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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 개선 요구에 중징계, 사내메일 무단 삭제 등:
계속되는 KT 구현모 사장의 노동 적폐

7월 27일 서울 광화문 본사 앞에서 열린 ‘KT 구현모 사장 적폐경영 규탄 기자회견’ ⓒ전주현

KT 구현모 사장은 최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노동자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 중단 등을 요구한 노동자의 사내메일을 무단 삭제하는 등 전 회장 황창규의 노동적폐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7월 27일 KT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는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KT 구현모 사장 적폐경영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사측의 행태에 항의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민주파 집행부인 KT노조 본사지방본부, 민주노총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조, 노동자연대, 노동전선, 사회변혁노동자당, 진보당 등 여러 노동단체·정당들이 참가했다.

KT민주동지회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노동 탄압을 낱낱이 폭로했다.

치졸한 보복징계

최근 KT 사측은 열악한 사무실 환경 실태를 언론에 알리려 한 두 노동자에게 수개월 정직 처분을 내리려 하고 있다. 정직은 월급의 70퍼센트를 삭감하는 중징계다.

징계 대상자들은 업무지원단 경기1팀 소속으로 의정부시에 있는 KT경기중앙빌딩에서 근무한다. 55년이나 된 이 낡은 건물은 누수가 심각하고 천장이 부식돼 붕괴할 위험도 있다. 사무실은 악취와 곰팡이가 가득하고 쥐까지 출몰할 정도로 비위생적이다. 이 건물을 통틀어 업무지원단 노동자 6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KT는 2014년 8300여 명을 강제로 명예퇴직시켰는데,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을 모아 업무지원단으로 편성했다. 사측은 이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환경·조건을 강요하는 등 온갖 차별과 괴롭힘을 일삼았다.

업무지원단 경기1팀 노동자들은 위험천만한 건물에서 근무하면서 생명에 위협마저 느꼈고, 회사와 친사측 집행부가 운영하는 KT노조 해당 지부에게 사무실을 이전해 달라고 수십 번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 관리자들은 “폐병 걸리면 산재처리 하면 된다”, “정말 쾌적한 건물이네” 하며 노동자들을 조롱하고 무시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언론사에게 이런 실태를 제보했다.

그러자 회사는 건물 경비를 앞세워 언론사의 취재를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측은 이를 빌미로 경비에 대한 ‘폭언, 갑질’ 운운하며 두 노동자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다. 또한 건물 관리 하청업체를 압박해 징계 대상자를 업무방해로 고소하게 했다.

징계 대상자인 채명원 KT노조 조합원은 기자회견에서 분노를 표했다. “사무실을 옮겨 달라고 애원하고 회사에 생명을 구해 달라고 호소했는데 정직 6개월, 정직 3개월 징계를 때리려 하다니 너무 억울하고 비참한 처사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KT의 기만적인 보복징계가 ‘내부 고발 직원에 대한 탄압이며, 산업안전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이를 강하게 규탄했다.

의정부시 KT경기중앙빌딩은 55년이나 된 낙후한 건물이다. 누수와 곰팡이, 악취로 인해 노동자들이 큰 고통을 호소해 왔지만 사측은 사무실 이전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KT민주동지회 제공
의정부시 KT경기중앙빌딩의 낙후 정도가 어찌나 심한지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물통을 받쳐둬야 하는 지경이다. ⓒKT민주동지회 제공

노조 선거에 개입 말라

정당한 주장이 담긴 노동자의 사내메일을 무단으로 삭제한 KT의 독단적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송파지사 장현일 조합원은 노조 선거에 대한 불법적인 개입 중단과 핵심 책임자인 신현옥 부사장의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메일을 전 직원에게 여러 번 보냈다.

그러자 사측은 네 번이나 서면 경고를 하고, 일부 메일을 무단 삭제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친사측 집행부가 운영하는 KT노조는 회사가 노조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장현일 조합원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장현일 조합원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 아니다. KT가 노골적으로 노조 선거에 개입하고 악랄하게 민주노조 활동을 탄압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더구나 올해 6월 25일, 1998~2014년 노사담당 팀장이었던 최규종 씨가 KT에서 불법적 노조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또, 구현모가 승진시킨 신현옥 부사장이 핵심 책임자라는 것도 폭로됐다.

장현일 조합원은 기자회견에서 “[노조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 대접받는 적폐”를 내버려 두면 이런 사태가 “올해 노조 선거에서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사장은 연말 노조 선거를 앞두고 민주파 활동가 탄압에 열을 올리는 듯하다. 이것이 구현모 사장이 약속한 “소통과 협업,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태도인가?

KT는 장현일 조합원에 대한 경고·압박과 사내메일 삭제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또, 업무지원단 경기1팀 두 노동자에 대한 보복성 부당징계 시도를 철회하고, 이들의 사무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