역에서는 지난 몇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렸고 2008년 유로존 위기 이후 복지 재정이 30퍼센트나 삭감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료진이 이민을 가고 간호‍·‍돌봄노동자도 부족한 상태가 됐죠. 이런 상황에서 감염이 확산되자 의료 체계가 완전히 붕괴한 겁니다.

신종 감염병이 의료 체계에 주는 부담이 엄청나게 커 보입니다.

코로나19 자체가 주는 부담이 엄청 크죠. 의료 체계가 붕괴하는 경우도 있고 의료진이 탈진해서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있던 감염병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이 벌어집니다. 베트남 지역에서는 디프테리아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인 예방 접종을 못 해서 일어난 일이죠. 위생 문제 등이 연관돼 페스트가 다시 등장하기도 하죠. 에볼라 같은 다른 신종 전염병도 세계 곳곳에서 번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2년 안에 안 끝날 거라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계절성 감염병처럼 주기적으로 유행하거나 아예 풍토병처럼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죠.

기후 위기가 계속 심화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파괴되면 새로운 질병이 계속 늘어날 겁니다.

2018년 2월에 세계보건기구가 공중보건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고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질병 리스트 8가지를 발표했어요. 그중 마지막이 ‘질병 X’였는데 미지의 질병이라는 얘기죠. 코로나19가 바로 그 병원체인 겁니다.

사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이름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인데 코로나19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이에요. 거칠게 말하면 사스의 약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바이러스가 진화를 한 거예요. 인간 숙주에 잘 감염되고, 세대 주기가 빨라지고, 무증상 감염을 일으키는 등 말이죠. 그런데 이런 진화가 계속 진행돼서 코로나26, 코로나29 이렇게 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심지어 항체가 몇 개월 안 가기 때문에 3개월마다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죠.

게다가 WHO가 거론한 나머지 7개 (질병 수로 따지면 9개의) 질병 리스트도 여전히 미해결 대기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상황은 어떤가요?

가장 앞서 있는 모더나의 백신도 아직은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여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백신인데 아직까지 이 방식으로 만들어 본 적이 없어요. 최근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효과가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왔지만 중화항체가 만들어졌다는 정도고요. 그게 실제로 방어 효과가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어요. 백신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도 미지수고요.

안전성 문제도 검증됐다고 보기 어려워요. 시험대상이 45명으로 작은 규모인데다 건강한 18세~55세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물론 임상 1상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긴 합니다) 말하자면 가장 취약한 노인층이나 기저질환자 들에게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도 알 수 없고요. 백신 안전성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백신 유발 호흡기 질병 악화’라는 최악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매우 커 보여요.

설사 성공했다고 발표해도 그 효율이 매우 낮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에이즈/HIV 바이러스 등과 같은 알엔에이(RNA) 바이러스인데요. 알엔에이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워낙 심해서 백신 개발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율이 40퍼센트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해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종류를 맞히는 것 자체가 어렵고요. 맞혀도 조그만 변이들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된 지 70년 정도 됐는데도 이 정도고 에이즈/HIV 백신은 아직도 미개발 상태이니까 어떨지 대략 예상이 되죠. 최소한 1년 반은 지나야 모더나 다음에 개발에 착수한 백신들이 나올 것 같아요. 그래도 역시 백신 효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고요. 그 뒤에 생산하는 데 몇 달이 걸릴 것이고 말하자면 ‘천운이 따라야’ 내년 하반기나 돼야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치료제로 사용되는 것은 길리어드 사이언스 사(社)가 만든 렘데시비르가 지금까지 유일한데요. 그 효과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는 정도입니다. 중환자 사망률을 몇 퍼센트 낮추고 입원 기간을 며칠 단축시킨다는 건데요. 모두 길리어드 사의 발표라 실제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한국에는 첫 한 달간 무상으로 공급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 임상 시험의 일부라고 보는 게 정확할 거예요. 굉장히 촉박하게 임상 시험을 마쳐서 흔히 임상 4상으로 알려져 있는 시판 후 시험단계(PMS)를 거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굉장히 비싸고 주사제로 개발돼서 가난한 나라에서는 사용하지도 못해요. 길리어드 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민간보험 가입자는 3120달러(375만 원), 공공보험가입자는 2340달러(281만 원)가 약값이라고 발표했어요. 약값이 이런데 제3세계에서 어떻게 쓰겠어요.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는 주사기도 없고 냉장고도 없는데요.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특히 제3세계에서는 마스크 등 방역 물품과 예방에 투자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조처가 뭔가요?

세계 어디에서나 노인 등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겠죠. 그중 제일 중요한 게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라고 봅니다. 생계가 불안정해지면 어떻게든 살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고 이는 감염 전파에 좋은 조건이 됩니다. 따라서 해고를 금지하고,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할 때도 최소한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사실 정부가 해고를 금지해도 기업이 파산하거나 하면 고용을 모두 유지하기는 쉽지 않겠죠. 자발적 퇴직 같은 꼼수도 여전히 있을 거고요. 그래도 정부가 이런 태세를 보여야 기업이 노동자들을 내팽개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하다못해 해고 금지 조항을 근거로 노동자들이 저항할 수 있겠죠.

유럽의 경우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정부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는 것 같아요.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해야 하겠죠. 경제 불황도 깊어질 겁니다. 따라서 당장 싸울 부문은 싸워야 하고 또 싸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게 조직된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 위기도 해결돼야죠. 유엔 등은 앞으로 8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는데요. 지난 겨울 호주를 휩쓴 산불이나 올해 여름 북극 지역의 폭염 현상을 보면 그야말로 거주 불능 상태의 지구가 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일 같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은 그야말로 무늬만 그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은 그래도 재생 에너지 목표라도 제시했는데요. 그린 뉴딜에는 그런 계획도 안 보여요.

기후 변화는 새로운 감염병 혹은 기존에 있던 감염병 유행을 낳을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또 다른 감염병이 유행하면 의료 체계가 마비되고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면 기후 위기 극복도 어려워지겠죠.

아프면 쉬라고? 실질적 생활비를 보장하지 않으면 ‘아프면 쉬라’는 지침은 무용지물이다. 사진은 7월 7일 출근하러 물류센터(부천) 앞에 긴 줄을 선 쿠팡 노동자들의 모습 ⓒ조승진

한국의 경우 제가 있는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 좀 더 구체적인 조처들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첫째가 코로나 시기 해고 금지였고요. 유급병가‍·‍상병수당 도입, 전 국민 고용보험, 인력과 공공병상‍·‍중환자실 확충, 공공병원 등 의료 대응 컨트롤 타워 설립, 감염병 예방 미준수기업 처벌 제도[감염병 예방법 개정 등], 임대료 동결과 국가 대납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것들은 정말이지 최소한의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요구들을 걸고 싸우는 게 중요하겠죠.

그런데 최근 코로나 사회적 대화에서 나온 ‘노사정 잠정합의안’을 보면 기가 막힐 뿐입니다. 해고 금지 같은 건 아예 없고, 다른 필수적 조처도 약속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감염병 예방 지침에 노사정이 협조한다는 문구가 있던데요. 이게 무슨 소리죠? 노동자들이 예방 지침을 어겨서 문제인가요? 쿠팡 사례에서 보듯이 문제는 사용자들입니다. 기업주들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서 사용자들이 지침을 지키도록 해야죠.

합의안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정부는 감염병 대응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해 중앙‍·‍권역별 전문병원을 확충하고, 권역별 지역조직을 마련한다. 정부는 감염병 대응과 지역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병원을 늘리고, 권역‍·‍지역별 책임의료기관 지정을 확대하며 지역공공-민간병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그런데 이건 원래 정부가 공약했던 내용이에요. 왜 자기들 공약을 이제 와서 노사정 합의라고 내놓는 겁니까?

사업별 특성에 맞는 예방 지침을 마련한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바이러스와 인간의 물리적‍·‍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한 예방 지침이 이미 있는데 뭘 새로 만든다는 걸까요? 이건 밀접 접촉을 허용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돼요.

위에서 제시하신 요구들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해고 문제는 앞서 얘기했고요. ‘아프면 쉬라’는 지침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제도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지금 코로나 확진자에게 지급되는 생활비는 최저생계비도 안 돼요. 월 1인 가족 45만 원이고, 3인 가족이 102만 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광주의 일용직 노동자 사례를 보세요. ‘100만 원을 갚아야 한다,’ ‘죽어도 좋다’며 잠적했다가 공사 현장에서 추적‍·‍발견됐다는데, 치료와 격리 기간이 평균 약 한 달 정도 걸려요. 그나마 격리 기간에는 스스로 생활을 해야 하니 돈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정부는 45만 원 주고 버티라고 하니 어떻게 입원 치료나 격리를 받아들일 수 있었겠어요. 이 노동자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을 한 거라고도 볼 수 있죠.

중환자실도 앞서 얘기했는데요. 격리 병실이나 격리 중환자실도 당장 지어야 하지만, 병실만 있다고 가동되는 게 아니겠죠. 보통 경력 간호사가 중환자실에 적응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려면 최소 훈련 기간이 8주가 걸린다고 합니다. 중환자실을 200개만 추가로 운영하려고 해도 방역복을 입고 2시간마다 교대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1000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만일 중환자실을 1000개 더 운영하려면 얼마나 많은 인력 훈련이 필요하겠습니까? 따라서 지금 의사와 간호사들을 훈련시켜 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대구에서 벌어진 일처럼 어마어마한 혼란이 벌어질 겁니다. 흔히들 ‘K-방역’은 성공했다고 하는데 대구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K-의료’는 6000명의 환자 대응에도 실패했습니다.

병원은 물론이고 정부가 요양보호사 등 돌봄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해요. 지금 요양병원, 요양원 등에서는 돌봄노동자 한 명이 평균 여덟 명을 돌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래서는 감염이 확산되는 걸 막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에 취약한 노인, 장애인들이라 감염이 확산될 경우 치명률도 높아질 겁니다. 민간 요양 시설에서는 코로나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들은 아예 돌봄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직접 책임지고 제공할 때에만 제대로 된 요양이 이뤄질 수 있어요. 비용도 대폭 낮춰야겠죠.

공공병원‍·‍의료 대응 컨트롤 타워도 꼭 필요합니다. 왜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까지 가야 했을까요? 얼마 되지도 않는 공공병원 운영 체계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그렇습니다. 보훈병원은 보훈처 소관이고요. 국군병원은 국방부가 관리하죠. 산재병원은 노동부 소관이고 지방의료원은 행정안전부와 시도지사가 관리하고요. 국무총리가 아니고서는 지시를 따르지 않죠. 따라서 감염병 대응 체계에서 방역뿐 아니라 치료를 지휘할 컨트롤 타워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 컨트롤 타워는 2차 유행 시 공공병원의 대응뿐 아니라 필요시 민간병원 병상도 징발할 수 있어야 하고,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경산시의 17살 정유엽 군 같이 폐렴으로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집이나 자영업 점포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정부가 임대료를 동결시키거나 대납하는 조처도 필요하죠. 이러한 것들은 정말 최소한의 요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