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에 열린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이인영 인사청문회에서 주류 언론들이 가장 주목한 점은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사상 검증 시도였다. 미래통합당 의원 태영호를 비롯한 우파들이 주체사상을 언급하며 이인영을 공격하는 모습은 정말 꼴불견이었다.

좌파가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이 그 점만은 아니었다. 청문회는 지금의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푸는 데 기여할 만한 인사로 여겨져 온 이인영이 주요 쟁점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인영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북미관계가 멈칫하더라도 남북관계는 그 자체로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같은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적 문제와 상관없이 노력하고, 필요하면 대북 특사로 평양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현실 인식과 정책 노선은 그런 의지와 모순됐다. 우선, 이인영은 8월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하지 않았다. 훈련을 보류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으나,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간 정도로 규모를 [훈련을] 축소하거나 작전지역 반경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규모를 축소하거나 훈련지를 옮겨도 한미연합훈련의 대북 위협적 성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인영은 한미워킹그룹 해체에도 반대했다. “대북 제재를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기능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인도적 협력은 한미워킹그룹과 상관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 한미워킹그룹이 타미플루 지원 같은 인도적 대북 지원마저 가로막았다.

힘의 균형?

미국에서 나온 주한미군 감축설 때문에 관심사로 떠오른 주한미군 문제에서 이인영은 주한미군에 “평화관리군의 성격”이 있다고 답했다. 주한미군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향후에 동북아 전략적 균형과 힘의 균형에 대해서 한미동맹이 군사적 측면에서도 유지될 필요가 있다.”

과연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관리하는 데 기여할까? 강하고 위협적인 군대의 존재는 얼마간은 주변 국가들로 하여금 함부로 전쟁을 걸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전쟁 억지 효과는 일시적이고 모순적이다. 자본주의 경쟁 논리 때문에 힘으로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은 상호간 군비 경쟁을 자극하고 새로운 불균형을 낳는다. 그래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이 지속돼 왔고 전쟁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그런 갈등의 한복판에 자리한 주한미군의 존재가 주변 국가들을 자극하면서 불안정을 키우는 데 일조한다.

한국군의 지속적인 재래식 전력 증강과 (미국 핵무기를 포함한) 주한미군의 존재 때문에 북한은 위기감을 느껴 왔다. 갈수록 한미연합훈련이 핵 선제 타격을 비롯한 공격적인 성격을 띠는 것도 북한 당국을 자극하는 요소다. 북한 당국이 오래전부터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한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와 자본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전 세계 곳곳에 미군을 주둔시킨다. 특히, 오늘날 주한미군은 중국을 견제하는 최전방 부대다. 평택 미군기지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5배로, 미국 영토 밖에서 가장 큰 미 육군 기지다. 제주 해군기지는 한국군 기지이지만 이미 미군 함정들이 들락날락한다. 제주 해군기지의 지리적 위치가 유사시 서해와 동중국해 등지에서 중국군의 숨통을 죄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기지인 것이다.

그래서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제국주의 경쟁이 점증하는 오늘날,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이뤄 평화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한반도를 불안케 하는 한 요인이 돼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경쟁에 한반도를 휘말리게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드의 한국 배치는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고 한국을 한·미·일 삼각 동맹 구축에 더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목적 하에 진행된 것이다. 중국이 반발하며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가한 배경이다. 그리고 중국, 러시아 모두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역을 군사적 표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서태평양에 배치하려 하는데, 이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대응은 사드 소동 때보다 훨씬 강경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 평화가 아니라 불안정과 잠재적 위험을 불러 오는 제국주의 군대다. 그리고 제국주의 국가들의 갈등이 낳은 위험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평범한 한국인들은 방위비분담금, 기지 환경 오염 등 유·무형으로 많은 부담을 져 왔다. 심지어 위험한 실험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음에도 미군은 한국에서 생화학 무기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지지한다는 통일부 장관에게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는 구실을 기대하는 건 현명한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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